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전에 승무원 하고싶다
최은유 지음 / 백산출판사 / 201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고등학교 때 꿈은 승무원이 되는 것이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좋은 직업들보다도 내 돈 들이지 않고 세계 곳곳을 누빌 수 있는 승무원이 나에겐 더 멋있어 보였고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

나는 키도 작은 편이고 외모는 지극히 평범했던지라 승무원이 되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내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한마디로 정말 그 일이 하고 싶어서 절박한 마음이 있다기보다는 그냥 막연한 동경이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대학 때의 단짝 친구는 내가 갖고 있지 않았던 '승무원이 되고 싶다는 열망과 절박한 마음'이 있었다. 그녀는 먼저 영어 실력을 늘리기 위해 영국 어학연수를 갔고 그곳에서 외국 항공사에 지원을 하며 필요한 것들을 차근차근 쌓아 나갔으며, 한국에 돌아와서는 승무원 학원을 다니며 준비를 하고 마침내 그녀가 원하는 승무원의 꿈을 이루었다.

그 친구는 내가 그녀와 같은 항공사에 함께 근무를 하며 두바이에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나를 데리고 승무원 학원에 가서 상담을 받게 했는데.. 내가 키가 작은 편이기도 했지만 또 팔까지 짧아서 암 리치가 모자랐고(비행기 안 캐비닛 높이까지 팔이 닿지 않았다) 친구는 까치발을 최대한 해서 닿기만 하면 된다고 다시 해보라고 했는데 정말 이상하게도 나에겐 그 암 리치가 너무 높았고 그 높이에 미치지 못했다. 그리고 상담해주신 분이 나보고 치아가 보이게 웃어 보라고 하시더니 내 치아가 덧니가 있는 건 아니지만 치아 끝부분이 뾰족하다고 해야 하나? 일자가 아니니 치아도 좀 갈아야겠다고 했다.

승무원이 꼭 되고 싶다는 절박한 마음이 있지도 않았던 터에 이런 얘길 들으니 그냥 승무원은 내가 갈 길이 아니란 생각에 마음에서 지웠다.

그러니까 이게 약 15년 전의 일인가 보다.

우연히 알게 된 『죽기 전에 승무원 하고 싶다』라는 책을 보니 예전의 내가 떠올랐다. 잊고 있었던 나의 꿈이랄까?

지금 이 나이에 가당치도 않다는 것은 알지만 제목이 마음을 끌어 펼쳐 보니 저자가 처음 승무원이 되기까지의 여러 번의 실패의 과정 속에서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아닌 승무원이 꼭 되어야겠다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어떻게 준비를 했는지.. 면접에서 어떤 대답은 합격에 가까운 대답이고 어떤 대답은 불합격에 가까운 대답인지 등을 잘 풀어 놓았다.

승무원이 되기 위해 중요한 몇 가지가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 이상의 영어 실력이라던가, 친절해 보이는 인상이라던가, 키가 많이 작지 않아야 한다거나 등등 말이다.

그런데 이 저자가 인터뷰 때의 대답이 어떤 게 좋은지 설명한 부분들이나 그녀가 남들보다 1년 6개월이나 빠른 승진을 하게 된 사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영어 실력도, 외모도 결정적인 원인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음'이었다. 인터뷰를 하는 사람들이나 승객들과 서로 소통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그 마음 말이다.

때로는 미리 준비된 것들도 있었겠다. 면접 인터뷰나 승객을 대할 때의 기본적인 매너 같은 것들은 사전에 준비된 것이기도 하겠지만 그녀의 즉흥적인 반응들.

그 상황에 맞게 상대방의 입장에서 배려하고 소통하려는 그 마음들이 결국 가장 중요한 순간에 빛을 발하지 않았나 싶다.

예전에 그 대학 친구가 나에게 "외국 항공사의 경우 영어랑 외모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까다롭지 않은 것 같은데 면접에서, 그룹토의에서 대답을 잘 하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다"라고 말했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러면 어떻게 대답을 하는 것이 좋은 것이냐.. 지금 한참 승무원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어린 친구들에게 이 책은 그 분위기를 파악하는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승무원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어릴 때도 그랬지만 현재의 나는 여전히 절박하게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지 못 한 느낌이다.

막연한 생각만이 아닌, 구체적으로 그 꿈을 꿈꾸며 준비하는 것.

마흔이 넘은 나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책을 덮고 나서 생각해본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며 내가 밥 벌어먹고 살 때 조금 더 행복할 수 있을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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