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다 이상했다
김해자 지음 / 아비요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삶은 누구에게나 어렵고 힘들지만 피해갈 수도 남에게 얹혀 갈 수도 없다. 삶엔 정답도 없다. 각자가 다른 지점에 서 있으며, 아무리 가까워도 두 사람이 들어갈 영혼의 집은 없기 때문이다. 허나 질문을 하는 자는 이미 자신 안에 답을 가지고 있다. 우주는 너무나 관대하여 한 문이 닫히면 반드시 한 문을 열어둔다. 얼음이 두꺼우면 녹는 물도 많듯이 슬픔이 많으면 기쁨도 크게 주신다. 내 짐을 지렛대 삼고 내 아픔을 버팀목 삼아 사막을 걸어가라. 노래하며 흔쾌히 건너가라. 그리고 사랑하라. 자신이 사랑하고 체험한 것만을 알게 되고, 그것만이 누구도 앗아갈 수 없는 자기 자신이 된다. (p.6~p.7)

 

책은 가벼웠다. 두께감은 있었지만 가지고 다니기에 딱 기분 좋은 편안한 무게로 느껴졌다. 하지만 책장을 넘겨갈수록 점점 손의 움직임은 느려졌고, 내 눈은 글자하나하나를 쫓아 읽는데 버거워짐을 알 수 있었다. 책을 다 읽으니 마음이 상쾌하다. 분명 읽는 내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니까.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에 시원한 바람이 분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예기치 않게 닥치는 초청하지 않은 손님처럼 병이나 사고는 어느 날 문득 찾아온다. 그 고통이 너무나 커서 그냥 견뎌야 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도 있다. 찾아온 고통을 어떤 생각으로 채색하지 않고 그냥 받아들일 때 고통은 불행과 손잡지 않는다. 아픔을 죄의식과 원망과 불운으로 색칠할 때 불행이 된다. 온갖 해석과 이유와 탓을 거둘 때 나는 살아난다. ‘나는 슬프다’, ‘나는 불행하다’는 생각에서 술어를 모두 거둘 때 변치 않는 나로 돌아온다. 수많은 지식이 인도하는 처방책조차도 다 잊고 지그시 견디는 것만이 고통을 넘어서는 길이다. 반응하지 않고 그냥 텅 빈 공백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시간과 고통도 뭉턱뭉턱 구멍이 난 채로 내버려두었더니 그 텅 빈 공간에서 시간에 사로잡힌 마음이 깨어난다. (p.170)

 

내가 정말로 아무것도 모른다 절감하니 나라고 생각한 저축된 과거가 많이 사라졌다.

‘나’라고 생각되는 잔고가 얼마 남지 않게 되었다. 무일푼이 될 때도 자주 찾아온다. 마음과 관계와 사랑은 축적하는 소유물이 아니다. 매 순간 흘러가고 순환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미 죽은 것이다. 고정된 과거의 생각과 지식에 의한 판단이 중심 권력을 휘두르도록 방치한다면 사랑도 열정도 빛이 바랠 것이다. 현재형의 집중된 열정이 뒷받침되지 않는 삶은 이미 죽은 것이다. 이 모든 순간의 깨어 있음이 인도하는 행동은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진실로 수긍할 때 찾아온다. 하여 나에게 다가오는 지금 이 순간의 사건과 상황을 손님처럼 진지하게 맞아들일 때 우리는 아무것도 쌓아두지 않은 아이의 생생한 마음으로 돌아 갈 수 있다. 그러면 모든 순간이 놀이이자 사랑의 축제로 변한다. (p.171)

 

책을 읽으며 내게 깨달음을 준 부분을 옮겨보았다. 나는 그동안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일종의 자긍심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때때로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얕은 수준이었음이 드러나 창피하기도 했고, 내가 그렇다 믿어온 것이 잘못된 지식이었음을 알았을 땐 당황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제 솔직해질 수 있겠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단순히 지식을 많이 가진 사람은 아니었음을 말이다. 부끄럽지만 나는 겸손한 사람이 아니었다. 책을 읽으며 다시금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가장 나다운 내가 되고 싶은 나는 아직도 이 책이 필요하다. 책 속에 나온 글들이 너무 좋아 일부 옮기며 마무리할까한다.

 

오늘도 깊은 바다에서 황금 물고기를 잡자. 아니 잡으려 말고 그저 황금 물고기 한 마리로 자유롭게 헤엄치며 놀자. 사실 우린 모두 황금으로 빚은 물고기인지도 모르겠다. 황금을 찾거나 살 필요 없이 저마다 모두 빛나는 물고기다.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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