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의 값짐이 빛나는 동화 한 편
- 사이키 가렌 <토끼의 춤>
- 도서출판 아람 사회성 발달 멤버십 동화 시리즈 -
'나는 나중에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지.'
그리고 금세 여기에 '하지만 난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하는 걸.'하고 덧붙이며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는 마음조차 꼬깃꼬깃 종이 접듯 접어버리는 날이 찾아오곤 한다. 그러면 누군가 물을 것이다. '너는 그것을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니? 얼마나 노력 했니?'
이 책을 읽으니 나의 어린 시절 한 일화가 생각난다. 내가 초등학교 들어간 지 얼마 안됐을 때, 체육시간에 줄넘기를 해야 했는데 그때 처음 줄넘기라는 것을 배운 나는 줄 한 번 제대로 뛰어넘지 못했다. 대부분 고만고만한 실력이었지만 곧잘 하는 친구들을 보며 '나는 줄 한 번 못 넘으니까, 저 애들처럼 될 수 없을 거야.'라 생각하며 완전히 풀이 죽었었다. 그날 학교 마치고 집에 와서는 엄마한테 그 이야기를 하며 엉엉 울었다.
그런 나를 가만히 이끈 엄마는 내 손에 줄넘기를 쥐어주고는 '일단 1개 넘기 연습하자'하고 대뜸 연습을 시켰다. 한 번 뛰고 울고, 두 번 뛰고 울고, 그렇게 뛰고 우는 걸 반복하며 며칠 연습하다보니 어느 새 2개, 3개 늘어나 결국 1단 뛰기를 능숙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노력'을 배웠고, '노력'은 꼭 그에 맞는 결과를 가져다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 책 속 꼬마너구리 '퐁이'는 누가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노력'을 해내는 참 멋지고 대단한 아이다. 어느 날 집에 오는 길에 무리지어 즐겁게 춤추는 토끼들을 보게 된 퐁이는 자기도 토끼들과 함께 춤추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너구리인 자신이 토끼들의 무리에 낄 수 없다며 풀이 죽는다.
하지만 금세 포기해버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토끼가 되기 위해 '포코포코 퐁퐁 포코 퐁퐁' 귀여운 주문을 외치보기도 하고, 먹기 싫어하는 당근도 꾹 참고 먹으며 열심히 '노력'한다. 그리고 마침내 토끼로 변신을 한 퐁이는 꿈에 그리던 토끼들과의 춤에 동참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나중에는 원래 너구리 모습으로 돌아온 지도 모른 채 밤새도록 즐겁게 춤을 춘다.
어쩌면 토끼에게 다가가서 '나도 너희와 함께 춤출 수 없을까?' 하고 말해볼 법도 하지 않을까 내심 생각했지만, 여전히 '우리'와 '너희'가 확연히 구분하는 세상의 정서를 다시금 한 번 되새기게 되는 것은 아닐지. 그래서 더욱 꼬마너구리 '퐁이'의 토끼가 되기 위한 갖은 노력은 값지고 아름다운 한편, 이미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어도 개의치 않고 계속되는 '토끼의 춤'이 참 인상 깊었다.
내가 읽은 건 이 시리즈의 단 두 권이지만, 짧아도 짧게 느껴지지 않는 탄탄한 내용과 자연스러운 번역에 내심 감탄을 했다.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따뜻한 색채와 예쁘고 귀여운 그림, 아이들의 우리말 실력을 높여줄 [낱말 돋보기] 코너도 돋보인다. 무엇보다도 아이들뿐만 아니라 함께 읽는 부모님에게도 따스한 조언과 도움을 잊지 않는 친절함. 이 책 한 권이라면 우리 엄마와 같이 직접 아이가 '노력'을 체험하고 배우게 하는 역할 못지않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