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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아카데미 ㅣ 해를 담은 책그릇 1
섀넌 헤일 지음, 공경희 옮김, 이혜진 삽화 / 책그릇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마지막으로 읽은 약 3주쯤 된 것 같다. 하지만 오늘 그 기간에도 불구하고 그 중 한 부분이 날아와 숨을 막아버렸다. 내 숨은 입에서가 아니라 눈에서 눈물이 되어 고였다. 많은 소설에서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는 장면은 잘 나온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가 아니라 나를 직시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나의 죄를 직시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정말 그랬다. 나 역시 다른 이에게 분노하면서도 손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이렇게 만든 부분은 이런 내용이다. 게르티가 벽장에 갖혀 진도를 따라가지 못해 미리는 도와주려고 했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말하는 것은 규칙을 어기는 일이므로 미리를 손바닥을 맞게 되었다. 그 밖에도 선생님의 수업방식에 반대하며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게 되었다. 물론 서로 착각이었음을 알게 되지만...
우리반에는 S라는 아이가 있다. S는 2학년때도 같은 반이었다. 약간의 정신장애가 있는 아이다. 또한 눈도 나빴다. 우리 엄마가 그 학교 특수반 선생님이어서 엄마도 S를 알고 계셨다. 그땐 애들이 순수했기 때문일까? 내 기억이 희미해서 일까? 아니면 그때는 내가 미리같은 아이였기 때문일까? 아무튼 그 옛날에는 별탈없이 잘 지냈던 것 같다. 어쩌면 선생님의 s의 장애 여부를 숨겼기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니,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현재 선생님은 다 말씀하셨다. 아마 다른 애들이 짐작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셨겠지. 하지만 s가 있는 앞에서 '유치원 수준'이라느니하는 말은 좀 심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s를 아무것도 못하게 하는 것도 있는 것도 그렇다. 도움을 주면서 작은 일이라도 하게 하는 게 오히려 그 아이에게 나은 일이다.
어쩌다 보니까 이상한 이야기로 가고 있었는데, 아무튼 선생님이 s의 장애를 밝히신 순간 애들의 태도는 90도 달라졌다. 180도랄 것은 없다. 원래 겉모습때문에 약간 피하던 애들이었으니. 그리고 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남자애들이 s를 전염병 환자로 대하고 있는데, 어떤 여자애는 그 일을 주도 하고 있댄다.그리고, 우리반 모두가 학교폭력 속에 들어가고 있다. 내가 조금 심하게 생각한 걸 수도 있지만... 나는 친구들에게서 담뱃재따위가 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최대한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s한테 친절하게 말하주는 게 고작이었다. 친절하게.. 하지만 그 아이는 나한테마저도 문을 조금 닫은 듯했다. 아니면, 내 주위의 아이들 때문이거나.
오늘, 참 많은 일이 있었다. S가 웃었다고 욕을 하는 남자애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었다고 썩었다느니하는 말을 하는 더러운 남자애들. 그리고 그 모습을 웃으며 지켜보는 여자애들. 원래 탈의실에서 남자가 옷을 갈아입어야 하지만 남자애들이 다 갈아입으면 여자애들도 사용할 수 있다. 만약 다른 여자애라면 어땠을까? 남자애들은 물론 난리를 피웠겠지만 욕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자애들도 왜 그러냐고 따지고 들었을 것이다.
아니면 내가, 이런 소심하고 친구들에게 지나치게 매달리는 내가 아니라 미리같은 아이였다면 어땠을까? 눈앞에 선선히 그려진다. S의 책상 앞에 버티고 서서 이 애가 뭔 일을 저질렀다고 이러냐고 쏘아붙였을 것이다. 당당하게. 미리도 불의와 싸우다가 따돌림... 비스무리한 것을 당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상황에 처하지 않았던가. 비록 그런 일을 당하더라도 말 할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오히려 따돌림 당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S와 나에게 왕따를 시켰다면 벌은 두배로 받을 게 아닌가. 이상한 일이지만 기분이 좋다...
하지만 나는 가슴에서 끓어오르는데도 내뱉지 못하는 겁쟁이에 불과하다. 혹여 친구들사이에 속해지지 않을까봐. 참.......... 웃긴 아이다. 월요일, 다시 학교로 돌아가면 단 한마디라도, 그 말을 하고 엎드려 울지라도 그 한마디를 하고 싶다. 제발.. 미리의 힘이 나에게로 왔으면 좋겠다. 아니, 그 정도를 못한다면 선생님께라도 말씀을 드려야 겠다... 꼭!
어쩌다 보니 책의 한 부분을 빌어 횡설수설하는 독후감을 쓰고 말았지만, 나의 진정한 마음이었기에 이런 것이다. 혹시나 내 마음을 외면하고 진실을 왜곡할까봐 수정도 못하고 올리려는 글이지만 누군가가 나의 이 바램을 들어줬으면 좋겠다. 특히 선생님이 이 글을 확인하시고 나까지도 벌하시면 오히려 마음이 편하겠다. 그럼 난 밀고자가 아니고, 죄값을 치르게 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