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리어 왕 - 1608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한우리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80세가 된 리어왕은 이제 자신의 세 딸에게 나라를 삼등분하여 나누어 주겠다고 선언했다. 그 중에도 자신을 가장 사랑하고 효심이 깊은 자에게 큰 몫을 주겠다는 선언에 욕심이 많은 첫째와 둘째는 거짓과 아부로 애정을 과시하여 많은 재산을 얻는다.

“아버님, 저는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버님을 사랑합니다. ... 제 사랑은 어떠한 수식어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큽니다.”(p12)

“아버님, 저도 언니와 꼭 같은 마음이니, 꼭 같은 값어치를 매겨 주십시오. ... 다만 언니의 말에 부족한 것이 있으니, .. 저는 오로지 아버님을 사랑하는 일에서만 기쁨과 행복을 찾겠습니다..”(p 13)

그러나 코딜리어, 아버지를 말이 아닌 진심과 진정으로 사랑함에도 말로 표현하지 않아 노여움을 사고, 왕국에서 쫒겨난다.

“할말이 없습니다. 폐하.”(p14)

“ 불행히도 저는, 제 마음속에 있는 것을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저는 자식 된 도리에 따라 아버님을 사랑합니다. ”(p 14)

지참금 없이 쫒겨나게 생긴 코딜리어는 다행히 결혼이 예정되었던 프랑스 왕과 떠나게 되고, 처음으로 아버지를 모시게 된 거너릴과 리건은 모든 재산을 나눠받고도 아버지를 욕하며 퇴장한다.

“늙은이의 변덕이 얼마나 심한지 방금 보지 않았니. " - 거너릴

"나이 드셔서 망령이 든거지. " - 리건

"가장 건강하던 시절에도 아버지는 늘 경솔하셨어.

그러니 이제 늙은 아버지에게 받을 것이라곤 고질적인 성격적 결함에 더해진 병약하고 성미 사나운 노인의 외고집뿐이라고. " 거너릴

"늦기 전에 뭔가 조치를 취해야 돼. " - 거너릴 (p25)

아니, 평생 한 나라를 다스린 왕이 어떻게 입에 발린 말에 따라 사랑을 측정하고자 하고, 코딜리어는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말한마디를 제대로 못하는지.  불만을 제시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모든 재산을 물려받게 된 두 딸의 마지막 대화를 보면서 뻔한듯 보이지만 현대사회에서도 통하는 지혜를 보게 된다.

죽을 때까지 재산을 손에 쥐고 있어야 효도를 받는다고 하던가.

평생 자식에게 헌신하고 마지막 재산까지 털어 자식을 지원하고는 홀로 외롭고 힘들게 사시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안타깝고도 답답하던데, 그분들이 리어왕을 제대로 정독하였다면 그런 실수를 피할 수 있었을까?


'리어왕'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작품 중 가장 숭고하고 처절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주인공의 내면적 갈등, 개인적 윤리와 사회, 정의의 상충등의 갈등의 폭과 비극적 정서의 깊이가 다른 작품들을 능가하기 때문이다.

1605년 무렵 셰익스피어가 한창 비극을 쏟아내던 때에 나온 작품으로 선과 악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깊이 있는 탐구를 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리어 왕》 만큼 선과 악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작품은 없다. 극단적인 선과 악의 대립, 악으로 인한 선의 종말, 악의 소멸 등을 통해 삶의 비극과 인간의 본질을 찾아가는 힘든 여정을 잘 표현하고 있기에 더욱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또다른 어리석은 글로스터 백작은 서자인 둘째 아들 에드먼드의 이간질에 효심깊은 장남 에드거를 쫒아내고, 리어왕을 따르고자 하는 결심을 에드먼드가 거너릴에게 전달하면서 쫒기게 된다.

리어왕과 글로스터 백작 모두, 어리석은 행동으로 현재의 지위에서 떨어진 후 리어왕은 황야에서 미쳐가면서, 글로스터 백작은 두 눈을 모두 잃고 난 후에야 진실과 거짓을 제대로 분별하게 된다.

4대 비극 중 최고봉이라니 짐작해볼 수 있겠지만, 리어왕의 소식을 들은 코딜리어와 사위인 프랑스왕이 전쟁을 일으키지만 결국 프랑스가 패하고 붙잡힌 코딜리어는 죽고 딸과 잠시 만나  정신이 조금 돌아왔던 리어왕도 죽고 만다.

최근 고전을 다시 읽으며 고전이 가진 매력에 새삼 빠져든다.

단순해보이지만 가볍게 보아 넘길 것이 아닌 꼭꼭 씹고 여러번 음미할수록 새롭고, 그 속에 깃든 통찰이 옅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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