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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문트 바우만 행복해질 권리 - 세기의 지성이 불안한 현대인에게 건네는 철학적 조언 ㅣ 아포리아 7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김수진 옮김, 노명우 감수 / 21세기북스 / 2025년 4월
평점 :
우리는 여행을 가기 직전에 가장 설레고 행복해한다. 가서 어떤 즐거운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고, 좋은 경험이 될 거라는 희망, 확신, 기대감을 가지기 때문이다. 행복은 희망에서 시작된다는 작가의 도입이 한 번에 이해됐던 이유다. 행복이라는 주제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생각하면서 살까? 각자 다르겠지만 불행을 더 많이 느껴서 행복한 겨를이 없을 수도 있고, 아무 감정도 아닌 상태이지만 막연히 행복한 삶에 대해 궁금해할 수도 있을 것이며, 이미 행복의 길을 찾았고 또 다른 행복을 찾는 여정 중일 지도 모른다.
저자는 저명한 철학자들의 가치관과 저서를 인용해 우리에게 행복에 대한 정의와 해석을 들려준다. 그리고 그 해석을 생각하다보면 행복이라는 건 각자의 삶과 상황에 따라 재해석되어야 할 존재라는 생각도 든다. 다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 행복이라는 건 일차원적인 소비, 쾌락을 통해 오는 것이 아닌 수년을 갈고 닦아 마치 유화에 덧칠을 하듯 정성스레 빚어내야 한다는 것을 꼭 짚고 넘어가게 된다. 그래서 무엇이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지 뚜렷이 알기 위해 손으로 더듬어 가며 빛을 찾아야 한다는 인용구(세네카)에 더 공감한다.
삶은 고달프지만, 예술가가 예술작품을 만드는 동안 땀흘리고, 지치며, 가끔은 몸이 상하는 것처럼 결국은 우리 또한 삶이라는 것을 매일매일 창조해내는 예술가라는 작가의 관점 또한 인상깊다. 이러한 관점은 사랑과 행복의 관계를 설명할 때에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것은 자기 자신이며, 행복을 향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일 것이다. 놓아버리면 끝이지만, 놓지 않으면 언젠가 어떤 형태나 크기로든 행복을 마주할 수 있을 거라는 그 희망, 믿음은 전제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 의지와 행동이 없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