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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 왕 위의 여자 - 왕권을 뒤흔든 조선 최고의 여성 권력자 4인을 말하다
김수지 지음, 권태균 사진 / 인문서원 / 2014년 5월
평점 :
「아들 예종이 죽도록 방치한 비정한 어머니 “정희왕후 윤씨”, 성종을 즉위하게 만들고 성종이 훈구 세력과 사림 세력 사이에서 오도 가도 못하게 강력하게
제동을 걸었던 “인수대비 한씨”, 법적 아들 사도세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법적 손자인 정조까지 죽게 한 노론 벽파의 수장
“정순왕후 김씨”, 손자 헌종을 수렴청정하고 헌종을 사망하게 만든 후 바로 철종까지 수렴청정하면서 조선 후기
안동김씨 60년 세도 정치의 문을 연 “순원왕후 김씨”는 모두 권력 투쟁의 한복판에서 일생을 보냈다.」(p.11)
이 책 머리말에 나와 있는 4명의 대비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인 것
같다.
처음 책 제목과 앞표지의 소개 글을 봤을 때는 현대에만 여성이 정치나 사회에 영향력을 끼친 것이
아니라 조선시대에도 영향력을 끼친 대비들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나름 긍정적인 부분을 이야기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머리말부터
시작하여 책을 덮을 때까지의 내용은 분명히 영향력은 많이 끼쳤지만 그것이 긍정적인 부분보다는 부정적인 부분이 훨씬 많다는 느낌을 지워버릴 수
없다.
특히 정조가 왕권을 강화하고, 개혁을 추진해 나갈 때 그를 교묘히 제거한 정순왕후 김씨에 대해
읽을 때는 정말 화가 많이 치밀어 올랐다. 역대 왕 중에 문무를 겸비하여 왕권과 개혁을 단행한 왕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로선 정순왕후
김씨를 미워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대비들은 그래도 자식을 낳아 어머니로서의 역할도 하면서 아들이나 손자가 왕이 되기를
바랐지만, 정순왕후 김씨는 처음부터 자신의 희생을 통해 왕과 백성들의 안위가 아닌 오로지 친정 가문의 안위를 위해 죽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했다.
이로 인해 조선은 더 이상 부국강국으로 가는 길이 열리지 않았으니 그 어떠한 말도 필요치 않을 것이다.
아마 작가도 책을 편찬하면서 나와 비슷한 생각이 강력하게 느껴졌는지 의미심장한 글로 정순왕후
김씨에 대한 글을 마무리 한 것 같다.
「정순왕후 김씨는 자신과 자신의 친정 가문, 그리고 노론 벽파 정권의 공고한 집권을 위해 정치
전면에 나서는 데에 거침이 없었다. 그녀는 조선이 개혁될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를 최선을 다해 틀어막았고 마침내 성공시킨 장본인이다. 또한 당시
순조비로 대궐에 들어와 있었던 법적 손자며느리인 순원왕후 김씨에게 외척 정치의 전형을 보여준 살아 있는 모델이 되었다. 역사에 가정이란 있을 수
없다지만, 지금으로부터 겨우 200여 년 전인 1800년에 정조가 그렇게 갑자기 살해당하지 않았다면 조선은 그렇게 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순왕후 김씨의 열정적인 왕권 축소 의지가 결국 조선의 패망을 재촉한 셈이 된 것이다.」(p.251)
아무튼 이 책 “대비, 왕 위의 여자”를 보면서 여자가 권력을 잡게 되면 어떻게 바뀔 수 있고,
또 어떻게 변화되는지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어 참 좋았다. 물론 정치와 권력에 있어서는 남자들이 훨씬 많아 부정적인 것 또한 많을 수밖에
없지만 그것 못지않게 좋은 모델링도 종종 나오지만 여자들은 그 수가 아직까지는 많이 작아 무엇 때문인지 호기심과 함께 궁금증이 많이 생기게
되었다. 아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공부를 열심히 해 나가면서 풀어봐야 할 숙제로 남겨나야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