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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다이 獨 GO DIE - 이기호 한 뼘 에세이
이기호 지음, 강지만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거리에 촛불이 만발이라면, 할 말, 안할 말 가리지 않고 여기 언어로서 그 뜨거움을 대신하는 사람이 있다. 촛불 든 사람에게 촛불이 목소리라면, 그에게 촛불이라 함은 아내의 포털사이트의 즐겨찾기 중에 정당 홈페이지가 등록 되어 있는 것을 보고 너 거기 정당 회원이냐며 발끈 하여 묻지만, 아내에게 그것은 유머라는 것을. 하루아침에 땅값이 올라 졸부가 되어버린 사람이 들끓는 나라라고 하지만, 저 출산 국가라고 하지만, 아내에게는 비정규식과 갓 태어난 아기가 있다는 것을 온 몸에 예민한 촉수를 더해 얘기하는 여기 소설가 이기호가 있다.
우리에게는 불편하고 두텁기만 한, 대체복무제에 대해서 그는 그것이 우리의 ‘본전 생각’ 때문이라고 말한다. ‘나도 당했으니 너도 한번 당해보라는 우리들의 의식 때문’ 이라는 그의 말에 우리는 새삼 신문 일면을 통해 우리의 주관을 가늠하고, 따라야 했던, 매스컴적인, 삶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수많은 원인과, 방책이 다 무슨 소용이랴, 종교고 신념이고 사실 그것이 우리의 본전의식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는 왜 알지 못했을까.
그런 우리들의 초상을 이기호는 ‘네비게이션에 네 영혼의 길을 묻지’ 말라고 또 한번 말해준다. 길이 나있음은 곧 두 갈래, 세 갈래의 길이 나있음을 알면서도 우리는 그저 빨리 빨리를 외치며, 가장 빠른 지름길로 가는 듯 네비게이션에 따라 간다. 우리에게 강줄기는 강남과 강북을 경계 짓는, 그 덩어리들을 연결해주는 길목으로 생각하고 작용 될 뿐 우리가 강을 거꾸로 거슬러서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거나 강가에 앉은 사람들을 보지 않는다.
이기호의 글들의 이미지는 옷으로 따지만 츄리닝에 가깝고 날씨에 따지면 초여름 밤의 그 청아함에 가까우며 음악으로 따지면 발라드와 뽕짝을 섞은 장르불문의 무엇이며, 이 시대의 가장인 아버지의 상보다는 이 시대의 ‘스팀’ 우리들의 목소리 그리하여 진정 이 시대를 얘기하고 반성하는 소설적인 삶을 사는 소설가에 더 가까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