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미술관 - 캔버스에 투영된 과학의 뮤즈
전창림 외 지음 / 어바웃어북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맨 처음 «과학자의 미술관»을 들었을 때 익숙한 제목이라고 생각했었는데 , 역시나 미술관에 간 지식인 시리즈의 내용을 뽑아 만든 책으로 화학자, 수학자, 의학자, 물리학자가 과학과 예술의 접점을 찾는 여정을 담은 책이다.

처음 책을 받고는 큰 크기와 압도적인 두께에 매우 당황했지만, 조금 더 크게 그림을 볼 수 있어 좋았고, 각자의 챕터의 내용이 모두 흥미로웠기에 더욱 만족스러웠다.

예전에 읽었던 어떤 책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천재성을 보였던 여러 사례를 기반으로 창의성과 천재적인 두뇌 등에 대해 엮어가는 것을 보고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아마도 «생각의 탄생»이었던 것 같은데 , 어쨌든 «과학자의 미술관»의 사례를 보다보면 다양한 분야의 천재가 예술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것이 필연적으로까지 보인다 .

개인적으로 화학자의 미술관이 흥미로웠고, 물리학자의 미술관은 조금 어려웠으며 의학자의 미술관이 가장 신선했다고 해야하나.. 특이했고 수학자의 미술관은 조금 평범한 느낌이었다.

이전 여행에서 방문한 미술관에서 감상했던 것 같은 그림도 찾을 수 있었는데 , 실제 작품을 보기전 이 책을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못내 아쉬웠다. 매 여행마다 바쁜 와중에도 공부를 한다고 하고 갔었는데도 아는만큼 보인다고, 그냥 지나쳤을 작품 혹은 이미 유명해서 아 이 그림이 그거구나~ 싶어 조금 자세히 보았던 작품도 그저 수박 겉햝기조차 못하고 넘긴 것이 참 속상하다.

특히 작가 이름도 특이?하고 엄청 크거나 특이한게 아닌 것 같으면서도 확 눈에 들어오는 풍경화가 있어 열심히 구경하다가 지나쳤던 작품이 라위스달의 작품이었던 것 같아서 보면서 참 안타까웠다. 미리 알고 있었다면 실제 그림을 정말 자세히 감상할 수 있었을텐데 ..

5권을 1권으로 축약한 책의 서평은 어떻게 써야 하나 ...

이번엔 4 챕터 중 내 시선을 사로잡은 내용을 몇개 뽑아보려고 한다.


Chapter1 화학자의 미술관


어느 고독한 화가의 낯선 풍경 속에서

미술을 잘 모르기에 확언을 하기는 어렵지만 상당히 낯선 이름인 J.V. 라위스달 (다행히 작가도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라고 말하고 있다) 은 서양미술사에서는 풍경화라는 장르를 새로운 장르로 올려놓았다고 표현한다.

풍경화란 정물화나 인물화등의 배경정도로만 인식되던 시절이었기에 생전에는 인정받지 못하던 화가였고, 마흔을 갓 넘기고 생을 마감했지만 작품은 800점이 넘는다고 한다.




인간의 허무함을 나타내는 이 그림은 사실 실존하는 풍경이 아니다. 화면 중앙의 강조된 세개의 묘는 암스테르담 부근 암스텔강가에 실제 존재하는 모습이지만, 화면위의 웅장한 폐허도, 묘지 사이를 흐르는 개천도 실제와 다르다.

라위스달은 초상화나 정물화를 그릴때 모델이나 정물을 연출하듯 평경도 화가의 예술적 의도와 메시지에 맞춰 연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풍경을 바꾸고 재구성했다.

또한 다 빈치의 공기원근법을 뒤엎고 먼 풍경을 매우 정밀하게 그렸고, 나뭇잎 하나하나 정밀하게 입체감을 주어 정적인 풍경에 역동적인 효과를 냈다.

그 외에도 기존의 공기 원근법에서 더 발전시킨 색채원근법 ( 채도의 차이를 반영) 이라던지 광활한 넓은 평야를 표현하기 위해 하늘을 화면의 2/3 으로 채워 넣는 등 이후에 너무도 당연한 공식처럼 사용되는 풍경화의 여러 기법들을 최초로 사용했다고 한다.


절규하는 하늘의 색

뭉크의 절규는 정말 유명한 작품이다. 그림과 전혀 관계없는 장르에서도 수많은 패러디가 있고 또 작품 자체도 많이 알려져잇지만, 독특한 배경과 함께, 무엇에 대한 절규인가?라는 궁금증을 일게 한다.

2017년 7월 오스트라아 비엔나에서 열린 유럽지구과학연맹 회의에서 노르웨이 기상학자 헬레네 무리 박사가 뭉크가 <절규>에서 자개구름을 그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자개구름은 진주조개처럼 아름다운 분홍색과 녹색으로 빛난다고 해서 진주구름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일출 전이나 일몰 후 태양이 수평선보다 낮을 때 아름답게 빛난다.

자개구름이 발생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해야 하는데, 무엇보다 높은 고도와 적절한 습도, 매우 낮은 기온이 유지되어야 한다. 고도 20~30킬로미터에 있는 겨울철 성층권이 여기에 해당된다.



실제로 뭉크는 <절규>를 그리기 전인 1892년 1월 어느날 일기장에 자개구름을 목도한 듯한 글을 남겼다.


해질녘에 친구 두 명과 길을 걷고 있었다. 갑자기 하늘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나는 멈춰서서 난간에 기대어 말할 수 없는 피곤을 느꼈다. 불의 혀와 피가 검푸른 피오르드 위 하늘을 찢는 듯 했다. 친구들은 계속 걸었고 나는 뒤로 쳐졌다. 오싹한 공포를 느꼈고 곧 엄청난 자연의 비명소리를 들었다

뭉크의 일기

뭉크의 '절규'는 정신착란적인 자신의 심리상태를 그린 게 아니라 실제로 그가 본 자개구름에 덮인 하늘을 그렸다는 이야기이다.


정신착란적인 심리상태를 그린 그림이라는 감상을 들어본 적이 있는 입장에서 이렇게 명확한 창작 스토리가 남아 있다는 것도 참 황당한 일이다.



뭉크의 일기는 '절규'의 기원?을 알 수 있는 단서가 되지만, 내가 정말 놀라웠던 부분은 '친구들은 계속 걸었고' 였다.


뭉크가 오싹한 공포를 느낄정도로 충격적인 자연의 비명소리를 듣는 순간 함께 그 자리에 있던 친구들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는 사실이 놀랍고, 조금 소름끼쳤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눈앞에서 놓치고 있을까? 그리고 내 곁에서 함께하는 사람들과 같은 것을 보고 있다고 '착각'하며 살고 있을까...?



Chapter2 물리학자의 미술관


신을 그리던 빛, 인류의 미래를 그리다.

'꿈의 디스플레이' 퀸텀닷 기술을 중세시대 성당에서 만나다.

성당하면 생각나는 익숙한 풍경중 스테인드글라스를 빼놓을 수 없다. 스테인드 글라스는 햇빛이나 조명에 따라 빛깔이 달라지며 신비롭게 빛난다.

스테인드글라스는 도안에 맞춰 색유리판을 잘라 납으로 붙여 완성한다. 투명한 유리에 철, 구리, 코발트 등 금속 산화물을 넣으면 다양한 빛깔의 색유리가 되는데, 고온에서 유리와 각종 금속을 녹이는 과정에서 화합물이 나노입자 크기로 변한다. 일종의 퀀텀닷이다.

퀀텀닷은 지름이 수 나노미터 정도의 반도체 결정물질로, 빛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효율이 매우 높은 입자다. 현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퀀텀닷'이라는 기술이 사실은 아주 이전부터 사용된 것이다.

4세기 고대 로마시대 작품인 색이 변하는 '리쿠르고스의 컵'에서도 이 퀀텀닷 기술이 사용되었다고하니 새월이 흐를 수록 인류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믿는 것이 우리의 오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Chapter3 수학자의 미술관

수학자의 미술관에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 많이 나온다.

원근법을 이용한 그림, 착시를 일으키는 기하학적 도형, 황금비율로 그린 모나리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비트루비우스적인간 등이다.


Chapter4 의학자의 미술관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워서 본편(?)을 따로 읽어볼까 싶었던 챕터인 만큼 기발해보이는 내용이 참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바쿠스를 표현한 내용이 재미있었다.


간염에 걸린 바쿠스?




그림 속 바쿠스는 창백한 얼굴에 입술은 허옇게 떠 있다.

..

노란빛을 띠는 바쿠스의 흰자위다. 간염에 걸린 혼자에게서 볼 수 있는 황달 증상이다.

p539


그림 속 병든 바쿠스의 얼굴은 카라바조 자신의 얼굴이라고한다. 돈도, 후원자도 없던 시절 카라바조는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술로 끼니를 이어 가다가 한참 동안 병을 앓았다고 한다. 아마도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간염이었을 것이라고.


글쎄 .. 병든 자신의 모습을 바쿠스에 투영시킨 화가의 명확한 의도는 알 수 없지만,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하던가 .. 그 그림에서 환자의 증상을 하나하나 진단하여 병명을 밝히는 감상자의 직업정신이 참 재미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