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펫숍 오브 호러즈 Petshop of Horrors 3
아키노 마츠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D로 시작하는 단어에는 무엇이 있을까? 

여러분이 방금 떠올린 단어들의 상당수가, 한 만화 속 이야기의 이름이었다. 미국 차이나타운에서 펫숍을 운영하는 정체불명 꽃미남 D백작. 어둡고 슬픈 욕망에 이끌려 그 펫숍을 찾아가는 사람들. 펫숍 안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불가사의 생명체들. 펫과 공존하지 못한 인간에겐 반드시 비극이 찾아왔다. 옴니버스 스토리의 소제목은 모두 D로 시작하는 단어였다.

아키노 마츠리의 대표작 『펫숍 오브 호러즈』가 바로 그 작품이다. 10권으로 완결되자 아쉬워하고 그리워하는 독자가 많았다. 원성섞인 바람이 작가에게 가 닿았던지, D백작이 새로운 이야기를 들고 다시 찾아왔다.『신 펫숍 오브 호러즈』로. 벌써 단행본이 3권까지 나와 있다. 여전히 소제목은 D자 돌림이지만 무대가 달라졌다.

새 가게는 무엇이 존재하든 수상쩍지 않을 거리, 일본 가부키쵸에 자리잡았다. 사람들은 속속 찾아오고 D백작은 마음에 든 손님에 한해 숍의 ‘안쪽’을 공개한다. 분명 펫숍에 들렀으나 어째 사람이 그득하다. 인신매매 어쩌구 하며 손님이 당황하기 무섭게 D백작의 차분한 미소와 설득이 이어진다. 정신 차렸을 땐 이미 계산 다 끝난 뒤.

D백작이 안으로 인도하는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하나같이 마음에 큰 구멍이 뚫려 있다는 점. 때때로 이야기가 비극으로 치달을지언정, 펫은 잠시나마 구멍을 메꿔줄 위안이자 희망이 된다. 인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D백작의 행동 치곤 이상하다.  다른 생물을 존중할 줄 모른다고 인간 비난에 매양 열올리지 않던가.

허나 D백작 가라사대- 모든 생명은 똑같이 귀한 법. 단지 하나의 동물에 불과한 인간에겐 그도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을까. 끝인 줄 알았던 이야기가 다시금 환영을 받는 것도, D백작의 조심스러운 연민을 눈치챈 독자가 분명 많았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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