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집순이로 알차게 살았습니다 - 침대와 한 몸이 된 당신을 위한 일상 회복 에세이
삼각커피 지음 / 카시오페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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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까마득하게 느껴지지만, 2019년 한동안 완벽한 '집순이'로 살았다.
성격과 잘 맞지 않는 일을 하면서, 기력까지 소모하면서 매일 야근하는 삶을 조금 길게 살았던 탓에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있었고, 누군가에게 명확하게 설명하진 않았지만.. 정말 조금만 더하면 내안에 무언가가 완전히 고장날 것 같다는 위기감이 강하게 있었다.
그리고 ..마치 겨울잠이라도 자듯 .. 10년이 넘는 시간 못잔 잠을 몰아자듯 계속 잤다. 자도자도 피곤했고 내일은 꼭 무언가를 해보겠다 다짐했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또 저녁이었다. 처음엔 '그래 힘들었으니까 한달정도 쉬면 나아지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진짜 고생했으니 난 그래도 되' 라고 생각했다.
한달이 지나고 두달쯤 넘어가니 집에서 슬슬 눈치를 주기 시작했다. 고생했던 나의 과거를 인정해주지 않는 것 같은게 억울했고 그래서 큰 소리도 많이 났다.
어쨌든 그때의 나는 6개월은 쉬고 말겠다고 결심한 상태였고 (재정적으로도 기본적인 생활은 할 수 있도록..) 믿는 구석도 있었다 ( 다시 돌아가긴 싫었지만 .. 필요하면 취업할 수 있다는 확신은 있었다..)
나의 계획과 생각을 믿어주지 않는 엄마에게 화도 났지만 어쨌든 .. 같이 살고 매일 부딪히면서 점점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

결론적으로는 충분히 쉬지 못하고(?) 취업을 해버리게 되었지만 .. 백조생활 끝무렵 즈음엔 충분히 쉬었다고 만족할만한 상태는 영원히 도래하지 않을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던 것이 취업을 결심한 이유기도 했다.
무슨 얘기인가 하면 .. 난 천상 집순이였던 것이다.! 


사실은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참 끌렸는데 .. 이 책의 저자와 내가 비슷할 줄 알았는데 ..
요즘들어 자주 겪는 핀트 어긋난 이느낌 .. ^^;

작년 어느순간의 나와 비슷한 무기력증에서 탈출한 작가의 이야기다.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용감하게? 자영업에 도전했다가 운영하던 가게를 접고, 집에서 지내게 되면서 계속 이런저런 병들로 아프고, 의욕은 사라지고, 우울함은 극치에 이르렀다가,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 담겨 있다.

제목만 보고 선택했지만, 생각했던 것과 방향이 달라 조금 당황했지만, 귀여운 일러스트와 함께 잔잔하게 풀어낸 이야기을 부담없이 읽었다. 그 와중에 열심히 집에서 노력하는 저자가 부러운 건 무엇. ..

작가 스스로도 이야기 했듯이 누구나 놀랄만한 위험과 역경을 헤쳐나간 이야기는 아니지만, 당장 나에게 닥친 것 같은 소소하지만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비슷한 상황의 독자라면 몰입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자영업에 용감히 도전한 일러스트레이터여서인지 그림도 단순한듯 포근하고 귀여워서 책읽는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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