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많은 디자인 씨 - 디자인으로 세상 읽기
김은산 지음 / 양철북 / 201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 그렇게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디자인은 상품들에 입힌 ‘예쁜 옷’이라는 생각에 한정되어 있었고, 특정 사람들의 독특한 생각이 구현된 ‘예술 작품’이라는 추상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어떤 물건을 고르든 편하게 쓸 수 있느냐는 것이 가장 큰 판단 기준이었기에 나에게 디자인은 일종의 ‘덤’이었다.
 
그러던 작년 어느 날, 신문에서 읽었던 디자인 기업 ‘IDEO’의 CEO 팀 브라운의 인터뷰 기사에서 ‘Design Thinking(디자인적 사고)’가 매우 흥미로웠다. 물건의 외형을 좋게 만드는 것에 한정되어 있던 편협한 정의에서 벗어나 사람들과 일상에서 가지는 ‘디자인’의 가치가 궁금해진 것은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하지만 이후 나름 바빴던 학업에 쫓기다 그 궁금증을 풀려는 노력에 소홀해 반년이 흘러 지금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서야 내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처음으로 펼쳐 든 책이 바로 이 한 권, <비밀많은 디자인씨>다.
 
친근한 제목과 강렬한 샛노랑의 표지부터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이 책은 상품을 돋보이게 하는 수단이자 유일무이한 독특함만을 추구하는 현대의 ‘디자인’ 에 대한 편협한 속성으로부터 우리들의 사고와 눈을 돌리게 해주는 한 권이다. 알려지지 않은, 그다지 알고 싶어하지 않아했기에 많은 ‘비밀’이 되어버린 ‘디자인’의 보물 같은, 아주 보편적인 시각들을 다양한 작품과 사례들과 함께 쉽고 재미있게 전하고 있다.
 
물질적 가치에 쫓기는 시간과 우리의 일상에 ‘퇴근 시간’의 즐거움과 기다림이라는 어떤 일상의 상황 속 사람들의 감정, 문화를 담아낸 티보 칼맨의 작품 <5시>만 봐도 ‘디자인’은 어딘가에 걸쳐지는 ‘외피’로서만 평가될 무언가가 아니다. 서로 다른 문화를 대표하거나 조화를 이룰 수도,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관심의 다양한 나눔 속에서 그저 ‘비밀’로 꽁꽁 싸매어져 있던 디자인의 가치는 피어나고 만개하는 것임을 알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그 놀라움이 또한 이 책이 선사하는 기쁨 그리고 ‘희망’이다.
 
디자인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것과 많이 닮아있다. 그러니 바쁜 일상과 물질적 가치에 쫓겨 사는 현대인들의 삶에서 디자인도 하나의 특정 영역이자 상업성으로서 인정받기에 급급하기만 하다. 안타까운 현실과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신의 사고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 디자인의 참모습과 우리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그 잠깐의 여유를 가지는 데 이 한 권은 좋은 친구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취업의 정답 - 스펙쌓기로 청춘을 낭비하지 않으면서도 취업에 성공하는 비결
하정필 지음 / 지형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학교 4학년이 되고, 졸업을 코앞에 앞둔 나에게는 대다수 또래가 가진 조급함과 불안함, 막막함이 자리잡고 있다. 취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만 하지, 오랫동안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누린 익숙한 ‘보호막’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그 심각함을 몸소 느끼지 못했다. 그저 쓸데없이 많은 잡념들의 주위를 빙빙 돌기만 할 뿐이다. 하지만 최근 이런 나에게 갑작스레 닥친 어떤 기회가 없었다면 난 이 책을 선택하지도, 심각하게 나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하루 만에 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좋은 결과를 가져올 리는 만무하겠지만, 평소에 어림짐작으로 생각한 것들로 뚜렷한 결과물로 만들어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뤄진 고민들과 자책감과 ‘실감’이라는 것은 실로 대단했다. 눈이 번쩍 뜨일만한 갖가지 여운들로 마음이 복잡할 때 만난 이 한 권의 책은 사실 취업에 대한 뻔하고 헛된 ‘희망’보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그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바라보아야 하고 살아가야 할 지에 주목을 해야 하는 책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직접 사람을 뽑는 일을 해온 저자의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진실되게는 다가오지만, ‘스펙이 아닌 인성’을 본다는 주장과 실질적으로 ‘스펙’이 큰 한 몫을 담당하고 있는 현실 사이의 모순을 떨쳐버리기는 여전히 힘들었다. 그래도 무엇보다 이 책이 힘을 실어 말하는 것은 ‘취업’이고 ‘스펙’이고 ‘인성’이고를 다 떠나 온전히 ‘자신’으로 살아갈 방법에 대한 따뜻하고도 힘찬 조언에 있다.
 
나를 비롯한 이 시대 많은 젊은이들에게 공통적으로 결여된 ‘자신에 대한 성찰’의 중요성을 대단하고 멋드러진 말이 아닌, 세상을 좀 더 살아본 사람으로서의 안타까움과 격려가 담긴 세세한 조언들이 한 순간이라도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이는 취업에 모든 ‘나’를 맞추는 것이 아닌 각자의 인생에서의 선택지 중에 ‘취업’이 있다는 것을 읽는 내내 잊지 않게 해주었다.
 
어떻게 보면 ‘취업’에 한정된 목적으로 읽는다면 매우 아쉬울 수도 있는 책이지만, 지금 당장 각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주안점을 두고 본다면 도움이 될만한 책임에는 분명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앨런 베넷 지음, 조동섭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이 세상이 만들어놓은 어떤 차별 속에서도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선물 같은 존재라면, 책 앞에서 사람은 일반적이고 일반적이지 않아야 할 ‘탈’을 쓸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이러한 의문은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의 주인공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그녀가 가진 지위에서 느껴지는 비범함 혹은 특별함으로 인한 색안경으로부터 날 지킬 수 있었다. 오히려 이런 엉뚱하고 색다른 인물 설정 자체가 이 짧은 한 권을 그리 가볍지 않으면서 산뜻함을 잃지 않게 해주었다.
 
세상 곳곳 안 가본 곳이 없고, 안 만나본 사람이 없으며 인생 자체가 ‘특별함’ 그 자체인 한 나라의 여왕이 늦은 황혼기에 접어 들어 눈을 돌리게 된 것이 다른 무엇도 아닌 ‘책’이라니. ‘그럼 여왕은 원래 책을 안 읽나?’ 부터 시작하는 아주 흔한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자연스레 이어나가며, 여왕과 책의 어색했던 첫 만남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우리가 겪었던 아주 익숙한 ‘변화’를 동반하며 조금씩, 조금씩 나아간다.
 
작은 이동 도서관에서 ‘책’과의 아주 난감한 첫 만남을 치른 이후, 어쩐지 여왕은 그 바쁜 일정 속에서도 책에 재미를 붙여간다. 늘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하는 여왕에게 ‘취미’라는 이름으로 어느 하나에 빠진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여왕은 오히려 ‘책’이 없었던 자신의 긴 지난날의 삶을 되돌아 보며, 그 순간부터 시작된 ‘책’이 함께할 미래를 더욱 떼어놓을 수 없게 된다. 물론 이러한 여왕의 다짐과 실천이 여왕으로 하여금 ‘여왕으로서 해야 할 많은 나랏일’들을 지루한 무언가로 만들어 버렸고, 그로 인해 궁정과 국민들에게 혼란과 걱정을 안겨야 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인생의 황혼기에 시작된 여왕의 책 사랑은 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 사회와 주변의 냉담한 반응과 대비되어, 책을 좋아하게 된 ‘누군가’의 평범한 이야기만을 전달하지 않는다는 점이 더욱 인상적이다. 여느 책을 읽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구절을 노트에 옮기거나 느낌을 적어내려 가며 책을 통해 고민과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는 여왕의 모습 속에서 어느 새인가 ‘여왕’이라는 지위의 근엄함 대신 ‘언젠가 꼭 그랬었던’ 내 모습의 아련한 동질감과 따스함이 느껴진다.
 
그 무엇보다도 책을 막 좋아하기 시작했던 그 시절의 나를 먼 기억 속에서 꺼내어 주며 소소한 즐거움을 가져다 주기에 충분했던 한 권,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굿바이, 욘더 - Good-bye Yonder, 제4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
김장환 지음 / 김영사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꿈꾸던 그 순간이 머지 않은 미래에 온다면, 영원히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그 순간이 머지 않은 현실이 되었을 때의 그 순간, 우리가 도달하는 진정한 감정은 무엇이고, 우리가 그 후에 맞이할 미래는 또 어떠할 것인가. 굿바이, 욘더. 티끌 만한 확실성도 존재하지 않는 무수한 미래의 대답들 속에서 머리카락 한 올만큼의 순간을 잡은 느낌이다. 그건 극히 적고 아득하다는 느낌보다도 그 한 올의 순간이 주는 선명함이 ‘편리함’에 지배당한 우리에게 얼마나 정신이 바짝 들 생()의 자극을 선사하는 지에 대한 놀라움, 바로 그 느낌이다.
 
이 책의 배경이 되고 있는 것은 2040년대. 30년 후인 그 시기, 나는 예기치 않은 운명을 맞이 하는 것이 아니라면 제 2의 삶을 준비하며 살아가고 있을 분명한 미래다. 제한적이었던 지능 기반 사회가 거의 완전히 이룩했을 즈음, 인간은 하이테크로 삶의 ‘편리함’을 넘어서서 인간이 손댈 수 없었던 생사의 영역에까지 뻗어갈 것은 시간문제다. 삶과 죽음도 어느 새 인간의 갈망을 넘어서 극복 영역이 되어버릴 미래가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는 ‘김홀’과 생물학적 죽음을 맞이한 아내 ‘이후’가 재회하는 불멸 천국 ‘욘더’로 그 속성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로우테크와 하이테크의 경계를 살아가는 이들의 혼란은 지금의 현실과도 고스란히 닮아있어, 이 한 권은 분명 ‘허구’이지만 전혀 과장되었다는 느낌 없이 아주 선명하고도 자세하게 세상과 인간, 그때도 여전히 풀지 못할 고민을 들여다본다. 그리고는 인간의 욕망이 ‘영원한 행복’이라는 것에 닿기 위해서는 또한 지극히 ‘인간만이 지닌 인간적인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을 정신 번쩍 들도록 확인 사살할 수 있다. 우리는 과연 결핍된 인간으로 맞은 영원한 삶을 ‘행복’이라 지칭할 수 있을까? 나는 책을 덮고 나서도 몇 번이고 다시 읽었던 ‘김홀’과 ‘이후’의 마지막 대화들과 모습들, 그 선택을 떠올리고 또 떠올릴 뿐이다.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의 숱한 연구들과 기술들이 향하고 바라는 결과가 가져다 줄 미래는 이보다 더한 혼란과 고민을 안겨줄 것은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인간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그 한 줄기의 번쩍이는 섬광, 나에게는 <굿바이, 욘더> 이 한 권이 그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 카포네의 수상한 빨래방
제니퍼 촐덴코 지음, 김영욱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악명 높은 죄수들이 득실거리는 교도소가 있는 자그마한 섬, 알카트라즈. 그 중에서도 또 악명 높기로 소문난 전설의 ‘알 카포네’에 어떻게 ‘빨래방’이라는 단어에 갖다 부칠 수 있는 걸까. 표지그림과 제목이 풍기는 분위기로 보아 분명 유쾌하고 박진감 있는 소설이겠지, 라는 생각으로 산뜻하게 책장을 넘기다 보면 분명 그 의아함에 먼저 고개를 갸우뚱 할만 한 소설이라는 점이 조금 놀랍다. 물론 예상이 빗나가는 약간의 아쉬움을 충분히 채우고도 남을 한 소년의 진솔한 성장일기가 주는 여운은 좋았지만 ‘왜 꼭 알카트라즈여야만 했는지’라는 생각이 들만큼 이야기와 배경의 개연성 부족에 대한 의구심은 떨치기 힘들었던 한 권이다. 

이 일기의 주인공인 열두 살 소년 ‘무스 플라내건’에게는 엄마와 아빠, 자폐를 가진 열 여섯 누나 나탈리가 있다. 나탈리의 특수학교 입학을 위해 아빠는 알카트라즈 교도소에 전기기사로 취직을 하고, 가족들도 모두 알카트라즈 섬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자폐증세가 심한데다 엄마에 의해 몇 년 전부터 계속 ‘열 살’이어야 했던 나탈리의 특수 학교 입학은 그리 쉽지 않았고, 이런 누나로 인해 언제나 엄마의 관심에서 소외 받았던 ‘무스’의 아픔과 혼란, 내면 갈등이 알카트라즈 섬에서의 생활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도시 생활에서 작은 섬에서의 소박한 생활로. 그것도 악명 높은 교도소가 있는 섬에다, 그 곳에 일하는 직원들의 가족들만 드문드문 사는 곳에서의 생활은 그 어떤 것보다도 그들 가족이 서로에 대해 묻어왔던 갈등을 풀고 가족 모두를 깊이 이해하고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이었지 않나 싶었다. 온종일 나탈리를 돌보며 함께 하는 나날이 늘어갈수록 ‘누나’ 나탈리의 모습을 제대로 인식해가는 ‘무스’의 변화 과정은 물론, 힘들고 혼란스러웠던 과거를 간직한 채 현재를 살아가는 가족의 위로와 화합이 ‘무스’의 시선을 통해 그 소중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따스하다.  

거기다 알카트라즈를 배경으로 한 사춘기 소년의 우정과 풋풋한 사랑 감정이 녹아 든 일상 이야기는 다소 무거워질 수만 있었던 ‘무스’의 하루하루를 잔잔한 유쾌함으로 끝까지 이끌고 간다. 개성이 분명한 일곱 살짜리 꼬마부터 기계에 빠진 소년, 교도소장의 콧대 높은 딸이면서 죄수 ‘알 카포네’ 팬인 또래 소녀 등 알카트라즈 친구들과의 좌충우돌 ‘불법 세탁소 영업’도 가히 인상적이다. 대신 잊을 만하면 간간히 등장하는 ‘악명 높은 죄수들의 존재’가 아쉽고, 후반부쯤 가서 나탈리와 좋은 친구(?)가 되어 불쑥 등장하는 죄수 ‘105’에 의아해 하려니, 끝에서야 나타난 황당한 알 카포네의 흔적이 가히 엉뚱하기 그지 없을 뿐이다. 

사춘기 소년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느낀 감정 표현과 소통 방식의 섬세함은 좋았을 지라도, ‘알카트라즈 섬’을 내세워 이야기를 이끌고 갈만한 ‘특별함’과 ‘신선함’은 깔끔하지 못한 뒤끝을 남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