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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의 미치광이 ㅣ 펭귄클래식 54
로베르토 아를트 지음, 엄지영 옮김 / 펭귄클래식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로베르토 아를트/7인의 미치광이
아르헨티나, 그리고 로베르토 아를트라는 생소한 작가의 이름과 7인의 미치광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제목이 무료했던 내 일상에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고전을 읽으면서 매번 느끼는 거지만 사람들이 섞여 살아가는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듯 하다. 그게 어떤 나라든, 어떤 인종이든 말이다.
우리가 매 순간 겪어내야 하는 ‘삶’이라는 혹독하고도 냉혹한 현실 앞에서 사람들은 좌절하지 않을 환상을 갈구하면서 살아간다. 현실에서 꿈꾸는 미화된 비현실의 절대적인 가치 말이다. 하지만 모순 투성이인 세상을 살아가면서 좋은 것 만을 꿈꾼다는건 어쩐지 서글프고 돌아서면 피곤해 지는 일이다.
1900년대 초 아르헨티나는 경제적,문화적 격동기의 변화를 경험하며 빠르게 성장했지만 그 시기 경제적 부의 권력이 강해질수록 이면에 숨겨진 소외된 계층의 빈곤함은 더 커져만 갔다. 아를트는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에게 유일한 진리는 돈과 정치라는 조악한 자본주의를 더욱 극대화 시켜 미치광이라는 현실적인 캐릭터로 승화시켰다.
"물론 우리 조직의 궁금적인 목표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알고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 말한건 바로
우리 조직의 사업적 측면으로, 매춘 조직은 우리 비밀 조직을 점진적으로 확장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 조달을 책임지게 될 겁니다. 그리고 산악 지대에 혁명군 훈련 캠프를 설치해서 전임 대원들
에게 아나키스트 전술이나 혁명 선전. 선동 전술, 무기 조작법과 산업 계획 등을 집중적으로 학습
시킬 겁니다. 훈련을 마친 이들은 어디에서든 우리의 세포조직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당신도
함께하지 않겠습니까? 우린 곧 우리 요원들을 양성할 전문적인 교육기간을 설립할 겁니다. 이름
은....아, 그게 좋겠군! '혁명가 양성소' 로 정합시다."
p)49
어쨌든 우리 비밀 조직은 불쌍한 사람들이 그토록 바라는 놀라운 사건이, 기적같은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도록 만들 겁니다.
P)129
오래된 굶주림과 소외. 소통의 부재와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으로 인해 무모한 유토피아를 꿈꾸는 미치광이들의 진지함은 어리석음을 지나처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다. 실행에 옮기기만 한다면 반드시 이루어 질거라 믿는 그들의 계획은 시간이 지날수록 광적인 환상으로 치닫는다.
자신이 속해있는 현실을 비판하고 전 인류의 행복을 꿈꾼다고 말하지만 그 세상은 자신을 비롯한 소수의 사람만이 지배할 수 있다는 정치적 야망만 가득할 뿐이다. 그들이 말하는 혁명이 성공한다면 그건 또다른 억압이고 독재가 될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쓰여진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을 보면 농장의 주인인 존슨씨는 모든 동물을 통제하고 사육하는 영리한 인간으로 나오지만 반면 그로 인해 오랜 시간 동물들이 받은 학대외 핍박으로 인해 혁명의 발단을 제공하게 된다.
결국 작품속에서 등장하는 돼지(나폴레옹)도 동물들을 선동해서 주인을 몰아내지만 그도 권력이라는 유혹 앞에선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인간을 비판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돼지의 모습을 바라보는 다른 동물들의 마음이 마지막 점성술사에게 던진 " 어떻게 보면 당신은 꼭 레닌 같네요." 갈고 말하는 에르도사인의 마음과 같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행했던 과거를 가진 에르도사인은 자기만의 유토피아를 점성술사가 이루어 줄 것만 같았는데 점성술사가 말하는 그릇된 혁명의 부속품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로인해 에르도사인은 더욱 좌절한 채 자살이라는 마지막 수단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지금 우리나라의 대통령도 무언가를 이루려 하지만 그 안에 속해있는 국민들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에르도사인이 꿈꾸던 세상은 처음부터 점성술가가 이루어 줄 수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