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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 원태연 필사시집
원태연 지음, 히조 삽화, 배정애 캘리그래피 / 북로그컴퍼니 / 2020년 11월
평점 :
1992년,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라는 시집 한권이 출판가를 휩쓸었는데, 22살 대학생의 사랑을 담은 시집은 단숨에 밀리언셀러가 되었다.
저자 원태연은이렇게 화려하게 문단에 데뷔했는데, 업계에서 추정하는 원태연 시집 1집의 판매부수는 약 150만권에 달한다고 한다.
작사가로도 유명한 그는 많은 가요의 노랫말을 지었는데,
백지영과 현빈이 불렀던 SBS 시크릿가든의 주제가 '그 여자, 그 남자', 허각이 부른 'MBC 최고의 사랑의 '나를 잊지 말아요'가 그의 대표적 작품이다. 2009년에는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를 통해 영화감독으로 입봉하기도 했다.
그가 문단에 데뷔했을 때, 기존에 있던 시들, 압축적이며 곱씹어 읽어야 하는 시,에서 편안한 수필같은 시에 적지않게 놀랐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소위 먹히는 시의 새로운 트렌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듯도 했으니까.
요즘 핫한 시집들을 보면 원태연류의 시가 대세인 것 같다.
앞서간 트렌드의 시작의 시집들을 발간한 지 무려 18년만에 필사시집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반가운 일이였다.
새로운 신작시와 더불어 예전 시집에서 있던 시들을 엮어놓은 시집은 캘리그라피와 감성쩌는 삽화로 눈을 일단 사로잡고 시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의 시는 유달리 사랑에 관한 시가 주류를 이룬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했을만한 감정과 추억과 찌릿한 설레임은 고스라니 시안에 담겨져 있다.
너를 보고 있을 때도 좋았지만
니가 보고싶어질 때도 참 좋았으니까
'괜찮아' 중에서
시 제목을 읽고 시를 읽으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원태연 시만의 매력적인 포인트이며 누구나 편안하게 사색을 즐기며 힐링 타임을 갖게 해준다.
때론 그리움이나 아픈 이별, 또는 일상적인 담담한 소근거림으로 다가오지만 그 시의 울림은 크게 다가와 감동의 쓰나미라는 걸 선사한다.
이 시집에서 삽화로 참여한 히조는 요즘 SNS에서 유명한 화가로 따뜻함과 감상적인 화풍으로 인기 몰이 중이인데, 시와 잘 어우러져 시의 감흥을 끌어올렸다.
이 시집은 여백의 미라고나 할까, 독자도 시인으로 빙의해 시 한줄 쓸 공간들을 넘쳐나게 많이 남겨 놓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혹은 고백하고 싶은 분에게 내 마음도 전하는 편지나 시를 책 속에 삽입해서 선물해 준다면 요즘처럼 레트로, 아나로그를 추구하는 시대에 딱 적절한 선물이 될 듯하다.
12월 크리스마스에 따뜻한 시 한권의 선물로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