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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수업 - 슬픔을 이기는 여섯 번째 단계
데이비드 케슬러 지음, 박여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10월
평점 :

세계 최고의 슬픔과 애도 분야 전문가인 저자 데이비드 케슬러는 세계적인 정신과 의사이자 호스피스 운동 선구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와 공동으로 <인생 수업>과 <상실 수업>을 집필하였습니다.
슬픔의 5단계 부정 / 분노 / 타협 / 우울 / 수용의 이론 이후 케슬러는 본인의 아들을 잃는 충격과 슬픔을 겪게 되고 6번째 단계인 '의미'를 찾게 되었습니다.
이 책 초반의 내용부터 얼마 전 읽은 국내 저서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이시형, 박상미 저)'가 떠올랐습니다. 두 책 모두 빅터 클랭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내용으로 시작하며 '의미'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추천사에도 이시형박사의 글이 있으니 같은 맥락의 글이라는 걸 알 수 있죠.
주위의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겪게되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슬픔의 여섯번째 단계인 '의미'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각자 다른 상황에서 겪게 되는 상실감은 표현 방법, 기간, 느끼는 감정이 모두 다릅니다. 그들의 상실감을 미리 판단해서 위로하거나 왜곡하지 않아야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겪으므로써 분노하고 좌절하고 괴로워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이를 억지로 극복하려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장기기증을 하고 떠난 아들의 방을 정리하고 페인트칠하기 위해 부른 작업자가 아들의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이었거나 하는 우연같지만 필연적인 사연들도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아들의 죽음으로 슬픔에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생명을 안기고 간 아주 의미있는 일로의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고통받는 자신을 치유하고 의미를 찾기 위해서 심리적으로 도움되는 방법들도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많은 사례들 중에서 조 바이든의 부통령 시절 가족을 잃은 상실감으로 저자를 찾은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아무래도 시기가 시기인 만큼 눈에 들어오는 이름이죠. 상실감을 감추는 사람이 있는 반면 상실감을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도 제 자신에게 일어난 고통스러운 일이나 사건을 머리와 마음속에서 떨쳐내기 위해 의미를 부여해오곤 했습니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제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으며 결과적으로 억울하기도 했지만 기나긴 고통속에서 지내느니 과거보다는 미래를 생각하며 살자라는 생각으로 이겨냈습니다. 아마도 이겨냈다기보다는 시간이 지나 그 상실감이 점점 가라앉게 된 것이겠지요.
부모님 두 분이 돌아가셨을 때도 슬픔에 빠지지 않은 것은 지병으로 인해 오래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이유가 컸을 것입니다. 상실을 이미 예상하고 받아들였다고 생각합니다.
슬픔의 마지막 단계인 수용을 지나 '의미'를 찾는다면 고통이 아닌 의미가 부여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슬픔을 겪은 많은 이들의 이야기와 저자 케슬러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죽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상실감, 극복, 치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본다면 뜻밖의 고통이 찾아왔을 때 조금은 덜 괴롭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생과 삶, 죽음에 대한 의미를 찾아보는 것 자체로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한국경제신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