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벨라르와 엘로이즈
아벨라르.엘로이즈 지음, 정봉구 옮김 / 을유문화사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사랑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편지는 800여 년 전 중세 수도사와 수녀의 사랑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편지는 온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사랑 이야기는 이후 루소의 누벨 엘로이즈라는 소설의 원천이 되는데, 이 소설은 19세기 이전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읽힌 연애소설이다.


  아벨라르는 중세 시대에 뛰어난 신학자이자 논리학자였다. 아벨라르는 20여 세에 스승들을 능가하는 이론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아벨라르는 12세기에 신앙을 이성적으로 설명하고자 노력한 인물이었다. 그가 한 유명한 말은 우리는 의심함으로써 탐구하고, 탐구함으로써 진리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당시로써는 완전히 새로운 진리 탐구방식이었으며, 아벨라르는 이와 같은 논리학의 대가였다. 그러나 바로 이 탁월한 재능이 많은 논적들을 만들어냈고, 아벨라르를 불행으로 몰아넣었다.


  엘로이즈도 아벨라르만큼이나 학문에 뛰어난 인물이었다. 클뤼니 수도원장 피에르 성인의 증언을 따르면, 라틴어, 그리스어, 히브리어에 두루 통하는 여성이었다. 아벨라르를 처음 만났을 때, 엘로이즈는 17세였으며, 아벨라르는 39세였다. 아벨라르는 엘로이즈의 학문의 조예와 외모에 이끌려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사랑에 빠진 아벨라르는 엘로이즈의 숙부 퓔베르의 집에 가정 교사로 들어간다. 둘은 공부를 위해 제공된 별실에서 공부보다 사랑에 몰두했으며, 결국 엘로이즈는 임신을 하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퓔베르는 분노하였고, 아벨라르는 엘로이즈와 비밀 결혼식을 올린다. 퓔베르는 자고 있는 아벨라르를 덮쳐 거세해 버렸다. 아벨라르는 엘로이즈에게 수녀가 되기를 권하고, 본인도 파리의 생드니 수도원에 들어가 수사가 된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아벨라르는 끊임없이 질투의 대상이 되고, 이단으로 몰리는 등 오랜 고통의 시간을 겪는다.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편지는 아벨라르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가 우연히 엘로이즈에게 입수되며 시작된다. 아벨라르가 한 친구에게 보낸 편지는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실례(實例)라고 하는 것은, 인간의 정념을 자극시키기도 하고 또는 그것을 가라앉히기도 하는 데에 말보다도 훨씬 더 효과적인 것일세. 그러므로 나는 자네의 불행에 대하여 열띤 목소리로 위로의 말을 주었지만, 이번에는 멀리에서나마 나 자신의 불행 이야기를 자네에게 써 보내는 일로 다시 또 자네를 위로하고자 하는 것일세. 자네의 시련과 나의 고난을 비교함으로써, 자네는 자네가 겪은 시련들이 아무것도 아니고, 별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며, 그 고난들을 견뎌 나가는 일에 보다 덜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일세.”  -17p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사랑 이야기는 종교적 규범이 낳은 위선과 비극이기도 하다. 엘로이즈가 사랑 때문에 성의를 입었다는 고백과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오히려 엘로이즈에게 가르침을 주는 아벨라르의 태도는 종교적 위선이자 비극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편지가 위선적이고 비극적인 편지로 읽히지만은 않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단순히 이 편지가 사랑만을 담고 있지는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수도사와 수녀의 관계로 만난 이 둘의 편지에는 수도사와 수녀의 삶, 신앙, 죄의식, 내적 갈등과 고뇌가 오롯이 새겨 있다. 아벨라르와 엘로이즈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휘둘리는 한편 종교적 규범혹은 도덕성이라는 자신들에게 더 귀한 것을 위해서 사랑을 절제하고 감내하며 갈등한다.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 혹은 ‘도덕성을 지켜내고자 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인간의 숭고함에 감동을 느꼈던 것은 것은 아니었을까?


"우리들은 바라노니 차라리 연구, 재능, 애정, 불행한 결혼 그리고 개전으로 맺어진 두 사람이 이제는 한결같은 축복 속에서 영원히 맺어지기를"

-파리의 페르 라셰즈에 있는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묘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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