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링느링 해피엔딩 - 세상에서 가장 바쁜 아빠와 세상에서 가장 느린 딸이 보낸 백만 분의 시간
볼프 퀴퍼 지음, 배명자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읽은 때 : 20171101 ~ 20171102 (2일)

책을 두 장 정도 넘겼을 때 느낌이 딱 왔다! 내가 좋아할 내용들이구나 싶은.
예감대로 이 책에 밑줄 그은 곳이 엄청 많다.

[책에 소개된 작가와 책의 내용]
1973년 독일에서 음악가의 아들로 태어났고 군대에서 전역한 뒤에는 아이들을 가르쳤다. 이후 국제환경정책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수년간 라틴아메리카 열대우림에서 시간을 보내며 생명의 다양성을 연구했다. 유엔 한경프로그램의 지원으로 아프리카에 파견을 가기도 했고 유엔 감사관으로 전 세계 환경 정책과 관련된 감시 활동에도 참여했다.
그렇게 성공 가도를 달리며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대학교 교수로 임용을 앞둔 어느 날, 그는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포기한다.
근육실조증을 앓는 딸이 건넨 "아빠, 아주 멋진 일만 생기는 백만 분이 있으면 좋겠어."라는 말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갖고 있는 모든 물건을 팔아 '백만 분'을 만들고 아내, 딸 니나, 아들 시몬과 함께 태국을 시작으로 여러 곳을 약 2년(백만 분) 간 여행을 한다.
그의 삶은 빛나는 경력 대신 해변에서 모닥불 피우기, 바다에서 보트 타기, 딸과 함께 늦잠 자기, 흙으로 집짓기와 같은 일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니나의 말처럼 '조바싱 내지 않고 느링느링 살기'위해 그는 가족과 함께 두 번째 여행을 준비 중이다.

아빠 : 볼프
엄마 : 베라
딸 : 니나
아들 : 시몬 (니나는 시몬을 '미스터 시몬'이라고 부른다.)


무엇보다 가장 큰 균열은 중요한 일에 쓸 시간은 없고 다른 모든 일에 시간을 쓰는 것만 아주 당연하게 여겼던 사고방식에 생겼다. (p15)

"여보, 당신 인생은 이미 여기 있어. 지금 여기 있는 당신 인생에 기회를 줘야 해. 그게 진짜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p46)

니나는 8개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생각할 것이 아주 많은 것처럼 심각한 얼굴로 고집스럽게 먼 곳만 보았다. 말을 걸어도 아무 반응이 없었고 관심을 끌기 위해 온갖 유치한 장난을 쳐도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앞에서 얘기한 '교감의 기쁨'은 기대할 수도 없었다.  (p68)

그러나 조급한 어른들의 과도한 '빨링빨링' (니나는 이렇게 발음했다)에 대해서는 변함없이 '느링느링'으로 일관했다. 느림의 정도가 상상을 초월해서 그저 기가 찬다고 밖에는 표현할 말이 없다. (p71)

책의 내용에 따르면 니나는 찍찍이 운동화 한 짝을 신는데 4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걸 참고 기다려줘야 하는 부모는 얼마나 답답했을까 싶다. 니나는 모든 아이들에 비해 모든 일에 월등히 늦다.

니나가 영원 같은 시간 동안 혼자 양말을 신으려 애쓰는 동안 나는 옆에서 입술을 깨물며 숨을 참았고 니나는 틀림없이 내 행동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최근에 이런 일이 더 자주 생겼다. 숨을 내쉬는 걸 잊었다. 시간 압박 때문에, 그때 니나가 헛된 손동작을 멈추고 나를 올려다보며 달래듯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조바싱 내지 마!"
나는 정말 큰 행운을 가졌다. 이 조그만 꼬마 소녀가 나의 조급증을 그토록 잘 참아주니 말이다. (p73)

'시간은 흐르는 물과 같다. 아무것도 머물지 않는다.'
삶을 그냥 '시간'으로 바꿔 부른 이 라틴어 명언에서처럼, 세월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르고 아무것도 제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그리고 최악은 바로, 나의 한심한 to do list에는 정말로 중요한 일들이 적혀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나의 to do list 맨 위에는 32포인트 볼드체로 '니나와 시간 보내기'라고 적혀 있어야 마땅했다. (p74)

"아빠가 자전거 타는 게 좋아."
긴 침묵 끝에 니나가 말했다.
(이때 아빠는 니나의 요구대로 니나의 자전거에 힘겹게 앉아서 겨우 페달을 돌리고 있었다.)
"우스꽝스러워 보여서?"
"아니, 아주 멋지게 느링느링 가니까. 아빠 먼저 휙 가버릴 수가 없잖아."

느링느링 갈수록 시간이 많다. 정말로 맞는 말이다. 쏜살같던 속도가 녹아내린다. (p80)

그다음 유엔 감사관으로 일하게 되었을 때, 돈은 넉넉했지만 시간이 없었다. 나중에 늙으면 아마 돈과 시간이 넉넉하겠지만 그때는 기력이 없을 것이다. 결국 꿈이 아니라 건강 유지를 위해 싸워야 한다.
절대 꿈을 이룰 수 없는 확실한 방법이 있다.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모든 조건이 갖춰질 '언젠가'를 기다리는 이런 기술을 써 왔던 것 같다. (p133)

하고 싶은 게 뭐야? 무엇이 되고 싶어? 니나가 백만 분의 시간을 소망한 직후부터 나는 마음의 눈으로 내 꿈들을 도화지에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머뭇거리며 점만 몇 개 찍었지만 어쨌든 내 도화지에도 큰 꿈의 흔적이 생겼다. 내게는 끊임없이 모험을 갈망하는 딸이 있었고, 기꺼이 지구 끝까지 함께 달려갈 아내가 있었고, 너무 일찍 깨우지만 않으면 얌전하고 착한 아이가 있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키포트가 필요 없는 소박한 자동차가 한 대 있었다. 우리는 이제 평범하게 살기는 이미 힘들어졌다는 걸 깨달았다. 뭘 더 기다리겠는가. 마침내 점 하나를 찍는 것, 그것이 곧 꿈을 꾸는 것이다. 그리고 꿈을 꾸는 것이 곧 꿈을 실현하는 것이다. (p136)

"딱 지금처럼 되고 싶어!" (중략)
"나한테 물었잖아. 뭐가 되고 싶으냐고."
"응."
니나는 여전히 개미에게 정신이 팔린 채 대답했다.
"딱 지금처럼 되고 싶어. 지금 우리는 여기 같이 있고 시간이 아주 많아. 우리는 우림을 맘껏 탐험하고, 얕은 물에서 잠수하고, 산에 오르고, 온갖 물건들을 발견하고, 시몬은 해변에서 걸음마를 배워....(생략)" (p138)

니나가 나를 멈추고 쓰러진 다른 나무 위에 올라섰다.
"자, 연설부터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니나가 양손으로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미스터 시몬이 소리 내서 웃었다.
"에. 그러니까, 이제 우리는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땅을 발견했습니다. 여행을 떠난 지 벌써 여러 달이 지났습니다."
우스꽝스러운 연설 중에 갑자기 뭉클하면서 울컥했다. 우스꽝스러운 연설인데 전혀 웃기지 않았다.
"우리는 거센 물살을 거슬러 헤엄쳤고 위험한 숲을 지났고 비를 뚫고 안개 낀 정상을 정복했습니다."
나는 연설을 정말로 웃기게 하려고 필요 이상으로 과장했다. 그러나 뭉클한 감정은 떨쳐지지 않았다. 예고도 없이 울컥 복받쳤다. 나는 목을 가다듬어야만 했다.
"우리는 아주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필요한 것보다 더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미지의 땅으로 오는 먼 여행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해냈습니다."
이제 정말로 목이 메었다. 아내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마침내 여기까지 왔습니다."
미소를 지으면서도 목이 메어 숨이 막혔다.
"이렇게 많이!"
나는 냉정을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문장이 점점 더 짧아졌다. 이렇게 감정이 복받칠 줄은 몰랐다. 하필이면 이런 장난스러운 연설 중에. 아내가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신뢰하고 친애하는......"
나는 열심히 단어를 찾았지만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친애하는...."
"모험가?"
니나가 말했다.
"그래. 그거야." (p140~141)

개인적으로 위의 내용이 가장 감동이었다...

며칠 뒤 니나와 나는 포마일비치에서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다. 진짜 카드는 34장뿐이었지만 열대아몬드 잎사귀로 만든 조커가 19장 들어 있어서 게임이 아주 빠르게 진행되었다. (p158)

"여행은 꿈이고 꿈은 모험이고 모험은 삶이고 삶은 여행이야."

한때 내가 꿈꿔 보기도 했던 삶의 모습이지만 나에겐 점 하나 찍을 자신감이 없어 그냥 막연한 '꿈'이기만 했고, 앞으로도 '꿈'이기만 할 그 무언가를 용기 있게 이루어 낸 이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도 느끼고 마음 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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