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속에 종이 울린다 - 최돈선 스토리 에세이
최돈선 지음 / 작가와비평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너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속에 종이 울린다”

이 책 제목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 한켠 묻어 두었던 꿈틀대고 있는 마음들이 올라오는 듯하여 가슴이 저려왔다. 내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책을 읽기 전에는 미처 몰랐는데 책을 읽어가면서 그 이유를 차츰 알게 되었다.

 

“아버지”

나의 가슴을 저려오게 하였던 그 이름이 떠올랐다. 혹시 하는 생각 이였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가 왜 그토록 가슴 저려왔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3개월 전에 갑자기 돌아가셔서(아버지의 나이 64세) 마음을 제대로 추스를 겨를이 없었다. 아직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생각을 하면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런 나의 상황에서 부모님에 대한 저자의 글들을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동하여 눈물을 훔칠 때가 종종 있었다. 앞으로 아버지라는 호칭을 부를 대상이 없다는 것이 나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것 같다. 이상하게 살아 계셨을 때는 아버지가 나에게 못해 주었던 것을 많이 기억하고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돌아가셨을 때는 아버지가 못 해 준 것에 대한 이유를 찾으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기억하고자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어쩌면 좋은 것만을 기억하려고 하는 자식 된 도리인 것인가? 어쨌든 난 지금부터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것에 대해 잘 배워보고자 노력해야 됨을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 마지막 부분에 나와 있는 좋은 시 한 편을 함께 감상하면서 마무리를 지으러한다.

 

지금은 이름조차 생각나지 않는 얼굴이

비 오는 날 파밭을 지나다 보면 생각난다.

무언가 두고 온 그리움이 있다는 것일까.

그대는 하이얀 파꽃으로 흔들리다가

떠나는 건 모두 다 비가 되는 것이라고

조용히 조용히 내 안에 와 불러보지만

나는 사랑이란 말을 하지 않았다.

망설이며 뒤를 돌아보면서도

입 밖에 그 말 한 마디 하지를 못했다.

가야할 길은 먼데

또 다시 돌아올 길은 기약 없으므로

저토록 자욱이 비안개 피어오르는 들판 끝에서

이제야 내가 왜 젖어서 날지 못하는가를

알게 되었다.

어디선가 낮닭이 울더라도 새벽이 오기에는

내가 가야 할 길이 너무 멀므로

네가 부르는 메아리 소리에도

난 사랑이란 말을 가슴 속으로만 간직해야 했다.

 

< 나는 사랑이란 말을 하지 않았다 / 최돈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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