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의 집밥레스토랑 - 이정현의 행복한 집밥이야기 101가지 요리
이정현 지음 / 서사원 / 2020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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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얼마 전 티비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보게 된 이정현 씨의 요리 장면.

내가 봤던 장면은 이정현 씨가 '바질 페스토'를 만들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나에게 '바질 페스토'는 레스토랑에서나 접할만한 것이었고 심지어 이름도 정확히 알지 못하고 먹었던 것이었다.

'이걸 저렇게 후딱 만들어?'

'많이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고, 두고두고 먹으면 되겠다.'라는 생각이 요리를 즐겨 하지 않는 나의 머릿속에 스쳤다.

그렇게 이정현 씨의 요리하는 모습에 빠져들어 티비를 보게 되었는데 병원에 계신 엄마와, 병간호를 하고 있는 언니의 조카들과 다른 가족들(책을 보고 알았는데 직계가족만 20명이라고 한다)을 위해 도시락을 만드는 모습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정말 요리를 좋아하지 않으면 힘들기만 할 그 일을 즐겁고 보람된 마음으로 하는 그녀를 보고 대단하다 싶으면서 나도 따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살짝 들었는데 내가 나를 알기에 '그냥 사먹자'라고 결론을 내렸다. ㅎㅎ

 

그런데 이런 나의 마음이 순식간에 또 바뀌었다.

그 이유가 '이정현의 집밥레스토랑'이라는 책이 출간이 되었단 걸 알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요즘 이정현 씨 요리 잘 하는 게 소문이 났고, 그래서 출판사에서 책을 내자는 제의가 들어와 뚝딱 만든 책이겠지'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이다. 정말 이런 생각을 스치듯 하며 반신반의했던 것에 대해 이정현 씨와 출판사에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정성스럽게 잘 만들어진 책이라 좀 놀랐다.

 

서점 온라인 사이트에서 본 책의 이미지로만도 책의 두께가 꽤 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는데 이렇게 많은 음식의 레시피가 들어가 있는지는 몰랐다.

무려 101가지나!

나처럼 요리를 잘 하지 못하고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알 것이다.

아무리 많은 가짓수의 레시피가 있어도 만드는 방법이 복잡하면 내가 만들 수 있는 음식은 고작 몇 가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래서 요리책 대신에 내가 만들기 쉬운 음식을 인터넷에 검색하며 가끔씩 따라 하곤 했는데 그러다 보니 만드는 음식은 늘 거기서 거기고, 핸드폰을 보며 요리를 하는 거라 요리를 하다가 레시피를 다시 확인하려고 하면 핸드폰 화면이 닫혀 버리는 불편함이 있었다. 내가 따라 하기 쉽고 잘 해먹을 것 같은 음식들로 되어 있는 요리책을 만나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는데 드디어 만난 것 같다, 그 요리책.

 

 

책 표지에 QR 코드가 있어서 핸드폰 카메라를 갖다 대면 '이정현의 집밥레스토랑 유튜브 바로가기'가 가능하다.

 

책을 읽을 때 가장 먼저 책의 맨 앞에 적힌 '작가의 말'을 읽는 편이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어려서부터 일 년 중 반 이상을 아버지 직장 동료들, 친척들, 지인들을 초대해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대접해드리는 어머니를 보고 자라서 그런지, 저 또한 사람들을 초대해서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기쁨이 컸습니다. (p4)

 

어릴 때부터 어머니 어깨 너머로 요리를 따라 해보면서 흥미를 가졌고, 어머니를 통해 나눔의 정도 배우면서,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어머니에게 요리를 즐길 수 있는 행복한 유전자를 받은 것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p7)

 

작가의 말을 읽으며 마음이 따뜻해지기는 좀 오랜만이다.

뭐랄까... 티비에서 노래하고 방송하는 모습에서의 이미지와는 좀 다른 모습의 이정현 씨를 책을 통해 만난 느낌이다.

이 모습도, 저 모습도 한 사람의 모습이겠지만 난 요리하는 그녀의 모습과 책 속의 문장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모습이 더 따뜻하게 느껴지고 정감 간다.

 

책에 대해 소개를 하자면

그릇에 대해, 요리에 대해 욕심 없던 내가 당장 그릇 쇼핑을 하고 싶게 만들고, 회사일을 접고 하루 종일 요리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신기한 책이다!

진심이다 ㅎㅎ

다양하고 예쁜 디자인의 그릇에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놓여 있는 모습을 보니

집에서도 이게 가능하구나.. 싶고, 나도 내 남편에게 이렇게 만들어 주고 싶어진다.

 

책으로 보면 사진이 또렷하고 예쁜데 사진으로 다 담아내지 못해 많이 아쉽다.

첫 번째 사진에서의 그릇들의 모양도 하나같이 다 예쁜데 두 번째 사진에서의 저 그릇. 정말 물어보고 싶다. 어디서 샀는지... 너무 내 취향이다 ㅠㅠ

 

이정현 씨는 음식과 그릇은 정말 뗄 수 없는 실과 바늘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어려서부터 그릇을 정말 좋아했고 신인 작가의 그릇부터 이름 있는 작가나 브랜드 등의 그릇을 모으는데 세일할때 구입을 한다고 한다.

 

위의 사진 두 장으로도 그릇의 중요성이 느껴진다.

주말부부로 주말에만 남편을 만나는 내가 남편에게 해주는 음식이 고작 몇 가지 안되고 그릇도 늘 사용하는 똑같은 것들이란 사실에 남편에게 좀 미안해진다.

갑자기 나도 예쁜 그릇에 맛있는 음식을 담아 사랑하는 남편에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욕심내면 또 작심삼일 될 테니 욕심내지 말고 그릇도 여유 있을 때마다 하나씩 구매 해두고, 음식도 쉬운 것부터 하나씩 해봐야지.

 

이정현 씨의 많은 요리에는 '이정현의 만능 간장'이 사용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dBiQ9vFY0aI&feature=youtu.be

이 유튜브를 보니 한번 만들어 냉장보관해 두면 두고두고 여러 요리에 사용할 수 있겠지만 당장 쉽게 뚝딱 만들기는 어려울 수 있으니 나 같은 사람을 위해 '만능 간장 대체 소스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만능 간장 만드는 과정을 보니 유자청이 들어간다.

유자청의 향긋함 때문에 간장을 만들고 난 후에도 유자를 버리지 않고 음식에 따라 사용한다고 했는데 내가 지금 문득 든 생각은 설탕 대신 냉장고에 있는 유자차를 넣어보면 어떨까 싶다. 느낌에 망치진 않지 싶은데... 아닌가? ㅋㅋㅋㅋ

 

 

그리고 나처럼 '요알못'인 사람들이 요리책을 볼 때 가장 난감한 게 '대략, 조금, 살짝'이라는 표현인데 요즘은 이렇게 친절하게 종이컵과 수저로 보여주니 참 좋다.

 

내가 방송에서 보고 만들어 보고 싶었던 바질 페스토!!

내가 요리책을 많이 접해보지 못해서 다른 요리책들도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마음에 들었던 2가지는

첫째, 생략 가능하거나 대체 가능한 재료는 괄호 안에 표기를 해두었다는 것

둘째, 모든 요리는 아니지만 많은 요리에 QR코드가 있어서 핸드폰 카메라를 갖다 데면 유튜브 방송으로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이유 덕분에 이 요리책을 정말 잘 활용해봐야겠단 마음이 자꾸자꾸 올라온다. 110개의 레시피 중 일부만 눈으로 휘리릭 본거지만 재료도 구하기 쉽고, 만드는 과정도 정말 단순해 보여서 얼른 마트에 가서 장부터 보고 싶은 마음이다.

 

요알못인 내가 요리책 추천은 한 번도 없었지만, 이 책은 정말 강추한다.

'이정현의 집밥레스토랑' 정말 잘 만들어진 책이란 생각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 같다.

맛있는 요리를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음식으로 더 행복해지길 바라는 이정현 씨의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라 더 고맙게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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