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위기 - 북한은 제2의 쿠바가 될 것인가?
안병진 지음 / 모던아카이브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미국과 쿠바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표지만 보고 북한과 쿠바가 비슷한 분량으로 나올거라 생각했었는데, 책의 내용 대부분은 쿠바 미사일 사태와 그 배경, 이후의 일들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쿠바 미사일 사태는 1962년 소련과 미국 사이에 발발한 위기로, 인류가 핵전쟁에 가장 가깝게 다가간 시기였습니다. 쿠바 미사일 사태의 씨앗은 1958년 카스트로가 쿠바 혁명을 통해 쿠바를 사회주의화 함으로써 뿌려졌습니다. 미국 본토의 코앞에 사회주의 국가가 생기는 것을 미국은 결코 용납하지 못했고, 피그스만 침공과 일련의 카스트로 암살 시도 등을 통해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시키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미국의 노력들은 전부 허사로 돌아갔고, 오히려 카스트로는 소련과의 관계를 굳건히 함으로써 정권의 안녕을 보장받고자 했습니다. 이러던 중 1961년 미국의 정보기관은 쿠바에 소련 미사일 기지가 설치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본토 코앞에 소련의 핵미사일 기지가 설치된다는것은 미국인들에게 짙은 패닉을 안겨주었습니다.  쿠바 미사일 위기는 겉보기에는 아주 단순해 보이지만, 정책의 결정 과정들을 살펴보면 아주 복잡해집니다. 쿠바 미사일사태의 주역은 카스트로, 흐루쇼프, 케네디 3인이라 볼 수 있는데, 이 중 흐루쇼프의 소련과 카스트로의 쿠바가 손을 잡고 케네디의 미국과 맞서는 형태였습니다. 하지만 같은 편인 흐루쇼프와 카스트로 사이에도 모든 것이 원만하게 흘러가지는 않았고, 서로의 의견차로 인해 불협화음이 터져나오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각 정책결정자들은 상대방들의 의도를 읽어야 했고 군부, 국민, 외무관료 등 다양한 행위자들간의 주장을 종합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데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이는 외교정책의 과정이 그만큼 복잡한 과정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책의 메인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쿠바와 북한과의 비교가 책에는 많이 나오지 않았으나, 이 문제와 관련해서 필자의 개인적 생각을 써보자 합니다. 쿠바 사태와 북한 문제를 비교해보면 상당한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쿠바 미사일 사태 당시 쿠바는 미국과 상대가 되지 않는 약소국이었지만 사회주의 형제국 소련의 지원을 받고 있었고, 때문에 미국은 쿠바를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미국은 북한에 비해 압도적인 국력을 보유한 초강대국이지만 북한의 배후에 있는 중국 때문에 북한을 함부로 건드릴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 문제와 쿠바 문제를 비교해보면, 북한 문제가 쿠바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먼저 행위자의 숫자 면에서 북한 문제는 훨씬 복잡합니다. 쿠바 사태는 주된 행위자가 미국, 쿠바, 소련 3국이었던 반면 북한 문제는 미국, 남한, 북한, 중국 등 주된 행위자만 해도 4국이나 됩니다. 여기에 북한 문제와 아주 밀접한 이해관계를 가진 러시아, 일본까지 합치면 사실상 동북아시아 전체가 북한 문제에 얽혀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들 국가는 모두 세계에서도 순위에 드는 군사력, 경제력을 보유한 대국(물론 북한은 경제력 면에서는 나머지 나라들과 비교가 안됨)들입니다.

쿠바 문제의 결말을 보면 더더욱 우울한 상황이 보입니다. 쿠바 사태 이후에도 미국과 쿠바간의 관계는 대체로 나쁜 편이었습니다. 물론 여러 차례 국교정상화 시도가 있기는 했지만, 여러 현실적 문제에 부딪혔고 미국은 오랫동안 쿠바에 대한 봉쇄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최근들어 미국과 쿠바의 관계는 급속도로 개선되었고, 2015년에는 미국과 쿠바가 국교를 정상화하는 기적이 발생했습니다. 이를 보고 북미간에도 쿠바와 같이 평화가 찾아오리라 기대해볼 수 있으나, 북한은 쿠바와 전혀 다른 케이스입니다. 쿠바 입장에서는 사실 미국과의 점진적인 화해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냉전 이후 쿠바는 소련이라는 강력한 후원국을 잃어버렸고, 사실상 자력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아무런 보호막 없이 세계 초강대국을 바로 옆에 둔데다가 경제마저 파탄났고, 결국 쿠바는 정권의 유지를 위해 개혁 개방을 펼치고 미국과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졌습니다. 반면 북한을 지원해주는 중국과 러시아는 아직 건재하며, 북한은 최소한 남한은 초토화시킬 만큼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에 미국이 함부로 건드릴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마지막으로 쿠바를 통치한 카스트로 형제들은 독재자라는 사실은 틀림없지만 북한의 폭압적인 독재체제에 비하면 훨씬 융통성 있고 유연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따라서 북핵문제의 해결과 북미관계, 남북관계의 정상화는 미국-쿠바 관계만큼 쉽게 풀리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