TV동화 행복한 세상 8 - 내 소중한 사람, 당신에게 전하고픈 마음이 있습니다 TV동화 행복한 세상 8
박인식 지음 / 샘터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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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로는 아이때문에 웃고 산다.

아이가 주는 웃음과 행복말고는 내 삶은 무미건조했다.

대가족화에서 핵가족화로 모습을 바꾸고, 다복한 식구에서 3명 내지는 4명만이 모여사는 단촐한 식구의 변화된 형태가 주는 삭막함 이랄까....

 

나 어릴적엔 대문 밖을 나서면 동네 아주머니나 할머니들이 모여서 간식을 챙겨 먹기도 했고, 구수한 입담으로 골목길이 시끌벅적 한때도 있었다.

사춘기를 겪을 무렵에는 그 골목길을 지나치기가 부담스러울정도로 싫어서 일부러 더 먼 길을 택해 돌아나가야 했던 불편을 감수하기도 했던때...

어느 집에서 부부싸움이 있었는지, 누구네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먹는지, 대충 집집마다 저녁 찬거리가 무엇인지 짐작이 가는 풍경...

지금도 어렴풋이 기억나는 부엌문화...희미한 기억속에 뚜럿이 떠오르는 기억 몇가지가 있다.

지금은 초등학교지만, 내가 다닐때는 국민학교였으니, 내가 국민학교 5년 전에는 전세집에서 살아었다.

그때 살았던 전세집 부엌은 옆집 부엌과 창문이 마주보고 있었다.

친정엄마는 반찬을 만들면 언제나 한접시 수북하게 쌓아서 옆집 창문으로 "oo엄마!!  이것 좀 먹어봐..."라며 나눠 먹곤 했다.

그러면 어김없이 또다른 반찬이 그 창문을 통해서 되돌아 오곤 했다.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막걸리떡... 옆집 아주머니는 막걸리를 넣어 만든 일명 "술떡"을 자주 만드셨다.

어려서는 그다지 그 참맛을 알지 못해 즐겨 먹지는 않았지만, 요즘은 재래시장 떡집 앞을 지날때마다 간간히 술떡이 생각나곤 한다.

 

그리고 그 시절엔 학교를 마치고나면 학원은 필수가 아니었다.

기껏해서 다녀봐야 피아노나 주산, 미술학원이 고작 다였던거 같다.

그나마도 다니는 아이들은 몇몇에 불과하지 않았던 거 같다.

나도 국민학교 고학년이 되서야 담임선생님 권유로 미술학원을 다니게 됐지만, 얼마나 가기가 싫었던지....엄마 몰래 빼먹고 친구들과 놀고 들어간 적이 허다했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도 바쁘신 부모님을 둔덕에 야단 맞지는 않았으니, 그땐 베짱이 커져서 수도 없이 출석을 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죄송스럽기도 하다.

일요일 아침에는 눈 뜨자마자 대충 아침밥을 먹고 하루종일 놀다 오후 4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들어갔던 기억도....

대문만 나서면 삼삼오오 친구 무리들이 노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 유혹아닌 유혹이 아닐 수 없었다.

나 어릴적엔 흙만지고, 뛰어다니고, 원없이 놀았던 유년시절이 있는데....

......

내 아이는 이렇게 친구들과 뭉쳐서 노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다.

집 밖을 나서면 보기 힘든 아이들...

어쩌다 또래 아이들을 보게되도 엄마 손잡고 어딜 그리 바쁘게 가는지....

낯설어 말 붙이기도 쉽지 않고...

요즘은 아파트 옆집도 얼굴보기 힘든세상이니....

왠지 삭막하다.

 

더불어 살고, 부딪히며 배우고, 깨닫는 일들이 지극히 드물어진 개인화 된 생활 패턴이 만들어낸 책이 <tv동화 행복한 세상 8>이 아닌가싶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감동이랄것도 없는 사소한 일들에서 느끼는 잔잔한 감동.....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 이야기....

코 끝이 찡해지는 이야기...

우리집 이야기 이기도하고, 담너머 옆집 이야기 이기도한...

우린 이런 감동을 원해었나보다.

 

샘터에서 8번째로 출간한 <tv동화 행복한 세상8>표지만 보더라도 푸근한 인상을 준다.

요즘 보기 힘들어진 빨간우체동과 원색적인 꽃과 새들...8등신의 늘씬한 미녀가 아닌,  퉁퉁하지만 행복한 표정의 내 모습같기도 한 등장인물과 편안한 손글씨체로 제목이 큼지막하게 있다.

첫 장을 넘기면 우측상단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인식 바코드가 있다.   별도의 음성인식 기기를 이용하면 본문 내용을 소리로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이것 하나만 보더라도 특별한 배려가 숨어있다.  이 배려가 주는 감동도 살짜기 느껴보고, 내용을 보다보면 5개의 카테고리가 있다.

"미안해요..., 사랑해요..., 행복해요..., 고마워요..., 괜찮아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잊지않고,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표현해야 할 말들임을 깨닫게 됐다.

짧고도 강력하게 그 말이 주는 의미를 충분히 내포하고 있는 말들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각 에피소드마다 내용에 맞는 그림들이 전개되어 있어 눈으로 보는 동화에 '내가 글을 읽고 있나' 하는 착각을 하게 됀다.

내가 이 책을 읽을때면 딸아이가 내 품속을 파고들면서 같이보자고 얘기 할 정도로 그림의 전개만 보더라도 어느정도의 내용은 전달이 되는 듯하다.

 

결혼 전에 어쩌다가 tv에 방영하는 행복한 세상을 본 적이있다.   그때 느꼈던 느낌은 '어~~~특이한 만화네...'그러면서 자꾸 눈이 가는 것이었다.

그 뒤로도 본 방송을 지켜보는 취미가 없었던 터라, 시간대를 놓쳐서 못 볼 때가 더 많았지만, 잔잔한 일상의 감동이 주는 의미는 내게도 아주 컸나보다.

밤이면 눈을 현혹시키는 네온사인과 낮에는 푸르름을 찾아보기 힘든 회색세상 속에 살고 있지만, 그래도 가슴 한켠에는 '정'이라는 뭉클함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 한권의 책이 참으로 고맙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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