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정보 없이 알라딘 야탑 매장에 들럿다가 재밌어 보여서 구매한 책이다. 꽂혀있는 섹션도 페미니즘 코너였는데, 제목과 구분된 섹션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상당히 여성인권을 방어하는 시각으로 쓰여져 있다. 그래도 추함의 역사라는 시각이 흥미로워 보여서 읽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진부한 레파토리의 연속이라 엄청 재밌진 않았다 ㅋㅋ 이 책으로 페미니즘이나 여성 인권에 입문하는 사람은 없을테고... 이 책을 산다면 어느 정도는 그런 쪽에 관심이 있을 거란 이야기인데, 그런 전제를 깔고 보면 과거에 젊고 아름다우며 순종적인, 그리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여자만이 정상인 여자로 여겨 졌으며 그렇지 못한 여자는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존재 가치를 인정받지 못 하기 때문에 박해받았다-는 시각은 사실 페미니즘에 들어가지 않아도 상식?수준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데 이 책은 그 시각에서 깊게 나아가지 못하고 비슷한 예시를 반복해서 늘어놓기 때문에 지루하게 느껴지는 편이다. 게다가 예시가 대부분 문학 작품과 동화에서 따온 것들이라, 인용구가 남발되고.. 실제 사례가 아니라 2차 인용으로 이루어진 주장이기 때문에 편향 발췌를 한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빠르게 읽히는 책이라 끝까지 무리없이 읽었다!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 휴가때 에딘버러 현대미술관에 가서 본 작품 중.. 여러 나라를 대표하는 젊은 작가들이 남긴 글을 미래의 어떤 시점에 열어보기로 하는 플젝이 소개되어 있었고, 한국의 한강 작가가 참여자로 소개되어 있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아 그러고보니 한강 작가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구나 싶었고, 귀국하자마자 알라딘에서 몇 권을 구매했는데 이제야 순서를 찾게 되었다. 518을 배경으로 한 다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고, 글을 잘 쓰는 작가라는 것도 알고 있었으니 어느 정ㄷ의 멘탈 데미지는 예정된 수순이었으나... 상상보다 가슴을 후벼파는 책이다. 내 취미들의 목적은 일단 ‘현실 잊기‘라서 드라마도 한국 드라마를 잘 안 보고, 영화를 볼 때도 서울의 봄 같은 근현대사 배경을 멀리하는 편인데.. 만나버렸다 이 작품 ㅠㅠ 4번 정도 읽으면서 눈물이 났고, 두 번에 나눠 읽었는데 두 번째 책을 집어 들때는 책을 펼치기조차 마음이 무거워질 만큼 압도적인 먹먹함을 주는 작품이다. 과거의... 그리고 현재의 나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인데도 어떻게 한 두 문장만으로 완전히 그 인물에 이입하게 만들어 버리는 지.. 선한 마음을 지닌 개인이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한 악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개개인을 덮쳐버리는가에 대한 가장 막막하고 처연한 이야기인 것 같다. 다음 책은 논픽션으로 잠깐 도피해서 멘탈을 추스린 다음에 한강 작가의 다음 작품을 읽어야 겠어 ㅠㅠ
글항아리 걸작 논픽션 뿌시기의 4번째 책이다. 어떤 내용일지 너무 흥미로워 보여서 망설임 없이 구매했는데, 엄마가 이 책을 24,000원(맞나?) 주고 산거니?라고 물어봐서 당연하지-라고 대답했는데 책에 돈을 쓸지 말지는 역시 개인적인 문제인것 같다 ㅋㅋ 유럽이나 미국 역사에 비해서 요즘 내가 너무 아시아 역사에 소홀햇던게 아닌가 싶었고, 일본에 대한 책도 몇 권 읽을 계획이 있는데 마침 도장깨기 하기로 (스스로 다짐)한 글항아리 걸작 논픽션에 청 황실에 대한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다니 반가울 따름이었다. 게다가 심심찮게 저자가 묘사하는 장소나 사람에 대한 사진이 수록되어 있어 논픽션 다운 매력을 마음껏 발산해주었다. 한 번에 120첩의 반찬을 매번 차려놓고 하나의 반찬을 2번 이상 손대지 않는 삶이란 어떤 삶인 것인가.. 중국 무협 영화에서 묘사되는 황궁의 모습이 사실 내가 상상하는 중국 황실의 전부인데, 터무니 없이 화려해서 나중에는 무감각해지는 영화적 묘사보다도, 이 책에 나온 실제 삶의 경험이 기반이된 묘사가 훨씬 와닿았다. 마음에 안 드는 며느리를 우물에 밀어 넣어서 죽이는 일 조차도 하나의 에피소드 처럼 표현되어 있으니... 또한 구술자가 본인의 노비 신분을 소위 태후마마에 대비하여 어떻게 묘사하는 지도 꽤 흥미로웠다. 궁중에서 생활하며 나름의 즐거움과 괴로움을 느끼며 열심히 생활한 구술자기에 역사속에서 ‘노비‘라고 칭해진 평면적인 단어를 벗어나, 아 그때 만약 내가 노비였다면 이렇게 살았을 수도 있겟구나 싶다. 비슷한 시기의 (아편전쟁 시절) 중국 역사를 다른 시각에서 조망한 책도 읽어보면 재밌을 것 같은데, 이미 사 놓은 책이 한 가득이라 언제 읽을 수 있을지 요원하다.
이동진의 독서법을 읽고 나니 뭔가 독서에 대한 책을 추가로 읽고 싶어 윌라에서 선택함. 처음에 작가의 직업이 목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약간 읽기가 망설여 졌지만, 거의 종교색이 느껴지지 않는 즐거운 책이었다. 출근하면서 작가가 책을 읽고 싶어 견디지 못하겠다며 고백하는 것을 들으면 그 날 퇴근 후의 독서가 나도 덩달아 기다려졌다. 자꾸만 책을 읽고 싶게 하는 책이란 점에서 별 기대 없이 읽었지만 읽는 동안 즐거웠다. 또 챕터마다 멋진 quotation들이 등장하는데, 아~ 앞으로도 읽을 책이 얼마나 많은가 싶어 기다려졌다. 비록 한달에 800쪽 정도 간신히 읽어내는 비루한 직장인이지만, 어떤 책을 다음에 읽을지 생각하면서 즐거워지는 바, 나도 작가가 이야기한 독서인의 범주에 들 수 잇을 것 같다! 오르한 파묵의 이름을 오랜만에 듣게 되어서 기뻤고, 올 해가 가기전 꼭 그의 책을 한권 더 읽어보자 다짐했다. 작가가 일본 작가들도 많이 인용했는데 일본 작가들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래되고 푹신한 쇼파에 푹 파묻혀서 천천히 독서하는 시간을 찬미할 수 있는 사람들끼리는 잘 통할 수 밖에 없다고 하는데, 그러고보니 독서를 주제로 이야기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올해는 독서모임도 나가보는 게 어떨까 고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