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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래 평전 - 세상을 바꾼 아름다운 열정
안경환 지음 / 강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앞에서 누군가가 이 책에 대해 '이 책은 사기다'라는 매우 단언적인 혹평을 했다.
그 리뷰을 읽고 이 책을 선택하지 않을지도 모를 안타까운 그 누군가를 위해 이 글을 쓴다.
분명히 말해두지만 이 책은 사기가 아니다.
내 친구 하나는 프롤로그를 읽고 가슴이 저며 본문의 책장을 넘기기 힘들었다 했다.
거짓은 결코 사람의 심금을 울리지 못한다.
이 책은 조영래라는 인물을 통해 숨가쁘게 지나왔던 한국 현대사 50년의 진실이 무엇이었던가를 되짚어보
고 있다. 항상 진실은, 특히 가혹한 시대의 진실일수록 가슴 아프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조영래 변호사가 살았던 시대가 기만으로 점철된 시기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기만의 단면은 당시의 정당이름에서도 드러난다. 민주공화당, 민주정의당......
민주주의와 가장 거리가 멀었던 시대에 민주주의를 앞세우고, 가장 부정의가 넘쳐나고 부조리가 세상을
덮었던 자들이 스스로 정의롭다 외치던 시대. 그 기만의 시대를 조영래 그리고 저자는 헤쳐나왔다.
권력이 그 금도를 잃고, 인간이 그 가치를 잃었던 시절, 조영래 변호사는 법률가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몸소 보여준 인물이었다. 흔히 당시의 운동가가 잃어버리기 쉬운 분별과 지성을 갖추었던 조영래는
법과 이성을 통해 순화된 열정으로 세상을 변화시켰다. 대표적인 사건이 권인숙 사건이다.
당시 아무도 문귀동이 처벌받으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처벌은 커녕 검찰의 기소도 가능하리라 생각할 수 없
었다. 그러나 그는 해냈다. 권인숙 사건을 통해 5공정권의 불법성을 세상에 알려 시대변화의 발판을 마련한
그는 정확한 법지식과 논리로써 검찰과 정권을 옭죄었고, 결국 문귀동을 처벌하는 데 성공한다.
이 과정을 말로 풀기에는 너무 길어지고 법지식이 없는 사람은 이해하기도 어려워 생략하지만, 이때 조영래
가 구사한 논리는 지금의 고시가에서도 회자될 정도로 흠잡을 데 없는 수준으로 극찬을 받고 있다.
이는 정의에 대한 열정과 더불어 법률가로서의 충실한 소양이 밑바탕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또한 그는 사회가 변화해야 할 방향을 읽고 법과 소송을 통해 그 변화를 촉진시킨 인물이기도 했다.
망원동 수재사건, 상봉동 진폐증사건, 이경숙 여성조기정년제사건 등은 그의 시대를 보는 눈과 그의 법률가
적인 능력이 일으켜낸 당시로서는 기적같은 사건이었다.
특히 이경숙 사건의 경우, 여성이 통상 26세에 결혼하기 때문에 여성의 정년을 26세로 보아야 한다는
종래의 판결을 뒤집는 시초가 된 사건으로 여성의 인권신장의 측면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법률가는 세상의 큰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큰 안목을 가져야 하는 동시에 큰 밑그림을 구체적이고도 세밀
한 청사진으로 만들 수 있는 논리와 이성을 갖추어야 한다. 논리와 이성을 결여하는 순간 법률가로서의
생명은 끝나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달을 보고 해라고 해야 했던 그 시대, 그래서 머리보다는 몸이 먼저나가는 그 부조리한 시대를 살면서도
조영래는 법률가로서의 소임을 잊지 않았다. 오늘 법대생이 그를 잊지 않아야 할 가장 큰 이유가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