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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식물 이야기 100
크리스 베어드쇼 지음, 박원순 옮김 / 아주좋은날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지구상에는 약 40만 종의 식물이 살고 있다고 한다. 이 중에서 오늘날 우리가 그 가치를 알고
이용하고 있는 식물은 과연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게 됐다. 이 책에는 우리 실생활에서 익숙한 식물도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그러나 실생활과
관련 있는 100가지 식물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저 유용하다고만 생각했던 식물이 때로는 전쟁을, 혁명을, 학살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는 이야기는 실로 인상적이었다.
종교적인 의식이나 연애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그 중에는 황당무계하여 과연
사실일까 믿기지 않는 이야기도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유독 기억에 남았던 식물을 하나만 소개하자면 ‘살아있는 화석식물’이라 불리며, 2억 년
전부터 지구상에서 살아온 은행나무다.
책에서 언급한 2억 년 전이라는 시간이 감이 잘 안와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티라노사우루스와
트리케라톱스가 포효하고 프테라노돈이 하늘을 날아다니던 시절이었다. 은행나무는 식물학적으로 이끼류, 고사리류와 같이 낮은 진화단계의 식물들과,
침엽수나 개화식물 같은 보다 높은 단계의 식물들 사이의 연결고리가 되는 유일무이한 식물이다.
은행나무가 어떻게 그 오랜 시간을 온전하게 존재해왔는지는 식물학자들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한다.
심각한 기후변화와 숨 막힐 정도의 공해에도 놀라운 내성을 보여 ‘식물계의 바퀴벌레’라고 할 만큼 강하다. 이러한 은행나무는 중국 및 일본에서
오랫동안 약초로 쓰였는데, 바로 집중력을 높이는 효능이 있어서였다.
가을날 떨어지기 직전의 은행잎에 징코플라본글리코사이드의 함유량이 가장 높고, 플라본 배당체라는
물질이 치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여 조직의 순환과 혈류를 크게 개선시키고 노화로 인한 기억상실과 기능 장애의 증상들을 줄여준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평범한 가로수로만 여겼던 은행나무가 이러한 비밀을 가지고 있었을 줄은 책을 읽기
전까지 미처 몰랐었다. 소개한 은행나무뿐만 아니라 이 책 속에는 100가지의 식물들이 저마다 각각의 비밀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의 옮긴이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식물들에 대한 가치와 잠재력에 관심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된다면 좋겠다고 했다. 그 말처럼 나또한 이 책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식물들에 대해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