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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앨리스는 닉과 처음 사귀었을 때 느꼈던 황홀한 기쁨이 최고의 행복이라고 생각했고, 언제나 그
기쁨을 재현하기 위해, 다시 느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그건 탄산이 든 미네랄워터를 프랑스
샴페인하고 비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처음 시작하는 사랑은 흥미롭고 짜릿하다. 가볍고 명랑하다. 그런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세
아이를 낳은 뒤에는, 별거했다가 거의 이혼하려던 순간을 겪은 뒤에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서로를 용서하고 서로를 지루해하고 서로에게 놀란
뒤에는, 가장 끔찍한 면과 가장 좋은 면을 본 뒤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이 찾아온다. 그런 사랑에는 그저 ‘사랑’이 아닌, 전혀 다른
이름을 붙여도 좋을 것이다.」(p.533)
아마 위의 글이 이 책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앨리스가 처음 체육관에서 머리를 부딪쳐
현재를 기점으로 10년간의 기억을 통째로 잊어버린 체 스물아홉이라고 생각하며 지내면서 좌충우돌 하는 스토리가 너무
재미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엔 외국의 환경들을 이해하는 것에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책에 훌쩍 뛰어들 수 있게 되어 마치 드라마를 보듯이 생생하게 장면들이 그려지기 시작하였다. 10년 동안 앨리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나도
모르게 가슴 졸려가며 한 장 한 장 책을 넘겼던 것이다.
책을 조금씩 읽어가면서 이상하게 나의 결혼생활을 되돌아보게 되어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게 되었다.
그래서 놀라게 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과거의 앨리스가 현재의 앨리스를 이해하지 못하는 장면들을 많이 보면서, 어쩌면 나도 모르게 안 좋은
쪽으로 변화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깜짝 놀라게 된 것이다. 아무튼 마지막에는 과거의 앨리스와 현재의 앨리스의 장단점을 잘 통합하여 아주 멋진
사람으로 탈바꿈 하였기에 나도 그런 앨리스처럼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을 깨달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과연 앨리스와 닉이 다시 결합할 수 있을까
였다. 물론 이 책 마지막을 다 보고 책을 덮기 전까지는 그것을 쉽게 속단하기 어려울 것이다. 뭐 결론을 안다고 해도 재미가 반감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면 그 과정이 복잡하면서도 세세하게 잘 묘사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암튼 결혼하고 싶은 싱글들이나 이미 결혼한 사람 누가 보더라도
이 책을 통해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