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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중국인의 삶
다이 시지에 지음, 이충민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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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 해문클럽 이벤트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세 중국인의 삶은, 모두 귀도라는 섬을 배경으로 한 세가지의 단편 소설이 수록된 소설집이다. 실제 귀도라는 곳이 있나 찾아보니 정보가 없다. 소설 속 설정된 귀도라는 곳에 대한 풍경이나, 집이나 교도소와 같은 장소, 물건들을 생동감있게 전해지는 간결하면서 깔끔한 묘사가 정말 좋았다. 귀도라는 섬에 폐가전 제품 재활용장이 들어서고, 그 곳에서 나온 납이나 수은같은 중금속으로 인해 비극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환경 오염 뿐만 아니라, 그 곳에서 살고, 또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치명적인 후유증과 병을 남긴다.
조로증에 걸린 소년의 이야기인 < 호찌민 >, 영화 카사블랑카의 남자 주인공인 보가트가 담배피는 모습과 닮아 보가트로 불리는 저수지 관리인과 납중독된 그의 부인에 대한 이야기 < 저수지의 보가트 >, 중금속 중독으로 미치광이가 되어 쇠사슬에 묶여 생활하는 형을 둔 청년, 그리고 그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 < 산을 뚫는 갑옷 >까지. 세가지 소설 모두 간결한 문체로, 중국의 비극적인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데 서슴없다.

평소 막연하게 낯설고 어렵다는 느낌이 들어서 중화권의 책이나 영화, 드라마를 즐겨보지 않는 편이다. 같은 아시아 국가이면서도, 정치나 경제체제가 달라서인지 쉽게 그 문화나 사회상이 와닿지 않기도 해서 기피했던 것 같다. 중국 뿐만 아니라, 러시아나 중동국가들의 소설도 그랬고..
우선 번역도 아주 매끄럽고, 이야기 자체가 흥미로워서 전혀 어려움없이, 되레 진짜 재밌게 읽었다. 작가의 다른 소설과, 다른 중국 소설도 찾아보고 싶을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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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소원을 말하시오."
"벙어리 여인의 두부를 먹고 싶습니다."

/

"수인 번호?"
아이는 대답에 귀를 기울였다.
"9413."
아이의 입술에 너그러운 미소가 그려졌다. 아이는 확신했다. 자신이 더 잘할 수 있었다.


< 호찌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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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에 다시 고요가 돌아왔을 때 네 아버지는 땅에 떨어진 탄피 두 개를 주웠어. 나한테 하나를 주고 하나는 자기가 가졌지. 네 아버진 한 마디도 안 했어. 너도 알다시피 보가트는 원래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잖니. 하지만 나는 그 행동이 마음에 들었어. 그이에게 그 탄피들은 이후 우리를 남편과 아내로 묶어주는 계약의 증인이었던 셈이야."

/

"날 원망하지는 않지?" 그가 물었다. "방법을 생각하느라 너무 몰두해 있었어."
"무슨 방법?"
"3천 위안을 구할 방법. 할머니랑 통화하는 소리 들었어."


< 저수지의 보가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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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중국의 성모마리아>라고 불러야겠다."
그는 이 문장만큼은 전혀 더듬지 않고 똑똑히 발음했다.

/

천산갑이 멸종한 까닭을 이해하려면 중국 전통 의학의 특이한 시적 감수성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박쥐는 어둠 속에서 날아다니므로 박쥐의 똥은 실명에 특효약이 확실하고, 해삼은 남근과 닮았으므로 정력제로 그만이며 해삼을 먹으면 해삼만큼이나 거대한 성기를 갖게 되리라는 것이다. 천산갑의 경우, 중국인들은 산을 뚫는다는 그 동물의 능력에 매료되었다. 깊은 동굴과 어두운 협곡이 자리한 산보다 여인의 몸과 비슷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 천산갑 고기를 먹으면 당연히 여인의 신비스러운 동굴을 천산갑만큼이나 깊숙이 파고들 수 있을 것이다.

/


녀석을 어미와 함께 묻어주지 못한 게 안타까워. 그 천산갑계의 성모마리아, 몸을 펴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던 그 비늘로 뒤덮인 공은 가건물 안에 묶여 있는 아들을 씻겨주던 우리 어머니의 손만큼이나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어.
내 그림이 이렇게 극도로 간결해진 건 바로 그래서야."


< 산을 뚫는 갑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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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불행한 아이 문지 푸른 문학
유니게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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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불행한 사람을 보고 안도하는 마음, 이보다 슬픈 마음이 있을까. 그 슬픈 마음을 담담하게, 결국에는 서로 각자의 방법으로 극복해내는 아이들이 나온다.

소설 < 나보다 불행한 아이 >에는 친아빠 얼굴도 모른채로, 우울증에 걸린 엄마에게 방치된 아이 달아와, 교회 베이비박스에서 버려진 아이인 찬이 있다. 그 두명의 시점이 번갈아 전개된다. 소개된 내용으로만 보면, 누가 더 불행한지 비교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다만, 책을 다 읽고난 입장에서 보았을 때, 책의 제목처럼 불행한 아이는 없다.
달아에게는 자신을 믿고 따르는 귀여운 동생 유지가 있고, 대가없이 엄마를 대신해 그들을 보살펴주는 옆집 아주머니도, 존재도 몰랐던 손주들과 기꺼이 함께 사는 할머니도 있다. 교회 베이비박스에 버려졌지만, 마음씨 좋은 부부에게 입양되어 친아들인 형과 차별없이 키워주시는 부모님도 만났다. 하지만 세상 모두가 그렇듯 우리는 모두 각자의 아픔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둘은 서로 비슷한 아픔으로 둘은 친구가 되고, 상처를 주고 또 치유하면서 성장한다.

아이들의 심리를 단순한 묘사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표현들로 청소년은 물론, 초등학생도 쉽게 읽을 수 있어 어린이들에게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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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속에서 >

달아는 아빠의 얼굴만 모르지만, 찬은 부모의 얼굴을 모두 모른다. 달아는 어쩐지 마음이 놓였다. 적어도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억울한 사람은 아니었다. 자신보다 더 불쌍한 아이도 있다는 것에 안도했다.

\


달아는 고맙다고 말하는 대신 할머니를 보며 씽긋 웃었다. 할머니도 씽긋 웃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 나니 진짜 가족 같은 느낌이 들었다.


\


"그 당시 나는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어. 그것으로 인해 너무 소중한 것을 잃었어."
"소중한 거라면?"
"처음엔 자유를 잃었다고 생각했단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 나는 나 자신을 잃었던 거야." 할머니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다른 사람에게 찬사받기 위해 내 삶을 포기하려고 했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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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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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보다 Vol. 2 벽 SF 보다 2
듀나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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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주제가 주어지면 연상되는 것들을 통해 글을 쓰는건 흔한 일이다. 논술이라든지, 글짓기, 간단하게 삼행시 같은 것들은 일반인들도 줄곧 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 것이 SF의 범주로 넘어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가지 사물, 물질을 주제로 SF 단편 소설을 만들어내는 이들의 능력에 감탄한다. 또한, 이 한가지가 1개의 의미로만 국한되지 않고 여러의미로 넓혀진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그래, 지금 너희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그걸 방패막이 아니라 벽이라고 불러."

< 월담하려다 접천 > 이서영

•••

벽이 있다는 건 이렇게 좋은 거구나.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상대방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을 본다는 건.

< 무너뜨리기 > 이유리

•••

"넌 그런 걸 어떻게 알아?"
"엄마한테 들었어. 엄마는 엄마의 엄마한테 들었고."
가장 중요한 지식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엄마가 죽거나 아기가 죽으면 이야기는 끊어지고 경험과 지혜가 사라진다. 검은깃털은 그래서 무르무란을 바위 벽에 새겨야겠다고 결심했다.

< 무르무란 > 정보라



이번 SF보다 vol.2 — 벽. 인트로에서 설명된 바와 같이 벽은 나누고 제한할 수도, 열고 연결할 수도, 하나의 세계가 될 수도 있다. 물리적인 벽, 심리적인, 가상의, 또는 실제의 벽. 각각의 단편들이 어떤 벽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 냈을까, 어떤 벽을 마주할지 생각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우리들도 살면서 수많은 벽을 마주한다. 고개를 돌리기만 해도 뒤엔 하얀 벽이 있다. 오늘만해도 나와 맘이 맞지 않는 아빠에게 벽을 쌓다가 금세 허물었다. 현재 나에게 주어진 벽이 무엇이고, 난 그것을 부술지, 기댈지, 세울지, 뛰어 넘을지 생각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된 게시물입니다.
#SF보다 #SF보다_벽 #SF보다_서평단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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