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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다는 말 - 진화의 눈으로 다시 읽는 익숙한 세계
이수지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도서협찬
📖 자연스럽다는말 I 이수지 I 사이언스북스
자연스러운 것은 항상 좋고, 정상적이고, 또 필연적이어서 우리가 꼭 지키고 따라야만 하는 것인가? (p.11)
어색하거나 불편한 상황에 놓이면 얼굴에서 바로 표시가 난다.
원하지 않는 무언가를 할 때면 말과 표정, 행동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실수도 잦아진다.
평소 ‘자연스럽게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동안 내가 떠올린 ’자연스러움‘은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모습이고, 긍정적인 이미지였다.
자연을 바라보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바다를 바라볼 때
울창한 숲속 나무의 피톤치드 향을 맡으며 걸을 때
구름이 떠 있는 하늘을 올려다볼 때
아름다운 꽃을 보고 감탄할 때
걱정과 불안이 사라지고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된 듯한 자유를 느낀다.
그래서 ‘자연스럽다’는 말은 나에게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고 흘러가는 것, 좋고 바람직한 의미로 사용됐다.
나도 자연스럽게 살아가길 원했다.
하지만 『자연스럽다는 말』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처음으로 질문이 생겼다.
'도대체 자연스럽다는 건 무엇일까?'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 책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가톨릭평론》에 연재된 「자연스럽다는 말」을 바탕으로 한 글들을 묶어 출간한 책이다. 우리가 '자연스러움'이라 부르며 정당화하거나 배제해 온 인간의 행동과 현상을 진화인류학자의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저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자연스럽다’라는 말이 얼마나 많은 판단과 기준을 숨기고 있는지를 묻는다.
탄생과 죽음, 성에 따른 역할, 출산, 저출생, 동성애, 기후위기, 질병 등 사회 문제들 또한 ‘자연스럽다”라는 말로 쉽게 규정되어 왔음을 짚어낸다.
정말 자연스럽다는 것은 좋은 것일까? 오류나 위험은 숨어있지 않을까?
수컷 펭귄이 알을 품고, 동성의 펭귄 부부가 오랜 시간 함께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동성 간의 관계적·성적 행동이 동물 세계에서도 자연스럽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자연은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넓고, 자연스럽다는 말이 담고 있는 세계 역시 훨씬 다양했다.
그동안 ‘자연스럽다’는 이유로 당연하게 여겨왔던 기준들은 사실 인간이 만들어놓은 좁은 틀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자연스러움’의 경계를 긋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난 그동안 자연스러운 것은 좋은 것, 부자연스러운 것은 나쁜 것이라 나누었다.
대학을 졸업 후 취업을 하고,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결혼하고
결혼했으면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었으면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
“다들 하니까”, “그게 자연스러운 거잖아”라는 말이
얼마나 위험하고 조심스러운 말인지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남자는 이래야 한다, 여자는 이래야 한다.’는 틀은 대체 누가, 언제부터 정해 놓은 걸까.
해야만 하는 역할은 없다. 정해진 모습도 없다.
“남자는 여자보다 공감을 못한다”,
“육아는 여자가 전담해야 한다”와 같은 말들이 고정관념으로 굳어
‘자연스럽다’는 이름 아래 통념처럼 사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모두 고유한 존재로 존중받아야 하지 않을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
그것이 우리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무언가를 자연스럽다고 여길 때, 어떤 행동을 자연스럽다는 이유로 정당화하거나 부정할 때, 우리는 어떤 자연에 대해 말하고 있는가?” (p.202)
자연주의자의 여정에 동행하듯 던져진 질문을 기억하며 ‘자연스럽다’라는 말에 대해 사유해본다.
자연스러움은 하나의 방향이나 정답이 아니라, 존재하는 그대로의 다양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말 같다.
그래서 이제는 부자연스럽다고 여겼던 모습들 앞에서 함부로 비난하거나 판단하거나 배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연스럽지 못한 나를 미워하며 스스로를 밀어냈던 나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있는 그대로 나를 존중하고 아껴줄게.'
🌿p.20 자연스럽다는 말 속에는 좋음과 나쁨에 대한 서로 다른 가치 판단이 담겨 전달되기 때문이다.
🌿p.65 자연에는 준거가 되는 종이 없이 다만 모두가 고유할 뿐이다. 그렇다. 사람은 고유하다. 그리고 그 고유함은 사람만이 아니라 다른 종도 똑같이 고유하다는 깨달음이 있을 때만 가치 있다.
🌿p.156 이미 가진 것보다는 갖지 못한 것, 잃어 가는 것에 더 마음이 쓰이는 편향성 때문에, 충분히 가지고도 불행해지는 경험을 우리 모두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하지 않는가.
✉️<<리뷰의숲><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소중한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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