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쓸 만한 인생
윤혜연 지음 / 달먹는토끼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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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란다고 다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쯤 잘 알지만 앞으로 15년쯤 지나, 아니 길게 잡아 한 20년쯤 지난 어느 날 밤, 친구 집에서 꾸었던 높은 산으로 가는 꿈을 한 번 더 꾸었으면 좋겠다. 그 산에 에델바이스 두 송이가 피어나 모두가 잠든 밤에 나 우리 어머니 곁으로 고통 없이 홀연히 떠날 수 있다면 좋겠다.

그 꿈은 기억력 말짱하던 50년 전 꾸었던 그날 밤의 꿈처럼 선명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부디 그 꿈만은 개꿈이 되지 않기를 나는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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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흘러 언젠가 내가 세상에 없는 날, 딸과 아들 손주들까지 나의 가족 모두 모여 밥을 먹게 되었을 때 우리 엄마 다른 건 몰라도 김밥 하나는 참 맛있게 쌌었지. 김치찌개 하나는 기가 막히게 끓였었는데 할지도 모른다.

"이건 우리 어머니가 최고다."

무엇인가를 같이 먹을 때마다 시어머니 이야기를 하는 우리 시댁 식구들처럼 다시 볼 수 없는 어머니 그리운 마음을 애꿎은 음식 타령으로 대신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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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를 먹도록 나는 아직 모르는 것투성이이다. 그러니 죽을 때까지 눈을 부릅뜨고 귀를 쫑긋 세우고 마음을

활짝 열어 무엇이라도 배워볼 수밖에. >

이 책을 잡기전에 추천사나 다른 리뷰의 문장들엔 '울다가 웃었다' 같은 말이 많았다. 의례적인 리뷰겠거나 하면서도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분위기는 좋은데, 정작 이야기는 없는 책을 요즘 많이 접한다. (물론 기껏 작가가 해준 이야기를 내가 못 알아먹은 걸수도 있다)

하지만 독서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것이고, 편식 쯤은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나로선 '이야기'가 있는 책일것만 같은 생각에 기대감이 생겼고, 읽는 내내 그 기대감을 가졌던 것이 좋았다.

나 역시 읽는 내내 육성으로 뿜기도 하고, 때로는 코끝이 시큰해지기도 했으니까.

많은 부분 공감하느라 끄덕끄덕하기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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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예순 여섯의 할머니라고 하는데 사진을 보면 할머니라고 하긴 너무 젊고, 할머니라 지칭하는 예순 여섯은 나에게 아주 먼 이야기도 아니다. (심지어 내 친구중엔 이미 할머니도 있다.)

나 역시 오십 후반이고, 그렇기에 공감하는 이야기가 많다. 그 이야기속의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언젠가 어머니 곁으로 가는 꿈을 꾸고 고통없이 홀연히 떠날수 있길 바란다는 마음이나, 떠나고 없는 어느 날 후손들이 음식을 먹으며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마음같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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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디가서 밀리지 않는 나이를 나 역시 먹고 보니 예순 여섯에 이리 재미있고, 공감 가득한 이야기를 써내는 작가가 궁금해진다.

마음속의 말을 글로 꺼내놓는 그 어려움을 알기에 더욱 그렇다.

더 열심히 읽고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덮는다.

재미있게 읽히지만, 가볍게 읽히지 않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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