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 좋게 마시다가 술이 모자라서 밖으로 나갈까 고민한 일이 있다. 동거인은 단호하게 외쳤다. "무슨 소리야, 한번 브라자를 푼 사람은 다시 찰 수 없어!" SNS에 이 이야기를 썼더니, 평소 와인 수십 병을 보유하고 있는 철군낮별네에서 흔쾌히 술을 보내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브라자를 아직 차고 있던 내가 냉큼 나가서 동네친구의 이런 호의를 받아 오면서 그날의 술자리는 해피엔딩으로끝났다. 이러니 집 밖으로 나갈 이유가 없다.
- P193

책임이 없다고 쓴 내용증명을 보낼 수 있었을까? 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내가 누수 탐지를 위해 윗집에 올라갔을 때, 그집 벽에는 윗집 부부가 딸들과 함께 세계 곳곳에서 찍은 사진이잔뜩 붙어 있었다. 따로 산다는 그 딸들도 세상 살기 참 힘들 거예요, 바로 당신 같은 사람들 때문에.
- P213

호의. 이게 원래의 마음 아닐까? 관습과 가족 관계와 책임과 의무로 짓눌려버리기 이전의, 좋아하는 친구를 낳아주신 부모님께 갖는 친근한 마음. 내 자식과 함께 사는 친구에게 잘 대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 이 나라 모든 며느리, 사위, 장인·장모, 시부모들에게도 원래의 마음은 이와 같을 것이다.  - P23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