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얼 그리 잘못했지? '미안해' 그 한 마디.
- 이소 미유키 <미안해> 

- 도서출판 아람 사회성 발달 멤버십 동화 시리즈 - 


"누가 누나한테 이러라고 하데! 빨리 누나한테 '누나 미안해' 해!"
"치~ 메롱~!"

명절이나 삼촌네 휴가 때마다, 나와 적게는 10살부터 최대 16살 차이나는 3명의 개구쟁이 사촌남매가 너나할 것 없이 이 큰언니(누나)를 제각기의 방법으로 몸살이 날 지경으로 '열렬한' 환영을 해 주곤 한다. 너무 활발한 나머지 서로 치고 박고 뛰노는 걸 좋아하는 이 3남매 덕에 나는 항상 넘어질까 다칠까 조마조마한 한편, 꼭 한 번씩은 막내 남동생의 발차기에 첫째나 둘째가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 사태가 일어난다.

그래서 큰 언니(누나)의 총대를 메고 내 나름의 무서운 표정과 목소리로 막내를 꾸짖으면 코웃음 치고 딴 짓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울음 짓던 불쌍한(?) 두 누나들도 '쟤는 원래 그렇다'는 듯이 굳이 미안하다는 말을 들어도 그만, 안 들어도 그만이다. 그리고 이런 일은 꽤 자주 반복된다.

아람 출판사 사회성 발달 멤버십 동화 시리즈 중 한 권인 <미안해>는 이야기 자체가 아이의 사회성 발달에 도움을 주는 일반적인 역할을 넘어 서서, 이러한 상황을 대처하는 부모, 어른들의 역할과 가르침에도 일침을 가한다. 친구가 아끼는 장난감 비행기를 여러 친구들과 함께 가지고 놀았는데 하필 내가 날릴 차례가 되어 날개가 툭 부러져 모두의 잘못이 아닌 '내 잘못'으로 탓해질 때, 어른인 내가 그 아이였다면 그 자리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미안하다고 사과했을까?

이 책의 주인공인 '나' 역시 처음에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 자기 차례가 되어 비행기 날개가 부러진 건 사실이고, 그로 인해 자신의 친한 친구인 지호가 부러진 장난감 비행기에 슬퍼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지호의 집으로 향하며 지호와의 추억 하나 하나에 '친구를 슬프게 만든 자신의 잘못'을 깨달아 간다. 이내 지호의 집에 도착한다.

이 짧은 동화를 읽는 동안 내 가슴이 뜨끔했다. 내가 사촌동생에게 한 것처럼 그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 아니라 제3자인 내가 다짜고짜 '네가 잘못했으니까 어서 사과해야지' 하는 데에는 아이의 잘못 인식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어른인 내 판단만으로 잘못을 주입 시키려 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는 사이에 나는 나대로 화가 나고, 아이는 아이대로 잘못을 잘못이라 생각하지 못한 채, 진심어린 '사과'를 주고받는 법을 배우지 못할 지도 모른다.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주는 것은 온전한 아이의 몫도, 책과 선생님의 몫도 아니다. 아이의 인식과 함께 부모, 어른들의 올바른 이해와 길잡이 역할이 함께 따라가 줘야한다. 정겨운 그림과 짧은 이야기가 주는 생각은 참 굵고 강하다. 맨 앞장의 멤버십 솔루션과 맨 뒷장의 지은이의 말까지 '참 고맙고 따뜻한 조언'이 때때로 서툰 많은 엄마, 아빠에게 와 닿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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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값짐이 빛나는 동화 한 편 

- 사이키 가렌 <토끼의 춤>

 - 도서출판 아람 사회성 발달 멤버십 동화 시리즈 - 

'나는 나중에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지.'
그리고 금세 여기에 '하지만 난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하는 걸.'하고 덧붙이며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는 마음조차 꼬깃꼬깃 종이 접듯 접어버리는 날이 찾아오곤 한다. 그러면 누군가 물을 것이다. '너는 그것을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니? 얼마나 노력 했니?'

이 책을 읽으니 나의 어린 시절 한 일화가 생각난다. 내가 초등학교 들어간 지 얼마 안됐을 때, 체육시간에 줄넘기를 해야 했는데 그때 처음 줄넘기라는 것을 배운 나는 줄 한 번 제대로 뛰어넘지 못했다. 대부분 고만고만한 실력이었지만 곧잘 하는 친구들을 보며 '나는 줄 한 번 못 넘으니까, 저 애들처럼 될 수 없을 거야.'라 생각하며 완전히 풀이 죽었었다. 그날 학교 마치고 집에 와서는 엄마한테 그 이야기를 하며 엉엉 울었다.

그런 나를 가만히 이끈 엄마는 내 손에 줄넘기를 쥐어주고는 '일단 1개 넘기 연습하자'하고 대뜸 연습을 시켰다. 한 번 뛰고 울고, 두 번 뛰고 울고, 그렇게 뛰고 우는 걸 반복하며 며칠 연습하다보니 어느 새 2개, 3개 늘어나 결국 1단 뛰기를 능숙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노력'을 배웠고, '노력'은 꼭 그에 맞는 결과를 가져다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 책 속 꼬마너구리 '퐁이'는 누가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노력'을 해내는 참 멋지고 대단한 아이다. 어느 날 집에 오는 길에 무리지어 즐겁게 춤추는 토끼들을 보게 된 퐁이는 자기도 토끼들과 함께 춤추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너구리인 자신이 토끼들의 무리에 낄 수 없다며 풀이 죽는다.

하지만 금세 포기해버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토끼가 되기 위해 '포코포코 퐁퐁 포코 퐁퐁' 귀여운 주문을 외치보기도 하고, 먹기 싫어하는 당근도 꾹 참고 먹으며 열심히 '노력'한다. 그리고 마침내 토끼로 변신을 한 퐁이는 꿈에 그리던 토끼들과의 춤에 동참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나중에는 원래 너구리 모습으로 돌아온 지도 모른 채 밤새도록 즐겁게 춤을 춘다.

어쩌면 토끼에게 다가가서 '나도 너희와 함께 춤출 수 없을까?' 하고 말해볼 법도 하지 않을까 내심 생각했지만, 여전히 '우리'와 '너희'가 확연히 구분하는 세상의 정서를 다시금 한 번 되새기게 되는 것은 아닐지. 그래서 더욱 꼬마너구리 '퐁이'의 토끼가 되기 위한 갖은 노력은 값지고 아름다운 한편, 이미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어도 개의치 않고 계속되는 '토끼의 춤'이 참 인상 깊었다.

내가 읽은 건 이 시리즈의 단 두 권이지만, 짧아도 짧게 느껴지지 않는 탄탄한 내용과 자연스러운 번역에 내심 감탄을 했다.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따뜻한 색채와 예쁘고 귀여운 그림, 아이들의 우리말 실력을 높여줄 [낱말 돋보기] 코너도 돋보인다. 무엇보다도 아이들뿐만 아니라 함께 읽는 부모님에게도 따스한 조언과 도움을 잊지 않는 친절함. 이 책 한 권이라면 우리 엄마와 같이 직접 아이가 '노력'을 체험하고 배우게 하는 역할 못지않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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