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의 거짓말 - 스탈린, 마오쩌둥, 김일성의 불편한 동맹 전쟁과 평화 학술총서 3
천젠 외 지음, 아르고(ARGO)인문사회연구소 외 옮김 / 채륜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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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의 거짓말은 한국전쟁 발발에 깊숙히 관여한 북한, 중국, 소련이라는 세 나라를 중심으로 한국전쟁의 발발 원인 등을 다룬 책입니다. 우리는 매체 등을 통해 한국전쟁에 대해 자주 접한 편이나, 한국전쟁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우리는 한국전쟁의 원인에 대해서도 단순히 북한의 김일성이 남한을 적화통일하기 위해 침략을 해왔다고 알고 있을 뿐, 그 뒤에 숨겨진 중국, 소련, 북한 삼국간의 야합과 사전계획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는 한국전쟁의 원인을 김일성과 북한정권에서 찾고 있지만, 실제로 전쟁의 발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건 마오쩌둥과 스탈린이라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건국된지 몇년 되지 않은 신생정권 북한이 강력한 군사력을 육성하여 남침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중국과 소련의 지원이라는 배경이 있습니다.


한국전쟁의 원인을 살펴보려면 1945년의 상황부터 봐야합니다. 1945년 8월 일본이 항복하면서 38선 이북에는 소련군이 주둔하게 되었습니다. 김구와 여운형 등의 지도자들은 좌우합작을 통해 분단을 막으려 시도했으나, 냉전이라는 시대적 배경은 이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고 좌우합작은 끝내 결렬되었습니다. 38선 이북에는 이내 김일성을 중심으로 한 친소 공산정권이 들어섰고, 1948년 9월 9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 건국되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인 8월 15일 남한에서는 이승만을 대통령으로 한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대한민국이 들어섰습니다. 이때까지 양국 모두 분단이 일시적인 상태라 생각했으며, 서로가 한반도의 유일한 정부라고 주장하는 상황이었습니다. 38선에서는 양국간에 긴장이 끊이지 않았으나, 대대적인 전쟁의 징후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949년 중국 공산당이 국공내전에서 승리하고 대륙을 통일하면서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대륙의 패권을 잡은 중국공산당은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했고, 그 해 마오쩌둥은 소련을 방문하여 소련과의 우호관계를 다짐과 동시에 막대한 양의 지원을 약속받았습니다. 또한 중국은 소련으로부터 아시아지역 공산혁명의 주도세력(전세계 공산혁명의 주도세력은 당연히 소련이었다)이라는 지위를 인정받았습니다.

1949년 시점에서 김일성은 남침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며, 스탈린과 마오쩌둥에게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이 둘은 김일성의 계획을 딱히 반대하지 않았고, 오히려 은밀하게 병력과 물자를 지원해 주었습니다. 중국은 본토에 머물고 있던 조선족 부대 수만명을 북한으로 돌려보냈으며, 소련은 막대한 양의 무기와 군사고문단을 지원했습니다. 이는 중국, 소련이 미국의 참전의지를 과소평가했기 때문입니다. 스탈린은 미국이 남한을 구하기 위해 굳이 군사력을 투입하지는 않을거라 판단했습니다. 스탈린은 전쟁이 북한의 승리로 빠르게 끝나 미군이 개입할 틈이 없을거라 생각했으며, 국공내전때 군사력을 보내지 않았던 미국이 한국에 군사력을 보내지는 않을거라 판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탈린은 김일성과 박헌영과의 대화에서 "미국 내의 지배적인 분위기가 전쟁에 개입하지 않는것"이라고 언급했는데, 이렇게 판단하게 된 근거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1949년 12월 말에 채택된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의 극동지역 전략정책이 그 근거가 되었다는 추측도 있습니다. 치밀한 정치가인 스탈린은 설사 미국이 참전한다 해도 소련과 전면전이 벌어지지 않도록 치밀한 계산을 해두었습니다. 그는 사전에 김일성에게 소련은 군대를 지원해주지 않을것을 못박아 두었으며, 지원군이 필요하면 중국에 요청하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소련이 한국전쟁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물론 나중에 미국도 소련의 개입을 알게 되었지만 세계대전을 원치 않는건 미국도 마찬가지였기에 반쯤 눈감았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국군은 빠른 속도로 낙동강까지 밀렸으나, 미국과 UN의 신속한 개입 덕분에 북한군을 역으로 밀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는 사실 중국, 소련의 예상을 벗어난 재빠른 조치였습니다(트루먼 대통령 각하께서 한국을 살리셨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부터 중국측은 대만공격을 연기하고 병력을 만주지역으로 집결시켰으며, 전쟁의 진행상황을 주시했습니다. 정확히 어느 시점부터 중국이 한국전쟁에 병력을 투입하려 계획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인천상륙작전 으로 북한군이 궤멸되자 마오쩌둥은 즉각 참전을 준비할것을 명령했습니다. 10월 초 중공군은 압록강변에 집결을 완료했고 소련 공군의 지원을 받고자 했으나, 스탈린은 돌연 공군 지원을 거부했습니다. 이는 소련이 미국과 전면전을 벌이는것을 극도로 꺼려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중국측은 극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참전을 망설였으나, 결국 10월 19일 압록강을 건넜습니다. 마오쩌둥의 참전결정은 대한민국 주도의 북진통일을 막았고, 때문에 대한민국은 북한이라는 암덩어리를 제거하는데 실패했습니다.


이 책은 사실 한국전쟁의 배경과 전쟁 과정에 대한 여러 짤막한 글, 사료와 증언들을 모아놓은 사료집에 가깝습니다. 여기에는 중국 학자가 중국측의 입장에서 한국전쟁 원인을 설명한 글과 소련 시각에서 한국전쟁을 바라본 글, 한국전쟁 도중 발생한 중국과 북한의 갈등을 설명한 글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에는 한국전쟁의 숨겨진 이면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사료와 자료들이 많이 첨부되어 있으나, 여전히 사료들 중 상당수는 미공개 상태라고 합니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한국전쟁의 발발 원인에 대해 정확히 밝혀내는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확실한건 한국전쟁은 북한, 소련, 중공 삼국의 합작품이었으며, 미군과 UN군의 지원 덕에 우리나라가 생존할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한국전쟁의 교훈을 잊지 않고 북한, 중국에 대한 경계를 멈추지 않아야 할것이며, 동시에 우리나라를 파멸로부터 구한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트루먼 각하와 미군 장병들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아야 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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