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사용설명서 - 정신과 의사가 붓다에게 배운
마크 엡스타인 지음, 이성동 옮김 / 불광출판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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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트라우마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왜냐면 나의 직업이 ‘심리상담사’이다 보니 자주 상대방의 트라우마를 접할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주 접하면서도 어떻게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을 잘 도와줄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은 별로 없었다.

 

트라우마라는 것이 단순히 한두 가지의 원인과 문제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대부분 여러 가지 원인과 복잡한 문제로 얽혀있기 때문에 풀어내기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풀어내지도 못한 채 상담이 끝나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렇듯 트라우마는 다른 어떤 문제들보다 아주 어려운 문제이며, 전문가들조차도 크나 큰 숙제와도 같은 느낌으로 남아 있을 때가 많은 것 같다.

 

위와 같은 생각들을 평소에 하고 있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서는 정말 많이 반가웠다. <트라우마 사용설명서> 이 책을 제대로 읽기만 하면 왠지 상담 장면에서 트라우마에 대해 자신감이 많이 올라갈 것만 같았다. 그러면서 큰 제목 위에 있는 작은 제목을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살짝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 정신과 의사가 붓다에게 배운... >

 

붓다라고 하면 불교인데, 종교를 떠나서(참고로 난 기독교인이다) 불교라는 학문이 서양철학만큼이나 어려운 동양철학과 가까운 학문과 같은 것인데, 과연 내가 잘 이해하고, 수용하여 내담자에게 잘 활용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읽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내 예상과 달리 아주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이것을 누군가에게 활용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나 스스로 깨달기도 조금 버거웠기 때문이다.

 

이 책을 단순히 나 혼자 보고 좋았다 라고 생각하고서 보았더라면 괜찮았겠지만, 이 책을 보는 순간 나의 욕심이 앞서 내담자에게 활용하려고 하다 보니 그것이 좌절되었을 때 나 스스로에게 많이 실망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반쯤 읽다가 마음을 고쳐먹기로 하였다. 누군가에게 활용하기보다 나 자신을 수련하는 차원에서 가볍게 읽어 보기로 하였다. 여기서 수련하는 차원은 통독보다 정독에 가깝게 책을 읽는 것을 말한다. 물론 스터디 하듯이 하면 더 좋았겠지만 그러기에는 이 책이 좀 버거웠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렇게 마음을 고쳐먹고, 책을 다시 읽으니 그전보다 마음의 부담이 많이 줄어들게 되었다. 어쩌면 그런 나의 심적 부담감이 내 안의 있는 트라우마를 자극하여 나를 힘들게 하였던 것이 아닐까 분석해보니, 마음을 고쳐먹었던 것이 오히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해결책에 약간은 근접하였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어쨌든 이래저래 책을 읽으며, 내 스스로에게 나름대로 적용해 볼 수 있게 되어 좋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부분이 있어 함께 나누어본다.

 

「“빠져나가려면 통과하는 수밖에.” 붓다는 자신의 트라우마가 어디서 왔는지 몰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붓다는 공감이나 적절한 반응 같은 것을 이끌어내서 자신에게 필요한 내면 환경을 스스로 창조했다. 붓다의 성공은 우리 모두에게 훌륭한 모범이다. 우리가 직면하지만 설명할 수는 없는 불편한 감정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불편한 감정을 이용하여 우리 마음이 바로 넓은 바다가 되어야 한다.」(p.37)

 

「트라우마에 파괴당하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트라우마를 통해 자신의 관계 맺기 능력과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을 일깨울 수 있다. 트라우마는 우리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우리를 더 인간적인 사람으로, 더 배려하는 사람으로, 더 현명한 사람으로 만들어준다.」(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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