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매일이 즐거운 DSLR 촬영 테크닉
남코 고남희 지음 / 정보문화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2007년쯤 회사에서 야유회를 갔을 때, 한 동생녀석이 큰 카메라를 하나 가지고 왔다. 렌즈가 길죽하고 무거워 보이는 그 카메라를 본 순간 전문가나 되는 것처럼 녀석이 멋져 보였다.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던 녀석은 며칠 후 인화한 사진을 내손에 들려주었고, 무언가 달라 보이는 사진을 보고 물었다. 그런 카메라 살려면 얼마나 하냐?
어마어마한 가격에 놀라버렸다.
사진으로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무슨놈의 돈을 그렇게 많이 들이나 생각했지만, 왠지 나도 갖고 싶다는 생각에 녀석에게 물었다.
녀석은 초보자에겐 좋은 것 필요 없다고 입문용으로 오래된 300D를 추천해 주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한 뒤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녀석이 카메라 거래를 알선해주면서 들려준 오래된 입문용 교재를 열심히 읽었지만, 내 생각처럼 결과물이 나오질 않았다. 많이 찍다보면 나아진다는 녀석의 위로에 나는 조리개 모드에 놓고 연사를 찍은 뒤 잘나온 것만 건지는 방법을 택했고, 300D의 느려터진 연사촬영이 답답해 중급기인 30D로 큰맘먹고 바꾸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사진이 어렵다. 지금까지 30D를 잘 사용하고 있는데, 인물사진 외엔 별 쓸용도가 없었고, 몇권의 교재를 읽었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SLR클럽에 사진을 올리는 어떤이는 고물 300d에 단렌즈로 좋은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닌가? 카메라탓할게 아니었던 거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어떻게 어디서 무엇을 찍어야 하나조차 갈피를 잘 잡지 못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거다. 누구의 지침대로 하는 것을 좋아하진 않지만, 사진 같은 경우에 좀처럼 창의력이 동원이 되질 않았다.
사진에 별 관심도 없었고 찍히는 것도 좋아하지 않던 내가, 여차저차 입문하게 되었지만 자주 여행을 하지도 않는 내가 찍을 것이라고는 여자친구나 가끔가다 좋은 풍경이 보이면 막 눌러대는 수준이었던거다. 하지만 그냥 사진찍기를 포기하기는 싫었다.
그래서 이책이 앞으로의 찍사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
무엇보다 다른 점은 사진기의 촬영기법을 소개하거나 사진을 나열 후 조리개 수치나 랜즈만 공개하는데서 별로 나가지 못하는 책들에 비해, 사진찍기라는 취미의 본질에 대해서 '왜 나는 사진을 찍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서 어느정도 지침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찍기에 익숙해지면 구도잡기가 중요하게 생각되고 또한 어렵다고 느끼게 되는데, 테마와 장소마다 구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도 좋았다.
DSLR에 입문한지는 5년이 되었지만, 열정을 가지고 찍지는 못한것 같다. 출사도 몇번 나가본적 없고, 인물사진 위주로 찍었는데, 조리개를 조절한답시고 시간을 질질 끌며 쩔쩔매는 내게 여자친구는 답답하다는 듯이 짜증만 내기 일수다. 가끔 잘찍은 것 같아 만족을 하는 사진도, 클럽에 들러서 비교해 보면 왜 이렇게 초라해 뵈는지.
그렇다. 지금까진 사진이 얼마나 예쁘게 나왔는지에 집착한 것 같다.
사실 선명하게만 나오면 후보정으로 어느정도 폼나 보이는 사진을 만들 수 있다. 고수들은 뻔히 알겠지만 적어도 사진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사진 잘찍었네~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사진은 내게 만족도 흥미도 주지 못한다.
사진에 풍경이나 인물을 담을 순 있지만 표현을 담을 순 없었던 거다.
나만의 독창적인,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사진으로 말할 수 있는 것.
겉으로만 잘찍은 것처럼 보이는 사진보다 그런 사진을 찍고 싶었다.
그랬기에 초반엔 책도 잘 안보고 내 맘대로 찍어봤지만 그냥 평범한 사진, 때로는 형체를 알아보기도 힘든 결과물만을 가져다 주었고, 그랬기에 이후에는 촛점이 잘 맞는지 선명하게 나왔는지에만 중점을 두고 찍은 것 같다. 이제 DSLR에 입문하던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려 한다. 무엇을 찍을 것인지? 왜 찍는지에 대한 답은 명확하게 구하지 못했지만 이 책을 통해 어느정도 마음이 홀가분해졌고, 곧 답을 구하리라는 예감이 드는 것이다.
사진을 찍으면서 나와 같은 고민을 가져본 사람이 있다면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