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라는 모험 - 미지의 타인과 낯선 무언가가 하나의 의미가 될 때
샤를 페팽 지음, 한수민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자신을 목격하는 일은 오직 타인의 세계에 도달할 때 가능해진다.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

 


철학으로 풀어내는 만남이 어떤 것일지 궁금증을 자아내어 선택한 책이다.



처음엔 다소 연인간의 만남을 예시로 들어 실망하기도 했지만, 뒤로갈 수록 더 복잡하고 다양한 만남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최근에 많이 후회되는 것이, 철학자들에 대해 이전에 제대로 알아두지 않은 것인데,



수업시간에 띄엄띄엄 배운 철학들이 사실은 계보가 있고, 그 시대의 사상과 직전의 철학이 반영되어 있기에



실제로 전체적인 맥락을 알았다면 훨씬 쉽게 접근하고, 조금 더 넓은 시야로 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과



철학을 기반으로 진행하는 이런 책을 따라가기가 버겁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제와서는 .. 차분히 흐름 순으로 철학자와 그들의 철학을 공부해보려고 해도 시간도 없고 예전만큼 집중해서 흡수하기는 어려우니까 , 기회가 닿으면 그때그때 노력해보는걸로 아쉬움을 달래본다.



책은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part1 은 만남의 징후를 혼란스러움, 호기심 등 8가지 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이부분에서 아마도 "천눈에 반하는"정도의 강렬함을 설명하려고 해서인지, 남녀간의 만남에 대한 부분이 많았다.



프랑스어에서 '만남'을 의미하는 명사 '라 랑콩트르' 는 옛 프랑스어 '앙콩트르'에서 파생한 것이다. 본래 '앙콩트르'는 길에서 누군가와 부딪치는 일'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으며, 이 의미에서 유래한 '만남'이라는 단어능 서로에게 어떤 충격을 던져주는 것을 뜻한다.


p17 만남이 가져다주는 충격들


전혀 동요하지 않고 타인을 마주치는 것은 두사람의 접촉이 '만남'이 아닌 '마주침' 뿐이라는 말이라는데 , 그렇다면 내가 살면서 진짜 만남을 겪은건 언제일까 뒤돌아보았다. (잠깐 생각했을땐 없는 것 같은데 ..)



뒤에서 설명하지만 갖 태어난 아기가 의사와 간호사를 보고, 부모를 만나는 것 또한 우리가 그 순간을 기억하지 못할 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만남이다.



part2에서는 만남을 내편으로 만드는 법을 설명한다.


우연성의 만남으로 특별한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하여 자기만의 틀에서 빠져나오고, 틀에 박힌 사고로 새로운 매력들 발견할 수 있도록 특정한 것을 기대하지 말고 개방성을 가지고 만남에 임하고, 가면을 벗어 자신의 약함을 드러내라는, 어찌보면 뻔해보이는 주제지만 설득력있게 설명한다.



마지막 part3은 진정한 삶을 위해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양한 관점 - 인류학적, 존재론적, 종교적, 정신분석학적, 변증법적 - 의 해석을 붙여 설명한다.



이 부분에서 철학자들의 사상이 조금 복잡하게 나열되긴 하는데, 흥미로운 주장은 다른 포유류와 인간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인류가 '조산아'라고 주장하는 인류학적 관점이다.



자연은 이 세상의 모든 작품들을 완성해 놓았다. 하지만 자연은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서는 손대는 일을 단념했으며 인간을 본래의 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독일 철학자 피히테 p256


완성된 다른 포유류 -그래서 태어나서 1~2시간만에 뛰어다니는 말 같은 초식동물이 우리보다 완성되었다고? -에 비해 너무나 일찍, 불완전한 상태로 태어났기 때문에 모든 것을 새로 습득해야 하고, 그때문에 사회적 그룹이 필연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종의 특수성을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게 주장같기는 하지만 20세기 네덜란드 생물학자인 루이스 볼크가 인간 종의 특징 중 하나로 '조산'을 규정했다는 것이 놀랍고 신기하다.



만남으로써 내가 존재한다는 존재론적 해석도


신에게 나를 던지기 위함이라는 종교적 해석도,


'한 개인'과 '한 사람'을 구분하여 '개인'으로 태어난 우리가 타인과의 관계에서 정립되면서 '사람'으로 거듭난다는 정신분석학적 해석도,


자신을 알기 위해 타인을 만난다는 변증법적 해석도,


모두 다양한 타인과의 만남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최근 3여년간 코로나 팬데믹-인지 플랜데믹인지-로 우리는 타인과의 만남이 극도로 제한된 삶을 살았다.



온라인 활동이 활발하다고 하지만 온라인의 환경들은 조작되기 쉽고, 최근엔 빅데이터 시스템 도입으로 반대되는 의견은 자동 필터링되어 존재조차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나라도 코로나로 인한 제약을 전면 해제했다.



메타버스 같은 온라인 가상공간이 자꾸 활성화 되는 시대지만, 무엇보다도 직접 대면하는 만남을 지속하는 것이 인간성을 지키는 일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지 않고 오로지 홀로 있다면 우리는 어떤 존재도 아니다. 우리는 어떤 가치도 띠지 못하며 어떤 것에도 도달하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당신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충분해진다. 그때 비로소 완전한 시작의 문이 열린다.


p3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