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전 시집 : 건축무한육면각체 - 윤동주가 사랑하고 존경한 시인 전 시집
이상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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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서 본 이상의 시, 그리고 이상에 대한 해석을 들으며 막연히 이상에 대한 궁금증을 키웠다.


언젠가 꼭 보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일부러 찾아서 읽어볼 생각까진 하지 않았던 건 이상에 대한 궁금증이 가벼웠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신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시'라는 장르에 보편적으로 기대하는 감정적인 부분이 없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표지부터 남다른 이상의 시집 <건축무한 육면각체>


윤동주가 사랑하고 존경한 시인이라는 의외의 사실에 다시한번 놀라게 되었다.




시인지 암호인지 애매한 오감도의 <시제4호> <시제5호>이다.


한국 난해시의 최고봉으로 정확한 해석이 가능은 한건지, 심지어 해석을 염두에 두고 창작한 시가 맞는건지 의심하고 있다고 한다.



조선중앙일보에서 30편을 염두에 두고 올리기 시작한 오감도는 이런 시를 실을 거면 차라리 폐간해 버리라, 는 항의 전화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15편을 연재했다. 또는 과격한 항의에도 절반정도밖에 연재하지 못했다..?



띄어쓰기가 없고 고어들이 포함되어 읽기조차 쉽지 않은 시를 해석 하나 없이 본문만 실은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 생각했지만,



해석을 실었다면 해석때문에 책이 엄청 두꺼워지거나, 시를 몇편 싣지 못했을 것이고, 부록처럼 실린 이상의 대표소설 <날개>와 대표수필 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시는 즐겁게 읽고, 궁금한것은 인터넷으로 찾아 보는 정도로 충분하지 싶다. 그리고 사실 해석본들도 제대로 해석한 것이 맞는지 의심하는 것들이다보니 각자의 해석을 고민해보는 것이 더 즐거운 일이 될것 같다.



사실 뭐라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고 생각한 특이한 시 두개를 위에 올려두었는데 ..



시인이 폐병을 진단받은 날짜 (1931년 10월 26일)라던지, 흉부의 X선 사진을 추상화한, 안으로 굽어져 들어간 화살표가 혈관을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 등은 그럴듯 하기도 하고... 진짜일까 싶기도 하고 ..



특히 올해 초 등비수열등으로 풀었던 '진단 0:1'을 물리학적 관점에서 해석한 논문이 이상 문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에 게재되었는데,



가운데 점(•)이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11행 11열의 숫자표의 숫자를 공간 좌표로 보고, '진단 0:1'이란 마치 종이를 말아서 양 끝이 이어진 원통형으로 만들듯 시공간의 경계를 연결하고 반복시키는 진술이라고 설명한다.



이상의 본명은 김해경으로 다방면에 재능을 보였지만 폐결핵으로 겨우 만 26세에 요절한 천재이다.



당시 이상의 천재성으로 시에 어디까지 담아 낸 것인지는 영원히 알 수 없겠지만 , 지금까지도 이러한 새로운 해석이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면 '시' 보다는 '수수께끼'라는 장르가 더 어울리는 듯 하다.



의외로 정상적인? 시도 많이 있다. 띄어쓰기가 되어 있지 않아 어렵다던 이상의 시에 대한 설명 중, 그시절 많은 시인들이 일본어로 글을 썼고, 때문에 원문은 띄어쓰기가 되어 있지 않지만 번역할 때 띄어쓰기를 하는데 유독 이상의 글에만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다는 글이 있었다.



어렵고 난해하기에 더 난해하게 남기고 싶은 것인지 ..



1

나는거울없는실내에있다. 거울속의나는역시외출중이다. 나는지금거울속의나를무서워하며떨고있다. 거울속의나는어디가서나를어떻게하려는음모를하는중일까



4

나는드디어거울속의나에게자살을권유하기로결심하였다 ... 그러나내가자살하지아니하면그가자살할수없음으르는내게가르친다. 거울속의나는불사조에가깝다.



5

내왼편가슴심장의위치를방탄금속으로엄폐하고나는거울속의내왼편가슴을겨누어권총을발사하였다. 탄환은그의왼편가슴을관통하였으나그의심장은바른편에있다.


오감도 - 시제15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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