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기적 유전자 사용 매뉴얼 - 진화생물학에서 찾은 행복의 기원
권용주 지음 / 카오스북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책의 표지에 적힌 ‘진화 생물학에서 찾은 행복의 기원’이라는 타이틀이 꽤 신선하게 느껴졌다. 저자는 ‘행백’이라는 필명을 사용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기서 ‘행백’은 ‘행복한 백수’를 줄인 표현이고, 이는 저자가 갈망했던 삶의 방식을 담고 있는 필명이라 한다. 나는 ‘백수’보다는 ‘행복한’이라는 술어에 더 관심이 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과연 행복하다 말하는 백수가 몇이나 될까? 하는 웃기지만 슬픈 질문을 던지면서 말이다.
이 책을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든 가장 큰 이유는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자기다움을 찾아보는 새로운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자기다운 삶의 방식이 아니면 진정한 행복은 없다는 것에 대해 나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이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 1장 자기다움이란 무엇인가? - 개념과 정의
제 2장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들 - 유전자의 정체
제 3장 싸움의 기술 - 결핍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제 4장 남녀는 경쟁자가 아니라 동업자다 - 성적(性的) 자기다움 찾기
제 5장 재능 찾기는 보물찾기다 - 자기다움으로 행복하기
책을 읽으며 내게 가장 도움이 되었던 건 5장의 재능 찾기 부분이었다. 아무래도 내 상황이 반영된 탓이리라 생각한다. 나만의 행복 찾기를 강조한 사라 브레스낙도 저서 「혼자 사는 즐거움」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일을 알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그러나 정작 자신을 알기 위해 할애하는 시간은 거의 없다”고 말이다.
흔히 자신의 재능을 찾기 위해 몰입하고 즐거웠던 경험을 회상하라 말하는데 여기서 주의할 점은 몰입과 중독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것은 동일하지만 그 결과는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 더 주의할 점은 어떤 놀이라도 그것을 고통 회피의 수단으로 이용하려고 하면 중독이 된다는 것이다. 재능에 맞는 일에 몰입하면 일상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충만한 성취감도 얻을 수 있다. 중독자와 달리 스트레스가 없으니 심신 또한 건강하다. 책을 읽으며 내용에 집중하다보니 하나둘씩 내 지난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때론 신나게 웃고 행복하게 몰입하는 내 모습에 그때로 돌아간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고, 또 다른 모습에선 중독자의 면모를 보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좋아하는 것이 단순한 ‘취미’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내 생각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저자는 ‘나는 놈 위에 노는 놈’이 있노라 말을 이어간다. 우선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내가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후에 ‘내가 선택한 일이 내게 잘 맞는 일인지’를 확인하는 또 하나의 비결은 자기다움에 잘 맞는 일은 그 일에 물질적인 대가가 따르지 않더라도 그다지 보상심리가 발동되지 않고 반복해서 기꺼이 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맞장구를 쳤다. 실제로 내가 그랬다. 내가 좋아했던 그 일은 들인 시간과 수고에 비해 금전적 이익이 뒤따르지는 않았으나 나는 그것을 여직까지도 꾸준히 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알고 있었지만 뭐랄까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사람은 모두가 다르게 생긴 만큼 저마다 타고난 재능도 다르다. 인생이라는 연극무대에서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배역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피겨요정 김연아에게 무거운 바벨을 들게 하고, 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 장미란에게 피겨스케이팅을 시켰다면 어땠을까? 저자가 던진 물음에 피식하며 웃다가도 나에게 적용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하는 질문이었다.
사람은 자기답게 살아갈 때 자기완성에 가장 근접한다. 이제 그걸 알게 되었거든 다시는 흔들리지 말고 대체로 내가 옳다고 믿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인간은 모든 결정을 자기 자신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하게 되어있다. 위험하거나 죽음으로 가는 일은 본능이 피한다. 그러니 한번 자신을 믿어보자. 판단이 잘 서지 않거든 그냥 가슴이 원하는 대로 해보자. 나의 결정이 하늘의 뜻이라 믿어보자. (p.368)
‘믿어보자’ 라는 저자의 말이 귓가에서 맴돌았다. 마치 내 안의 누군가가 내게 들려주려는 것처럼 말이다. 솔직히 이 책은 내게 여러 가지 면에서 어려움을 주었는데, 그 어려움들을 깨부수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도착해있었다. 저자가 자신의 행백론이 모든 사람에게 꼭 들어맞는 옷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처럼 솔직히 내게는 꼭 맞는 옷은 아니었다. 하지만 입어보지도 않고 집어던지진 않았다는 점에 대해선 내게 칭찬을 해줘도 될 것 같다. 그리고 처음에 했던 생각보다 꽤 괜찮은 옷이었노라 이야기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고서 확실히 깨달은 게 있다면 그것은 그동안 생각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변화가 두려워서 실행을 미루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기다움을 찾아가는 길이라면 이제는 두려움보다는 긍정적인 설레임으로 한발 내딛어도 좋겠다고 생각을 바꿔보기로 한다. 나는 지금보다 조금 더 행복해지고 싶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