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비저블 서커스
제니퍼 이건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읽은 때 : 20171014 ~ 20171015 (2일)

책 중에 재미없는데 읽다 보면 재미있는 책이 있고 처음부터 재밌는 책이 있는데 나에게 이 책은 처음부터 재밌었던 책이고 코드와 잘 맞는듯한 느낌이었다.

[인비저블 서커스]
샌프란시스코의 히피 그룹 '디거'와 예술가 행방 전선, 글라이드 교회의 주최로 1967년 2월 24일부터 26일까지 열린 축제. 음주, 포르노에 관한 토론, 나체 시위 등 급진적이고 반사회적인 해프닝을 벌이고 이를 몇 분 간격으로 단신과 속보로 뽑아 신문을 배포함으로써 샌프란시스코 문화사의 전설이 되었다.

[책의 내용]
1978년 샌프란시스코. 열여덟 살의 피비는 버클리 대학 입학을 앞두고 무작정 유럽 여행길에 오른다. 생전 처음인 유럽에서 피비가 의지하는 건 여행책자나 지도가 아니다. 팔 년 전, 언니 페이스가 유럽을 여행하면서 집에 보냈던 엽서들이다. 페이스는 열일곱의 나이로 유럽에서 죽었다. 자살 외의 알려진 사인은 없다. 페이스의 죽음으로 몇 년 앞서 사별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여전한 가족들은 더욱 피폐해졌다. 피비 생각은 그랬다. 그러나 엄마도 오빠도 아버지와 페이스를 점차 잊어가는 것 같다. 재혼을 결정한 엄마와 그런 엄마를 적극 지지하는 오빠 베리에게서 피비는 충격과 배신감을 느끼지만, 변화를 모색하는 그들과 달리 과거에 얽매여 벗어나지 못하는 스스로가 답답하기도 하다. 도피하듯 유럽으로 떠난 그녀는 언니의 여정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언니의 흔적을 찾으려 애쓴다. 그러다 언니가 마지막에 이른 이탈리아의 코르닐리아에 당도하면 마침내 언니가 삶을 버린 이유도 알게 될 거라 믿으면서. 그러나 애써 여흥만 기록한 엽서가 유서가 될 수 없듯, 피비의 기대와 믿음도 페이스의 진실에 쉬이 가닿진 못한다. 언니의 진실을 찾아 나선 피비의 여행은 번번이 착각과 실망과 사고와 공포의 일지가 되어간다...

피비를 봉인해버리고 그녀의 현재 삶이 비현실적이고 의미 없음을 상기시키는 하얀 문.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감춰져 있었다. (p26)

"겁먹는게 당연하지." 아빠가 말했다. "두려움에 맞서지 마, 그게 비결이야. 두려움 속으로 걸어들어가. 모든 걸 놔버리면 다시 다 찾을 수 있어. 내가 장담해." (p56)

신기하게도 둘 사이의 긴장이 풀렸다. 피비는 오빠 방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우악스럽게 프라이버시를 지키려 한 배리의 태도와는 반대로 방은 관객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정돈되어 있었다. (p81)

유럽 사람들이 반바지를 입나? 엄마 말로는 피비의 속눈썹이 워낙 짙어서 필요 없다던 마스카라도 책상에 앉아 버클리 대학 앞으로 입학을 일 년 미루겠다는 결심을 밝히는 편지를 썼다. 편지를 봉하고 우표를 붙였다. 그러나 이 모든게 예방책처럼 느껴졌다. 병에 걸리고 나서 언제라도 입원할 수 있게 가방을 싸놓고는 그렇게 미리 준비해두면 병원 갈 일이 없을 거라고 희망을 걸었던 아빠처럼. "우산을 챙기면 오히려 비가 더 안 내리지 않던?" 아빠는 짐짓 쾌활하게 웃었다. (p134)

그래서 그가 그토록 두려워하는지도 몰랐다.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왜냐는 것이었다. 왜? 피비는 자문했다. 왜 사는 내내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이미 다른 사람의 것이란 말인가? (p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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