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책 - 책덕후가 책을 사랑하는 법 INFJ 데비 텅 카툰 에세이
데비 텅 지음, 최세희 옮김 / 윌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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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언제부터 책을 읽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확실한 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책은 언제나 나와 함께 했다는 것이다. (수험생일 때는 잠시 멀어지긴 했지만) 동화책부터 시작해서 재클린 윌슨과 로얄드 달의 소설들, 청소년을 위한 세계문학, 한국문학 전집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책들이 내 삶의 일부를 채웠고, 채우고 있다. 내게 책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무엇이다.


데비 텅 작가의 '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책'은 책덕후이자 장서가가 되는 게 꿈인 그런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책이었다. 책에는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 담겨있다.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하고 웃음이 나오는 그런 사랑스러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나 86 페이지에 나온 이 장면은 완전히 내 모습과 똑같아서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매번 읽는 속도가 사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는 비는 일이 없고 틈만 나면 신간이 나왔는지, 남들은 어떤 책을 읽는지 염탐하는 게 나의 일상이기 때문에 통장 잔고는 언제나 부족하지만 책장은 나날이 풍족해진다. 마음도 덩달아 풍족해진다.

86p

정말 공감가는 부분들이 많아서 전부 소개하고 싶지만 그러다간 책 전체를 스포해 버릴 것 같아서 고심 끝에 한 장면을 더 선택해 가져왔다. 책을 사랑하는 책덕후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무조건 좋아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책덕후들에게 이 책을 강력추천하고 싶다.

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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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바르 언덕의 과부들
수자타 매시 지음, 한지원 옮김 / 딜라일라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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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도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 '말라바르 언덕의 과부들'은 인도의 여성 변호사 메빈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여성은 법 공부를 할 수 없었고 법정에 설 수도 없었던 시절, 변호사인 아버지 덕분에 법대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그녀는 우여곡절 끝에 사무 변호사가 된다.

이 책은 추리소설이지만 주된 사건이 일어나는 1921년과 메빈이 대학시절 겪은 일들을 보여주는 1916~1917년이 번갈아 나오는 형식을 띠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는 사건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메빈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환경에서 생활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고 그녀가 살아가는 인도 사회가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어떤 문화를 따르고 있는 지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형성된 배경지식은 1921년 발생하는 사건을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인도의 문화와 종교에 대해 잘 알지 못 하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이들과 똑같이 법을 공부하고 변호사가 된 그녀가 법정에 설 수 없다는 사실은 책을 읽는 내내 불쾌감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사건의 진범을 찾기 위해 애쓰는 그녀를 무시하는 경찰들의 태도 또한 불편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변호사가 되기 전 겪었던 시련들을 생각하면 분노가 샘솟는다. 이런 찝찝하고 언짢은 감정을 느끼는 건 내가 소설 속 그 당시보다 좀더 나은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는 차별의 흔적들이 떠올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변호사로서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그런 시대, 사회 속에서 그녀의 가족들은 그녀를 '여성'이 아닌 한 인격체로서 존중해주는 모습이 감동적으로 다가왔던 건 우리나라 또한 아들이 최고라는 남아 선호 사상이 팽배하던 시기를 관통했기 때문이었다. 먼 타국과 우리가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는, 겪고 있다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니지만 나는 왠지모를 유대감을 느꼈다.

메빈이 말라바르 언덕의 과부들과 그 주변인물들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건을 들여다보고 조사해나가는 과정도 무척이나 재미있었지만 한편으로 젠더갈등이 첨예하게 다뤄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이를 주제로 하는 책이 가지고 있는 의미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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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
바네사 스프링고라 지음, 정혜용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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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문단 미투 운동의 신호탄이 된 바로 그 소설'이라는 소개로 읽게 된 바네스 스프링고라의 '동의'는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v의 부모님은 자주 싸웠고 결국 이혼하게 된다.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된 그녀는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 했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 사랑의 결핍을 유명한 작가 G로부터 채우려고 한다. G는 유명한 작가로 편집자인 v의 어머니와 함께 저녁모임에 참여한 v에게 접근하기 시작한 사람이다. 그 당시 v는 13세였던 반면 G는 50세를 바라보는 중년의 나이였다. 소아성애자였던 G의 꼬임에 넘어간 v는 G와의 관계를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G는 그녀를 철저히 이용하고 있을 뿐이었다.

겨우 13살이었던 v는 그렇게 교묘하게 이용당했고 착취당했다. G와의 관계에서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 했고 그것이 그저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G의 위선적이고 거짓된 모습을 하나씩 깨닫게 되고 자신과 그의 관계는 부적절했음을 깨닫는다. 이 사건에서 그녀는 분명한 피해자이지만 자신이 피해자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지 수많은 고통의 나날을 보낸다. 자신의 존재 가치에 의문을 품고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지 못 해 고통받는다. v뿐만 아니라 수없이 많은 어린 소녀들의 삶과 내면을 망가뜨린 G는 어떠한 죄책감도 가지지 않는다.

프랑스 문단의 미투 운동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동해 읽어보게 된 이 작품은 내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우선 이 책이 작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게다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을 만한 유명한 작가들, 예술가들, 철학자들이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를 옹호하고 이를 위한 성명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위대한 사람들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폭력적이고 몰상식한 인식이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여졌다는 게 지금도 믿어지지가 않는다. 그들은 아직 남녀와의 관계를 온전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능력이 되지 않는 어린아이들을 그들의 지성과 능력을 이용해 교묘하게 끌어들여 소위 '뮤즈'로 삼았고 그들과의 관계를 예술로 승화시킨다는 명목으로 합리화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들이 찬사를 받고 위대한 작품이라고 칭송받고 있는 현실을 믿고 싶지가 않았다. G와 딸의 관계를 인정한 어머니의 태도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의 경험이 녹아들어간 이야기를 쓰면서 작가가 어떤 심정이었을지 감히 가늠할 수 조차 없다.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히고 분노하게 만들었던 그때의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작가는 또 한 번 마음을 다치지는 않았을까. 인생에서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밝히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그 시절의 사건들을 세상밖으로 내보내며 그녀는 이런 파렴치하고 부도덕적인 일들이 자행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용기를 내었을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가 문단계의 미투 운동의 시작을 열어주었다는 사실이 다행스럽기도 슬프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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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괴담회 - 전건우 공포 괴담집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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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공포물'이다. 후덥지근한 열기를 몰아내기 위해 소름이 쭈뻣하게 돋고 오싹해지는 공포영화나 소설들을 찾아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겨울에도 공포물은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따뜻하고 아늑한 이불속에서 귤을 까먹으며 보는 공포영화나 공포소설은 역시 재미있다.

한동안 과식한 날에는 자기 전에 항상 공포영화를 봤었다. 공포물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어딘가에서 공포영화를 보면 몸이 긴장상태에 놓이게 되고 몸에 열기를 만들어내 열량을 소모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과식을 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과식을 줄이려고 하는 편이지만, 공포영화로 몸속에 과도하게 쌓인 칼로리를 태우려고 했던 그 때의 기억은 분명 웃기지만 잊을 수 없는 재미난 추억거리다.

이러한 소소한 추억들 덕분에 지금도 공포물을 즐겨본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영화를 즐겨봤지만 지금은 소설도 찾아본다는 것이다. 그렇게 오랜만에 읽게된 소설이 전건우 작가의 '금요일의 괴담회'이다.

소설은 여러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있는데 각각의 단편들은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관된 장소나 소재를 주제로 하고 있다. 우리의 삶에서 일어날 수도 있을 법한 사건들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더욱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나 무서웠던 에피소드는 엘리베이터와 관련된 것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엘리베이터만 타면 소름이 돋고 무서웠던 기억이 있어서 더 오싹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땐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는 게 너무 무서워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린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낯선 사람과 함께 타는 게 더 무섭게 느껴진다. 역시 귀신도 무섭지만 개인적으로는 확실히 사람이 더 무섭다. 엘리베이터 이야기 이외에도 반전이 있는 작품들이 몇 개 있는데 그 작품들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오랜만에 재밌는 공포소설을 보게 된 것 같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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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명은 가족 - 어느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걸까?
류희주 지음 / 생각정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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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족'이라는 단어를 보고 느끼는 감정은 온기와 울타리이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생각만 하면 마음이 안정되는 그런 존재, 나에게는 정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바로 가족이기 때문이다. 나는 가족이라는 공동체속에서 평온함을 느끼고 위안을 받는다. 하지만 모두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때로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버릴 수도 있는 게 바로 가족이기 때문이다. 모 아니면 도. 극단적인 비유일 수 있지만 이런 표현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류희주 작가의 '병명은 가족'이라는 책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의아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었던 이유도 가족의 이런 극단적인 양면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신과 의사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가족은 이러한 양면성을 모두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진단을 내리고 처방을 하려면 상담이 필수이고 상담을 하다보면 환자들의 가족사항은 거의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묘사된 이야기들은 어쩔 때는 마치 소설같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각자 다른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대체적으로 안타까운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또 그렇지 않기도 한 것 같은 사연들이었다. 상담을 통한 환자들의 이야기는 의학적 용어들로 설명되고 있는데 생소하고 어려워 흐름이 끊긴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환자들의 상태는 의학적 지식들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의학적 지식들은 환자의 상태를 명확하게 이해시켜주는 그런 상보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조현병, 거식증, 우울증, 공황장애 등과 같은 정신병을 겪는 사람들과 그들의 삶을 이루고 있는 가족들의 관계에 대해 서술하고 있지만 더 나아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일으킨 범죄나 정신질환의 사회적 인식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정신병원은 아직까지도 몰래 다녀야 하는 그런 병원이라는 인식이 남아있는 것 같다. 흉악한 범죄를 일으킨 사람들이 심신미약이라는 진단을 받고 감형을 받는 사례들 때문에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편견을 가지지 않고 환자들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그들이 앓고 있는 병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공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어디선가 들어본 단편적인 지식이나 왜곡된 오류로는 편견과 혐오만 짙어지기 마련이다.

이 책을 읽기 전의 나도 치매는 단순히 기억을 서서히 잃어가는 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치매가 조현병의 증상과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지만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들의 감정이 어떨지 짐작조차 하기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적어도 곡해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일은 멈춰야 하지 않을까. 우리와 조금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해서 그들을 이상한 사람들이라는 프레임에 가두고 바라보는 것은 폭력적인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현병이나 거식증, 알코올중독, 공황장애와 같은 질환은 어쩌면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울증이나 사회불안과 같은 질환들은 어쩌면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을지도 모르는 비교적 흔한 증상이다. 게다가 요즘은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들고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나 또한 우울감을 느끼는 횟수가 잦을 때가 분명히 있고 심리적인 불안함을 느낄 때가 많다. 그럴 때면 모든 게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진다. 무기력증이 찾아온다.

어떻게 보면 정신과는 우리가 몸이 아플 때 가는 병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증상이 눈으로 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른 차이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제는 정신질환이나 정신과에 대한 시선이 조금씩 나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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