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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정원, 페로제도를 걷다
방용주 지음 / 더시드컴퍼니 / 2021년 6월
평점 :
몇년전부터였던가 . 직장 생활을 하고 직급이 조금씩 올라가면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면서 대학교 친구 두명과 매년 여행을 다녔더랬다.
꼭 해외라고 단정지었던 것도 아니고, 첫 여행은 태국 반 패키지 여행이었는데 조금씩 익숙해지고 여유도 생기고 욕심도 생기다 보니 조금 더 길게 멀리 나가는게 익숙해졌는데 .
유난히 바쁘고 자꾸 일정이 꼬이던 해였지만 ..코로나로 이토록 오래도록 발목을 잡힐 줄 알았더라면 2019년 여행은 조금 더 준비하고 멀리 떠났을텐데 ..
더위에 특히 취약한 셋이 모여 있는 터라 여행지를 선정할 때도 기온이 매우 큰 포인트였기에, 2019 싱가포르로 떠난 여행은 최대한 무리하지 않고, 최대한 서로 부딪히지 않게 . 잔잔한 여행이 목표였다.
물론 여전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지만, 본의아니게 힘을 쫙 뺀 여행이다보니 남아있는 기억도 강렬한 더위와 ! 그리고 잔잔함이다보니 아쉬움이 남는다.
얼결에 명절 친척집에 갈때나 다니던 지방에 근무.거주하게 되면서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는..것은 거짓말이고 !
정말 여행 금단 증상이 나타날 지경에 이르렀는데 ..
지구의 정원이라는 페로제도 여행 책자를 보는 순간 꼭 읽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필연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첫장부터 의욕을 팍팍 떨구는 단어가 있었으니 .. 그것은 바로 트래킹 . 그리고 랜트카였다.
면허는 있으되 운전은 하지 않는 두 여자와, 면허도 없는 한 여자로 구성된 그리고 평지를 걷는것도 스케줄 분배가 절실한데 트래킹이라니 ..
절로 차분해지는 마음을 안고 , 마침 쏟아지는 여름 소나기 소리를 들으며 페로제도를 (마음으로) 여행했다.
페로제도를 여행하기 너무 적절했던 카페
정신없이 코펜하겐에서 페로제도의 보가르 공항까지 당도하여 기내에서 첫 커피를 마시는 부분에서는 문득 여행지에서 만난 커피들이 떠올랐다.
이탈리아에서 현지 스타일로 설탕을 넣어 완샷한 (내 취향은 아니었다) 에스프레소.
비행기 경유지였던 두바이에서 너무나도 비싸게 마셨던 아메리카노
빈에서 아침을 시작하며 숙소 근처 카페에서 브런치로 마셨던 쌉싸름한 카페 라떼
더운 여름 절실히 얼음이 필요하던 순간 구원처럼 은혜로웠던 스타벅스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모두 그립고 소중한 기억이다.
We live life as it shoud be lived
커피와 함께 페로제도 관련 잡지에서 발견한 글귀는 페로인들의 자부심과 그들의 생활철학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웅대한 대자연을 하찮은 지면에 가득 채워 보았자 얼마나 담기겠냐마는, 여행에 대한 열망을 내려놓았음에도 여전히 설레게 하는 모습이었다.

페로제도의 트레이드 마크라고도 볼수 있는 코끼리 다리..가 아니라 드랑가르닐의 모습이다 . 장장 3시간의 험한 트레킹을 완수해야 볼 수 있는 풍경이라는 것이 안타깝다..

© lynpix, 출처 Unsplash
또하나의 상징이자 페로제도의 귀염둥이 퍼핀이다.
엄청 귀엽고 매력적인 이 퍼핀 무리를 만나기 위해 저자는 트레킹도 별도로 진행했다.
물론 실제로 보면 더 귀여울 것 같지만 . 퍼핀 무리를 만나는 확실치 않은 행운을 얻기 위해 몇시간의 트레킹을 별도로 감수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
여름비와 함께 편하게 다녀온 책여행이지만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힘들게 얻은 행복이 더욱 크게 와 닿는 것처럼. 여행을 준비하고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경험한 작가의 행복은 더 크고 오래도록 남아 있겠지..
여행은 때때로 일상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한다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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