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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10주년 개정증보판)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20년 10월
평점 :
10년전 책의 개정판, 기존판을 읽지는 않았지만 궁금했던터라 반가운 마음에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는 뇌의 가소성을 근거로 문자의 발명과 기술의 발전들이 우리 뇌가 깊은 사고를 하는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설명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우리의 생각과 궁극적으로 뇌 구조까지 어떻게 바뀌었는지 설명하면서 특히 인상깊었던 부분은 전자책에 대한 부분이었다.
지금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나를 가장 망설이게 한 부분은 자유로운 표시 ( 밑줄긋기나 책갈피, 메모 등) 와 아울러 책을 읽을 때 책장을 넘기는 느낌적인 부분이었다. 그 부분의 대체가 쉽지 않기에 망설이지만 또 그 외에 딱히 전자책의 단점이 떠오르진 않았는데, 저자가 설명하는 책의 장점이 재미있다.
모래가 묻는 것을 걱정하지 않고 해변에 들고 갈 수 있다 . 커피를 쏟을 수도 있고 깔고 앉아도 무방하다. 테이블 위에 읽던 페이지 그대로 두어도 관계없고, 며칠 뒤에 다시 집어 든다 해도 당신이 마지막으로 남겨둔 그 상태로 있다. 콘센트에 꽂아야 하거나 배터리가 나갈 걱정을 할 필요도 없다.
책은 더 나은 읽기의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스크린의 문자보다 읽기 편하다. 책장을 이리저리 넘기는 일도 간편하고, 더 직관적이다. 가상페이지와 비교해 진짜 책장은 빠르고 유연하게 넘길 수 있다. 또한 책 모서리에 메모를 할 수도 있고 감명 깊게 읽은 부분에 밑줄을 칠 수도 있다. 책 앞면에 저자의 사인을 받을 수도 있다. 책을 다 읽으면 책꽂이에 꽂아 빈 공간을 채울 수도 있고 친구에게 빌려줄 수도 있다.
p168
하지만 디지털 리더기의 기능도 꾸준히 향상되어 눈의 피로도를 낮추고 책장을 넘기기도 쉬워졌으며, 책갈피를 끼우고 메모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오히려 글자 크기를 키운다거나, 개인의 서재 전체를 담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마존의 킨들이 리더기 중 독보적인데 가장 큰 매력이 무료로 무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기능으로 쇼핑몰에서 책을 구입하고, 바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반 인터넷과 검색이 가능하며, 특히 문서에 하이퍼링크 기능을 추가하여 이용자가 단어나 문장을 클릭하여 관련 사전이나 위키피디아의 글 또는 구글 검색 리스트로 이동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런 킨들이 디지털 리더기의 미래를 보여준다고 보았다. 아날로그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책까지 완벽하게 장악될 미래의 리더기말이다.
작가 스티븐 존슨은 킨들로 전자책을 읽으며 손끝에서 책의 세상을 확장할 수 있고, 웹 페이지들과 마찬가지로 책을 검색할 수 있는 기능에 들떴으나, "책을 읽는 큰 즐거움 중 하나인 다른 세상, 즉 저자의 사고 속 세계에 완전히 젖어드는 것을 잃게 될 것이 두려웠다. 우리는 점차 잡지와 신문을 읽는 방식, 즉 정신의 일부는 이곳에 두고 또 다른 일부는 다른 곳에 두는 방식으로 책을 읽게 될 것"이라며 두려움을 표했다.
전자책을 사용해보지 않아 요즘 국내에서 흔히 사용하는 전자책이 같은 방식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특별히 리더기를 사용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통해 전자책을 읽는 경우가 많음을 생각해 볼 때, 스마트폰의 수많은 알람이 독서의 흐름을 방해할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종이책의 선형성은 책이 독자들에게 권장하는 고요한 집중과 함께 파괴될 것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물리적. 정신적 행동의 반복을 권장하고, 반응과 보상을 쌍방성을 통해 빠르게 전달하면서 심리학 용어로 '긍정적 강화'효과를 제공한다. 이는 우리를 사회적 또는 지적 영양분이 담긴 작은 알갱이가 쏟아지도록 명령하는 손잡이를 끊임없이 누르는 실험실의 생쥐처럼 반응하게 한다.
저자가 현대인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로 변해가며, 그 현상에 크게 일조하는데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지목하는 것은 크게 3가지라고 보인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로 인해 우리의 집중력이 매우 약해진다. 메일, 카카오톡 등 새로운 알람이 울리고, 정보 검색을 위해 들어간 화면에서는 수많은 광고와 하이퍼링크가 우리의 주의력을 흐트러 놓는다.
우리의 작업 기억으로 흘러드는 정보를 인지부하라고 하는데, 이 부하가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우리 사고 능력을 초월할 때, 골무에서 물이 넘치는 것 처럼 우리는 이 정보를 간직하거나 이미 장기 기억에 저장된 정보와의 관계를 형성할 수 없다. 이 때 우리의 이해는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고 더욱 산만해지게 된다. 이것이 인터넷의 바다를 항해할 때 우리 뇌가 겪는 상황이다.
디지털 저장기기와 필요한 정보를 바로 검색할 수 있는 무선 인터넷 환경은 우리가 스스로 기억하기를 그만두도록 하는데, 강의안을 인터넷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던가, 미술관에 가서도 디지털카메라로 그때그때 작품을 저장하며 관람하게 될 때, 사람들은 더 적게 기억하고 더 많이 잊어버린다.
이는 두가지 방면에서 위험한데, 하나는 우리의 뇌가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으로 구분되어 기억되지만, 장기기억이 단순한 창고역할의 사실 저장 뿐 아니라 복잡한 개념 또는 스키마들을 저장한다는 것이다. 흩어진 정보의 조각을 지식의 패턴으로 조합함으로써 스키마는 우리 사고에 깊이와 풍부함을 제공한다.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에게 아웃소싱한 기억은 체화되고 깊어지는 어떤 것을 방해한다.
사실 용량이 제한된 하드웨어 기기와는 달리, 사람의 뇌는 기억하고자 할 수록 더 많은 것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기계에 의존할 수록 우리의 뇌는 망각에 익숙해지고 기억에 미숙해진다.
두번째는 우리가 머릿속에 담고 있는 지식과 온라인에서 찾은 정보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인데, 이는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정보를 모으며 실제보다 자신을 더 똑똑하고 지적이라고 믿게 되는 것 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검색한 내용을 자신의 생각이라 착각하는 경우 문제가 심각하다. 2018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10년간 트위터에 올라온 450만 개의 메시지를 분석한 결과 사실을 담은 메시지보다 조작된 내용의 리트윗 가능성이 70퍼센트가 높았다. "가짜 뉴스는 진실보다 더 멀리, 빨리, 깊이, 그리고 넓게 퍼져나가는데 이는 로봇이 아니라 사람들이 이를 더 많이 전파하기 때문이다"라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생각은 죽지 않는다》는 책도 있었다. 기계는 저장하고 인간은 가치판단을 하도록 단지 업무가 분화되어 효율성을 높인다는 내용이다.
각각의 논리가 존재하지만 기계가 단순히 저장만 하는 것에서 벗어나 인공지능 등으로 판단을 시작한 순간 이미 지는 게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존 컬킨은 1967년 "우리는 도구를 만들고 , 그 후에는 도구들이 우리를 만든다"고 했다.
기계가 인간을 돕는 부수적인 역할에서 나아가 사람의 가치판단을 대신하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편리한 도구로 쉽게 사용하기만 한다면 우리는 생각하지 못하고 기계가 이끄는대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