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내버려둬
전민식 지음 / 파람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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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미래, 기계 시스템이 삶을 지배하는 어떤 도시. 그 거대한 구조물을 몸으로 회전시키는 임무를 맡은 일명 ‘페달러’. 도시의 최핵심인 1212궤도를 움직이는 임무를 짊어진 페달러들은 다부진 허벅지와 완고한 집념의 소유자들로, 육중한 기계장치를 매일같이 굴리며 도시를 유지하며, 그 페달러 중 베테랑이며 리더인 탁수의 삶을 투영해서 이 소설의 전개는 이어진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닌 궤도에 의해 움직여지는 세상에서 지금 우리의 삶도 어쩌면 단순하고 궤도의 페달러처럼 소모품이며 구성원이 아닐까 싶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나라는 객체는 분명 나 자신에게만은 세상의 중심이겠지만 세상의 눈으로 본다면 나는 인간 세상의 한 부속품에 지나지 않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온전히 혼자만 산다면 그런 의문을 가질 필요도 없지만, 인간 누구나 결국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하기에 우린 구속에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 역시 알면서도 애써 외면해 왔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_‘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가 의도했던 것이 이 소설에 올곳이 느껴져 나의 삶도 살펴보는 희안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나의 삶 또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단조롭고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는 일상에 젖어들고 있지는 않은지... 그러므로 안주하고 있지는 않은지...

히로의 집 문의 비밀번호는 단순했다. 그의 궤도 넘버였다. ‘1212-50’은 그처럼 단순한 인간이었다. 분명한 목표를 좋아했던 인물이었던 것 같았다. 그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순수한 인간이었다. 순수한 인간은 자살 따위는 하지 않을 터였다. 아니 순수한 인간이라 다른 페달러들보다 죽는다는 사실에 쉽게 전염되는 것일까. 나는 금방 나의 가정이 편협하다는 걸 인정했다. 누구든 스스로 죽을 수 있었다. 순수한 인간이든 타락한 인간이든.
〈Ⅰ.오류들_ 흔적〉

나는 그 말에는 대꾸할 단어들이 떠오르지 않았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고 해서 그녀나 내가 궁금해하는 사실들이 밝혀질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망상에 가까운 기억들의 실체나 진실 따위를 밝혀낼 수 있을 거라 믿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나의 무의식은 자꾸만 궤도를 떠나게 했다. 무의식이 이끄는 대로 흘러왔다. 문이 열리면 이 세상과 완전한 이별이 될지도 몰랐다. 살아남을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몸과 마음은 알지도 못하는 세상을 보고 싶다는 열망으로 가득 차 심장이 델 정도였다.
〈Ⅱ.또 다른 오류들_ 단순한 반대〉

궤도의 페달러인 단순힌 일상에서, 동료 페달러인 ‘히로’가 실종되고, 그 자리에 신입으로 들어온 ‘아리’는 전임자의 행적을 궁금해하며 그의 잔흔을 쫓으며 알아가는 것에 대한 스토리인 이 소설은 SF소설의 상상력의 세계를 맘껏 보여주었으며 우주 평행선 세계인 듯한 지금 우리의 세계도 보여준다. 그러면서 나의 삶도 뒤돌아 보게하는 소설이였다

이 후기는 컬쳐블룸을 통해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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