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이라는 여행 - 황학주 포토에세이
황학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이로움이 있다면, 삶에서 가보지 못한 길을 찾는 데서, 일단 눈의 가득함을 채워주는 데에 있을 것이다. 황학주는 가보지 못한 길이 아닌 가지 않은 길에 발을 내려놓는다. 가지 않는 길, 초록으로 뒤덮인 아프리카의 어느 대지 속에서 피어나는 것들 속에서 언제가는 사라질 것을 읽어내고 버펄로나 소영양에게서 사람의 어버이, 인간의 기원이 있음을 찾아낸다. 그리고는 세상어디에도 밥벌이의 고단함이 없는 곳은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 그의 흑백 필름 속에서 묻어난다.




 사랑이 부족해 배가 나온 아이들, ‘잡풀 하나 없이 한번 밀집해 평생 한 비탈에 붙어 있는 마을은 오물의 진흙, 모두가 장화를 신고 길을 끌고’ 다니는 아이들과 시인은 춤을 추고 기차놀이를 한다. 황학주는 말한다. ‘인간 근처에 있는 인전도 없이 인간으로 있는 것들, 모두 여기서 만개한 것 아닌가’. 아프리카는 동물을 비롯한 자연이 가장 건강하게 생존하는 공간이지만, 동시에 배고픔이 죽음과 바로 맞닿아 있는 고난의 공간이다. 그의 카메라가 그곳들을 찍어내는 것이 아닌, 그의 눈이 흙을 만진 그의 손이 여기 곳곳에서 느껴지며 어느새 눈가가 젖는다. 없음이라는 것, 삶에 대한 마침표가 그렇게 쉽게 찍어지는 가에 대한 씁쓸함이다.




 그에게는 사막에서의 오아시스도, 어머니도 ‘당신’ 만큼 버틸 수 있는 버팀목이 되지 못한다. 황학주의 당신, 당신은 대체 누구일까. 황학주는 글 머리에 ‘책 속에서의 당신은 내가 세상에 없던 아주 오랜 과거의 시간을 다룰 때조차 나와 관계하고 실재’한다고 했다. 황학주의 당신은 지상의 슬픔이 쌓이고 쌓인 피렌체의 고봉이기도 하며 토스카나에서 밤나무로 종일 깎은 아름다운 뿔이기도 하다. 우리는 떠남으로서, 떠남으로부터 너를 알고 나를 알게 된다. 시인은 그것을 사랑이라 칭하고 베네치아의 바닷물이 차오르는 강가에서 ‘당신’과의 첫사랑을 맨발에 비유하며 당신에게로 걸어간다. 베네치아에서는 무엇보다 당신의 ‘내력’이 숨어 있다.

 

 이 책은 여행을 막 떠나려 하는 사람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는 지침서 보다는, 삶 속에서 읽을 것을 권한다. 혼자인 밤에, 해질 무렵 지하철에서도 좋다. 어디에도, 사랑은 있기에, 우리에게 ‘당신’이라 일컬을 수 있는 사랑은, 길은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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