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직장인 열전 - 조선의 위인들이 들려주는 직장 생존기
신동욱 지음 / 국민출판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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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 제목을 보고 책 보다도 글의 저자가 매우 궁금했다. 어쩜 이렇게 당연한듯 신선한 주제를 뽑아 낼 수 있었을까 ..
 
이 책에선 11명의 긍정적인 인물과 6명의 비운의 인물, 총 17명의 역사적 인물들의 관직(직장)생활을 통해 현대의 직장인들이 본받아야 할, 혹은 지양해야할 자세를 안내한다.
물론 실존하는 인물들이기에 처음에 잘 나가다가 왕이 바뀌고 귀양을 가는 등 급변하는 일도 있고,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에피소드도 있었지만, 잘 알고 있는 행적을 직장생활 내에서의 처신으로 치환했을 때 재미있게 뇌리에 박히는 부분이 많았다.
아참, 위인들의 이력서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는데, 특히 이 책의 재치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전체적으로  회사의 CEO인 임금님을 비롯 상사, 동료 등 인간관계에 대한 대처, 평판과 태도 등에 대한 처세술을 제시한다.
그중 특히 내 뇌리에 콕 박힌 두 분만 소개해 보고자 한다.

오늘도 은퇴를 꿈꾼다.   이 황
 
항상 퇴계 이황 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느낌이다.
조선의 인물 문신이자 학자, 천원권으로 항상 보고 있는 위인.
위에 이력서에서도 이황 선생님을 모셔온 것은 이분이 예비 은퇴인이었다는 사실이다!
을사사화 등의 정쟁이 치열했던 시절이었기에 당시의 조정, 직장은 너무나 퇴사하고 싶은, 맞지 않는 직장이었다. 또한 건강이 좋지 못하였고 학문에만 집중하고 싶은 열망이 강해 기회만 되면 임금에게 관직 사임을 요청했다고 한다. 관직에 욕심이 없었기에 상당히 늦은 34세에 문과에 최종합격하여 40여년에 걸친 기간동안 총 74번이나 사임하였다고 하니 놀라울 뿐이다.

현대의 직장인 중 자신의 직장에 만족하는 사람은 정말 많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자영업도 힘들어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오죽하면 직장인들의 장래(?)희망이 카페 사장님, 치킨집 사장님이었을까 ..
그래서 프로 퇴직러 이황선생님은 어떻게 직장생활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하나는 관직을 맡은 동안만큼은 최선을 다해 일하면서 자기계발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것이고 다른 하나는 끊임없이 관직을 사임하겠노라 임금에게 요청한 것이다.

조선까지 거슬러 가서 들을 것이라 생각지 못했던 자기계발. 이는 현대의 직장인이 자기계발에서 도망칠 마지막 퇴로를 차단하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한 듯 하다.
지금 나의 일에 충실하기 위해서도 자기계발은 필수이다. "나무를 베는 데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도끼날을 가는 데 45분을 쓰겠다."는 링컨의 유명한 말이 있듯이 내 실력을 업그레이드하고 더 많은 성과를 내기 위한 투자이다.
또한 자기계발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특히 현대사회는 평생 직장이라는 의미는 진즉에 사라졌고 심지어 백세시대가 도래하여 정년퇴임까지 직장에서 살아남았다 한들 많은 세월이 기다리고 있다.

이황은 예비 은퇴인이었다. 당당하게 사직을 요청할 수 있었던 까닭은 사임 후 고향의 도산서당에서 교육활동을 할 수도 있었고 왕성한 저작활동을 할 수도 있었다. 자기계발로 미래를 대비해 두었기에 자신과 잘 맞지 않는 직장에서 억지로 보티기 보다 빠른 은퇴를 꿈꾼 것이다.

그러나, 끊임없는 관직 출사와 사임의 반복은 당대에도 비판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이황이 사임을 요청할 때마다 임금은 더 높은 직책을 주어 그를 잡으려 했고, 이를 가지고 그가 사퇴를 빌미로 더 높은 자리에 오르려 한다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였다고 하니, 조상들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는 사고를 가지고 있구나 싶었다.

이직은 신중해야 한다. 이황도 잦은 사직으로 비판을 받고, 심지어 자신의 뜻인 은퇴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채, 세상을 떠나기 1년전까지 직장생활을 계속했다.
본인이 간절히 바란 은퇴에 실패한 부분은 안타깝지만, 우리는 이황처럼 은퇴를 준비해야한다.
이황은 회사가 붙잡고자 하는 실력넘치는 인재고, 동시에 당장 은퇴해도 문제가 없이 완벽히 준비된 '예비 은퇴인'이었다.
이는 관직에 있는 동안은 자신의 책무에 절대 소홀함 없이 최선을 다하며, 동시에 멈추지 않는 자기계발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했기 때문이다.
나의 의지로 사표를 낼지, 아니면 회사로부터 사표 제출을 강요당할지, 그 주도권은 나의 의지에 달려있다.

진정한 비운의 직장인    강 홍 립
 
오늘날에도 스펙은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우리는 최대한 많은 스펙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조선시대 뛰어난 스펙탓에  인생이 꼬인 인물이 있었으니 .. 명나라와 후금(청나라)의 전쟁에 조선 원군 총사령관으로 출진한 강홍립이다.
후금이 명라라 징벌을 위한 군사를 일으키고 명나라가 조선에 원군을 요청했을 때, 광해군은 원군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후금이 부패한 명나라보다 우월함을 알고 있었고, 임진왜란 직후 전쟁을 할 마음이 없었다. 억지로 원군을 보내게 되면서 총사령관을 추천하라고 지시했을 때, 중국어를 잘한다는 이유로 순수 문관 출신이었던 강홍립이 추천되었다.
파견 명령을 세 번이나 사양했지만, 어머니의 병 핑계를 대는 강홍립에게 친히 어의를 시켜약까지 지어 보내는 터라 거절할 명분이 없어 억지로 총사령관이 되었다.
이미 승패를 뒤집을 방법이 없던 상황에서, 강홍립이 이끈 중영은 산으로 몸을 피하다가 후금에 항복하고 8년간의 억류생활을 하게 되었다.
인조 반정 후 친명정책으로 일관하면서 후금이 조선으로 침략하는 정묘호란이 일어났는데, 강홍립의 강력한 주장으로 황해도 평산에서 화친을 맺게 되었다.  강홍립도 8년만에 고국으로 돌아오지만 돌아온 해에 숨을 거두었다.

직장 생활 중에도 운이 참 중요할 때가 많다. 하여 운칠기삼(運七技三), 인생사는 운이 7할이고 재주(노력)가 3할이라고 말한다. 이 말이 유래된 중국 설화가 있다. 중국의 한 선비가 자기보다 못난 사람도 죄다 과거에 급제하는데 자신은 늙도록 패가망신 한것이 너무 억울하여 옥황상제에게 가서 그 이유를  따졌다. 옥황상제는 정의의 신과 운명의 신을 불러 술내기를 시키면서 정의의 신이 이기면 선비가 옳고 운명의 신이 이기면 선비가 체념해야 한다는 다짐을 받았다. 그 결과 정의의 신은 3잔, 운명의 신은 7잔을 마셨고 이에 옥황상제가 이야기 했다.
"세상사는 정의대로만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운명의 장난이 따르기도 한다. 세상은 7푼의 불합리가 지배하지만 3푼의 이치도 행해지고 있음을 명심하라."
운칠기삼은 노력보다 운이 중요하다는 말로 널리 쓰이지만 사실 그 유래는 30%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세상은 원래 공평하지 않다. 운 70%는 우리가 좌우지할 수 없는 영역이므로, 노력 30%에 집중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다.

강홍립은 자기에게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 억지로 파견시키고 제대로 군량보급도 하지 않다가 어쩔 수 없이 항복하자 온갖 비난을 쏟아 내던 조정이었지만, 8년간의 억류 생활 끝에 후금의 군사와 내려왔을 때 후금을 설득하여 화친을 맺도록 끝까지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강홍립은 적에게 함몰당한 지 10년이 되도록 신하의 절개를 잃지 않았으며 지금은 또 화친하는 일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으니, 종국을 잊지 아니한 그의 마음을 이에 의거하여 알 수 있습니다." 
인조실록 인조 5년 2월 1일
매우 억울한 상황에서도 불평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한 강홍립은 결국 그 노력을 인정받았다. 무슨 일이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자신의 노력으로 신하의 절개를 잃지 않았다는 명예를 되찾은 강홍립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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