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책을 읽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확실한 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책은 언제나 나와 함께 했다는 것이다. (수험생일 때는 잠시 멀어지긴 했지만) 동화책부터 시작해서 재클린 윌슨과 로얄드 달의 소설들, 청소년을 위한 세계문학, 한국문학 전집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책들이 내 삶의 일부를 채웠고, 채우고 있다. 내게 책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무엇이다.
데비 텅 작가의 '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책'은 책덕후이자 장서가가 되는 게 꿈인 그런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책이었다. 책에는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 담겨있다.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하고 웃음이 나오는 그런 사랑스러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나 86 페이지에 나온 이 장면은 완전히 내 모습과 똑같아서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매번 읽는 속도가 사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는 비는 일이 없고 틈만 나면 신간이 나왔는지, 남들은 어떤 책을 읽는지 염탐하는 게 나의 일상이기 때문에 통장 잔고는 언제나 부족하지만 책장은 나날이 풍족해진다. 마음도 덩달아 풍족해진다.
8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