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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 1 - 전쟁의 서막
김진명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9월
평점 :
소설은 허구에 가까운 문학이지만, 진실함을 담았을 때 더욱 잘 읽힌다 .
저자는 "소설은 비록 허구이지만 사실보다 더 진실이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하지만, 나는 이 말이 명확하게 와 닿지 않는다.
김진명 작가는 좋아하는 작가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는 작가였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가즈오의 나라' 등의 소설을 학창시절 의미 깊게 읽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동안 특히 한국소설을 멀리했기에 최근 글을 보지 않다가 .. 기회가 닿아 살수를 읽게 되었다.
'시경'에서 언급된 동방의 군자국 '한'과 대한제국이 계승한 '한'이 같다고 보는 관점에서 소설은 진행된다. 그리고 아마도 그 관점의 역사관이 이전 소설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 부분에 대하여 논란이 있고, 많은 역사학자들의 입장은 아니라고 보는데,
저자 자신은 그 부분에 대하여 확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 아주 최근에 역사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하는 책을 읽었다.
진실된 '사실'은 그시대를 살던 이들과 .. 신만이 아시겠지만 역사에 대한 저자의 해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역사적 해석이 사실에 근거한다 해도 해석은 '잠정적'으로만 진실성을 지닌다.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완전성의 기준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가로서 역사적인 명확한 거증이 불가하다면, 허구에 기대는 것도 나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이렇게 상상해 봤는데 ~ 진실이라면 놀랍지 않을까? 어짜피 진실은 아무도 모르니까! '
명확한 거증 없이 (논란에 대해서 깊이 있게 찾아보지는 못했다. ) 논란이 있는 내용을 소설이라는 장르로 풀어내면서 진실함을 주장하는 부분이 조금 비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인물.. 개인적으로는 스토리를 풀어가는 방식이 실망스러웠다.
역사에 거의 남지 않은 신비로운 인물 을지문덕은 소설내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신비로운 인물이다. 동해 번쩍 서해 번쩍 나타나 문제를 해결하고, 깊은 통찰을 드러내지만 근거가 없다.
을지문덕만이 아니다. 주요 인물들의 감정선에 공감이 가지 않는다. 미친청년 양광은 그냥 영웅의 기운을 타고 났으나 미쳐버렸기에 그저그렇게, 그와중에도 전쟁에는 두곽을 나타내는가 했지만 을지문덕과 부딪히게 되었을 때 그의 탁월함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그냥 악역일 뿐이다.
읽히기는 잘 읽힌다. 김진명 작가의 큰 장점으로 기억하고 있다. 을지문덕이라는 인물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준 것이 내 경우엔 큰 패착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을지문덕이라는 인물이 궁금해서 책을 들었지만, 책을 덮은 지금도 을지문덕이 궁금하다.
역사를 대하는 소설가의 자세, 역사서 그리고 소설을 읽는 독자로서의 자세를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