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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작 - 잠 못 드는 사람들 / 올라브의 꿈 / 해질 무렵
욘 포세 지음, 홍재웅 옮김 / 새움 / 2019년 10월
평점 :
차일피일 미루던 소설에 대한 서평. 그런데 .. 대상 책이 너무 어렵다 ..작가 욘 포세는 <이름>으로 노르웨이의 입센상을 수상하였다. 초기에 소설을 쓰기도 했지만 서른 편 정도의 희곡을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이 작품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문장 간 조화를 이룬다. 이책은 마침표가 없다.쉼표는 있으되 마침표는 보이지 않는다. 쉬어가되 끊어지지 않는 문장. 그리고 지나친 반복같기도 하지만, 반복되어 사용되는 어휘와 구절은 이 소설을 자유시나 음악처럼 느끼게 한다.

우린 서로 함께해, 그는 내 안에 있어, 하고 알리다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는 바다 저편을 내다보고, 하늘에서 아슬레를 본다, 그녀는 저 하늘이 아슬레인 것을 보고, 저 바람이 아슬레인 것을 알아차린다, 그는 저기 있어, 그는 바람이야, 그를 찾지 못해도 그는 여전히 저기 있어,
해질 무렵 p231
첫 작품인 '잠 못 드는 사람들' 십대의 어린 두 남녀가 등장한다. 바이올린 연주자였던 아버지의 유품인 바이올린을 든 아슬레와 만삭의 그의 여자 친구 알리다는 자신들이 살던 곳을 떠나 벼리빈의 거리를 헤매며 방을 찾지만 그들에게 친절하게 방을 내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는 와중에 빈방을 찾아 헤매는 과정으로 그들의 안타까운 사연, 만삭의 몸으로 고향을 떠나야 했을 사정들을 짐작해 볼 뿐이다. 두 번째 작품 '올라브의 꿈'에서 올라브가 등장하며 전혀 다른 이야기인가? 싶지만 바로 아슬레의 바꾼 이름임을 알 수 있다.
이제 난 아슬레가 아니라 올라브야, 그리고 알리다는 알리다가 아니라 오스타고, 이제 우린 오스타와 올라브 비크야
p90
올라브는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살고 있는 알리다를 위해 반지를 사려고 벼리빈에 가는 길에 그들의 과거를 알고 있는 노인을 만난다. 노인은 올라브의 가는길에 계속 나타나며 술 한잔을 살 것을 요구하지만, 올라브는 계속 무시한다. 술한잔을 하고, 화려한 팔찌를 반지대신 구입하는 등 처음 생각한 일정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와중 경찰에 붙잡혀 교수형을 당한다. 세 번째 작품 '해질 무렵'의 배경은 수십 년이 흐른 미래다. 알리다는 늙어서 죽었고, 죽기 전까지 오슬레이크라는 동향사람과의 사이에서 자녀 여럿을 두었다. 아슬레의 교수형 이후 알리다의 삶이 묘사된다. 어떻게 알리다가 오슬레이크를 만났는지, 그 만남 가운데 아슬레의 영혼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알리다가 아슬레가 영원히 떠났음을 알게 되었을 때, 아슬레는 영원히 그녀 곁에 머문다. 알리다와 아슬레의 아이 시그발에 대한 이야기도 이미 나이가 들어버린 이부 누이 알레스를 통해 전해들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오빠 시그발, 실제론 이부오빠지만, 그는 내가 아직 조그마한 여자아이였을 때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어, 아무도 그가 어떻게 됐는지 몰라, 하지만 그는 바이올린을 연주했어, 그래, 아무도 우리 이부 오빠 시그발보다 더 잘 연주하진 못했을 거야, 그래, 그는 연주를 잘 할 수 있었고, 그게 내가 그를 기억하는 유일한 것이야,
p193
여운이 많이 남는 글이다. 등장인물들의 꿈, 환상, 현실이 복잡하게 엮이고, 간결하지만 마침표 없는 문장은 읽기 쉽지만 또 어렵다. 여러번 곱씹을 필요가 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