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림 - Travel Notes, 개정판
이병률 지음 / 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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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작은 일처럼 느껴지나 누구나 이렇게 마음 쓸 수는 없는 일.
그래서 더 기막히다고 느껴지는 사람. 멋지다.. :)

 

멕시코의 곤잘레스 할아버지는 기막힌 이발사였어. 60대의 할아버지였는데 그 손길, 있잖아, 일개 머리통에 불과한 것을 대하는 자세가 예술적이었어. 뭐랄까, 배려가 넘치면서, 정확하고, 심지어 부드럽기까지 했는데 중요한 건 이 모든 걸 전혀 생생내지도 부러 드러내려 하지도 않았다는 거야.
압권은 역시 면도였어. 그는 세 개의 컵을 가져다 나에게 향을 맡게 했는데 비누 거품을 만드는 그 통엔 각각 향이 다른 비누가 담겨 있었거든. 그 중에서 맘에 드는 걸 고르게 하는 거야. 이 정도면 이 할아버지가 얼마나 프로인지를 알 수 있겠지. 물론 머리 감길 때 역시 손님이 선택한 향비누로 머릴 감겨주더라고. 난 적어도 남을 위한 배려가 그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해. 한 가지 비누만으로 모든 손님의 머릴 감기고 면도를 해주는 것도 뭐 나쁜 일이긴 할까마는 왠지 존중받는 느낌이잖아.
내 머리카락과 수염이 존중받는 거잖아. 그 기분이 나쁠 리 없잖아.

다음 날 아침,
나를 깨운 건 이발소에서 내 머릴 감겨준 그 비누 향이었어.
달콤했어. 나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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