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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탈무드 장자
장자 지음, 이성희 옮김 / 베이직북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올해 들어 몇몇 중국의 유명한 사상가들의 원문 해설서를 읽어 보았는데 나름 괜찮았었다. 물론 그전에는 별로 읽어보지 못하였는데 그것은 내 스타일에 맞는 해설서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그런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가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이번 책 “동양의 탈무드 장자”는 읽기도 편하면서 좀 더 쉽게 원문에 대해 알아갈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사실 한자를 많이 알지 못하는 나로선 원문을 근거로 한 단순한 해설서라면 별로 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원문에 대한 해설과 함께 장자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조금씩 알아갈 수 있도록 안내해 준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한자의 거부감이 많이 감소되었으며, 편안하게 때론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아마 이런 부분이 다른 해설서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장자의 사상적인 부분이나 세계관은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깊고 큰 것 같았다. 그러나 이와는 다르게 감정적인 부분, 생명에 대한 관점, 생활의 지혜 등 누구나 쉽게 경험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거부감 없이 편안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대단하다는 것을 책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이 책 총 88강의 이야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 하나를 살펴보면서 이야기를 마칠까 한다. 「하루는 마 선생이 신명나게 강의를 하고 있는데 캉바이칭이 강의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바람에 강의의 맥이 끊겨버렸다. 그 순간, 마 선생은 너무나 화가 난 나머지 <장자> 책을 교탁에 탁 내려놓으며 캉바이칭에게 지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캉바이칭은 집이 멀어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 대답은 순식간에 마 선생의 진노를 불러일으켰다. “자네, 추이화 골목에 살지 않나? 학교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몇 분 안에 올 수 있는 곳이데, 멀기는 뭐가 멀어?” 하지만 캉바이칭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했다. “선생님께서 지금 <장자>를 강의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장자도 ‘그에게는 그만의 판단기준이 있고, 나에게는 나만의 판단기준이 있다. 彼亦一是非, 此亦一是非.’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선생님께는 가까운 곳이라도 제게는 멀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마 선생은 순간 말문이 막히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휴강을 선언했다.」(p.54~p.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