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갈까요
김서령 지음 / 현대문학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작가를 지망하는 후배로부터 단편이 더 쓰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야기를 적절하게 배치하고 압축하며 절제해야 하는 과정이 힘들다네요. 다소 엉뚱하게도 그 이야기를 듣고 단편을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흔히 장편 작가들이 초기에 단편을 많이 쓰는 경향을 보이니, 안일하게도 장편을 위한 연습정도로만 생각했던 거죠. 하지만 단편을 전문으로 쓰는 작가도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오래전 월북작가 이태준은 모든 작품이 단편으로 쓰인것으로 보이더군요.

그때나 지금이나 단편의 경향은 인간의 외로움과 고독, 고통등을 보여주는 작품이 많은거 같네요. 어디로 갈까요 제목만 들어도 뭔가 와닿는게 있다는 것.

우리나라 소설들은 왜 이렇듯 고독과 외로움, 고통에 촞점을 맞춘 작품이 많은지 생각해 봤습니다. 그게 작금의 현실이기 때문일테죠. 살기가 나아졌다고 하나 여전히 삶에 치여가고 고통스러워 하는 것이 인생인걸까요. 가난한 시절보다 자살률은 더 높아져가고 취업란등 경제적인 문제는 여전합니다. 우리네 삶이 참 빡빡하다는 것을 삶에서, 작품에서 찾게 되네요.

저마다 자신만의 상처를 안고 누가 좀 보듬어 달라고 소리치는 듯 합니다.

그러나 보듬어 줄 사람도 자기의 상처때문에 남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것이겠죠. 그렇게 점점 서로간에 삭막해져가는게 아닐까 하네요.

이별의 아픔과 그 결과가 나타난 이유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이런것들에서 비롯된 소통의 부재, 경제적 문제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것이라 자신조차 그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그렇기에 더 답답하고 힘든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9가지의 각기 다른 이별 그러나 비슷하기도 한 이별들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전해들은 이야기처럼 와닿기도 하고 가쉽거리처럼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그리고 결국 쓸쓸함이 느껴지네요. 변두리 루저들의 이야기라 작가는 이야기 하지만 우리 일상에서 나타나도 전혀 놀랍지 않은 일들이라는걸 새삼 인식합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참 씁쓸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심기가 불편해 지기도 하면서 동시에 나만 힘든 것이 아니구나 같은 위로를 받게 되는 느낌입니다.

상처받은 여자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어 성별이 맞질 않는것 같지만 복합적이고 복잡한 아픔에는 공감이 갑니다.

그러나 이해한다고 말하기는 조심스럽겠죠. 누군가 보듬어 주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본적이 없어서 그것을 절실하게 원해왔으면서도 막상 그런 경우가 생기면 거부감이 드는 것. 사람은 어쩌면 그런 아픔과 고독을 은근히 즐기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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