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준 시인은 「쓰는 기분』에서 기적이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사랑하는 일"이라고 대답하겠다고 했다.그만큼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닥쳐오는 게 아니라, 기적은 우리와 영원히 상관없는 일. - P30
나도 우산을 폈다. 그 우산에다 나를 태운 다음, 바닷가로 진입하고 싶었으나 발을 내디딜 때마다 바다는 내 발치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 - P40
어차피 행복은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깊은 밤 찾아오는 도둑눈처럼 아름답게 반짝였다 사라지는 찰나적인 감각이란 걸 아는 나이가 되어 있었으니까. - P225
허구를 말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사피엔스가 사용하는 언어의 가장 독특한 측면이다. - P48
강아지가 좀더 내 몸 가까이 파고들었다.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 P105
사람들이 그토록 서투른 말들을 건네는 이유는 죽음에 대해서 말하는 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오르빌뢰르의 문장을 읽으며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 앞에서 제대로 된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이해하게 됐다. 죽음은 너무나도 커다란상실이자 슬픔이고, 그것을 담기에 언어라는 그릇은 언제나 너무나도 작다. - P130
완벽이란 말은 얼마나 폭력적인지.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말이 게으름의 면죄부가 되어선 안 되겠지만 완벽한 것만의미가 있다는 생각은 결국 그 누구도 행동할 수 없게 만드는 나쁜 속삭임이다. 이 세상 그 누구도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 - P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