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죽음에도 지혜가 필요하다 - 노화와 질병 사이에서 품격을 지키는 법
헨리 마시 지음, 이현주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9월
평점 :
노화와 질병 사이에서 품격을 지키는 법
이 책은 70대가 되어 은퇴를 하고 전립선암 4기 판정을 받게 된, 말기 암 환자가 된 의사가 우아한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 삶의 끝에서 가장 나다움을 되찾는 여정을 솔직하게 담고 있다.
“영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신경외과 의사이자 섬세한 문필가”
그를 두고 사람들은 이런 타이틀을 붙이곤 한다.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본 삶과 죽음, 그에 대한 깨달음을 써내려간 데뷔작 《참 괜찮은 죽음》 덕분이다. 이 책으로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을 여럿 수상하며 화려하게 이름을 알렸다. 그는 국내외 방송상을 수상한 〈Your Life in Their Hands〉와 〈The English Surgeon〉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의 주인공으로도 유명하다.
그런 그의 신작이 이번에 발간된 책이다.
말기암의 투병 생활은 삶과 죽음을 왔다갔다하며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기기 마련이다. 그런 시점에 책을 쓴다는 건 대단한 정신력이 아닐까 싶다.
희망은 의사들이 마음껏 처방할 수 있는 가장 귀한 약이다. 생존 가능성이 5퍼센트라고 얘기하는 것은 생존 가능성이 95퍼센트라고 얘기하는 것과 거의 비슷한 효과를 발휘한다. 좋은 의사는 5퍼센트의 가능성에 상응하는 95퍼센트의 사망 확률을 부정하거나 숨기지 않고 낙관적인 5퍼센트를 강조할 것이다. 이것은 판도라의 상자다. 상자 안에 아무리 많은 공포와 병이 있다고 해도 그 안에는 언제나 희망도 함께 존재한다. 희망은 가장 마지막 순간이 되어서야 빛이 꺼진다.
희망은 통계적 확률이나 유용성의 문제가 아니다. 희망은 마음의 상태이며 우리 뇌에서 마음의 상태는 곧 신체 상태다. 그리고 우리 뇌는 신체(특히 심장)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다정하고 희망적인 태도가 암을 치료한다거나 영원히 살게 해준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인간의 마음은 항상 모든 사건을 하나의 이유로 설명하려 하지만, 대부분의 질병은 여러 가지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는 산물이다. 희망의 유무도 그중 하나다.
-내 뇌가 노화중이다 중에서
암을 진단받은 후로 1년이 흘렀다. 완치는 할 수 없지만 치료는 받을 수 있는 환자군에 속하게 되었는데 그런 환자들의 삶은 의사들에 의해 좌우된다. 무기력함을 느끼며 스캔 결과와 피검사 결과에 따라 마음이 요동친다. 하지만 내 나이를 고려할 때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암에 걸리지 않았어도 나는 삶의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나는 암으로 죽거나 암이 완치된다 해도 아마 치매로 죽게 될 것이다. 두 가지 가능성 중에서는 암으로 죽는 편이 더 낫다. 암으로 죽어야 한다면, 그리고 죽는 과정이 고통스러울 거라면 그때쯤엔 조력존엄사가 합법화되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선택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과거, 현재, 미래는 함께 존재한다 중에서
사람은 한번 태어나면 반드시 죽게 되는 과정을 거친다. 누구나 예외는 없으며 그 순간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죽음은 점점 내 곁으로 다가옴을 느끼게 된다. 크게 교통사고가 났을 때 그 순간에도 생사의 순간에 있었으며, 크게 아파 119를 급하게 부를 때도 그러했다. 조금만 타이밍이 늦었다면 이 세상 사람은 아니였다. 노화의 증거로 각종 만성질환과 친구가 되고 살살 달래며 살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서 사는 동안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야지 하고 다짐하며 지낸다. 이 책을 읽으며 그 다짐을 다시 한번 다잡는 계기가 되었다.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이루며 소소한 기쁨을 얻어내는 삶의 자세를 잡아본다
이 후기는 컬쳐블룸을 통해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