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알 카포네의 수상한 빨래방
제니퍼 촐덴코 지음, 김영욱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악명 높은 죄수들이 득실거리는 교도소가 있는 자그마한 섬, 알카트라즈. 그 중에서도 또 악명 높기로 소문난 전설의 ‘알 카포네’에 어떻게 ‘빨래방’이라는 단어에 갖다 부칠 수 있는 걸까. 표지그림과 제목이 풍기는 분위기로 보아 분명 유쾌하고 박진감 있는 소설이겠지, 라는 생각으로 산뜻하게 책장을 넘기다 보면 분명 그 의아함에 먼저 고개를 갸우뚱 할만 한 소설이라는 점이 조금 놀랍다. 물론 예상이 빗나가는 약간의 아쉬움을 충분히 채우고도 남을 한 소년의 진솔한 성장일기가 주는 여운은 좋았지만 ‘왜 꼭 알카트라즈여야만 했는지’라는 생각이 들만큼 이야기와 배경의 개연성 부족에 대한 의구심은 떨치기 힘들었던 한 권이다.
이 일기의 주인공인 열두 살 소년 ‘무스 플라내건’에게는 엄마와 아빠, 자폐를 가진 열 여섯 누나 나탈리가 있다. 나탈리의 특수학교 입학을 위해 아빠는 알카트라즈 교도소에 전기기사로 취직을 하고, 가족들도 모두 알카트라즈 섬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자폐증세가 심한데다 엄마에 의해 몇 년 전부터 계속 ‘열 살’이어야 했던 나탈리의 특수 학교 입학은 그리 쉽지 않았고, 이런 누나로 인해 언제나 엄마의 관심에서 소외 받았던 ‘무스’의 아픔과 혼란, 내면 갈등이 알카트라즈 섬에서의 생활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도시 생활에서 작은 섬에서의 소박한 생활로. 그것도 악명 높은 교도소가 있는 섬에다, 그 곳에 일하는 직원들의 가족들만 드문드문 사는 곳에서의 생활은 그 어떤 것보다도 그들 가족이 서로에 대해 묻어왔던 갈등을 풀고 가족 모두를 깊이 이해하고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이었지 않나 싶었다. 온종일 나탈리를 돌보며 함께 하는 나날이 늘어갈수록 ‘누나’ 나탈리의 모습을 제대로 인식해가는 ‘무스’의 변화 과정은 물론, 힘들고 혼란스러웠던 과거를 간직한 채 현재를 살아가는 가족의 위로와 화합이 ‘무스’의 시선을 통해 그 소중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따스하다.
거기다 알카트라즈를 배경으로 한 사춘기 소년의 우정과 풋풋한 사랑 감정이 녹아 든 일상 이야기는 다소 무거워질 수만 있었던 ‘무스’의 하루하루를 잔잔한 유쾌함으로 끝까지 이끌고 간다. 개성이 분명한 일곱 살짜리 꼬마부터 기계에 빠진 소년, 교도소장의 콧대 높은 딸이면서 죄수 ‘알 카포네’ 팬인 또래 소녀 등 알카트라즈 친구들과의 좌충우돌 ‘불법 세탁소 영업’도 가히 인상적이다. 대신 잊을 만하면 간간히 등장하는 ‘악명 높은 죄수들의 존재’가 아쉽고, 후반부쯤 가서 나탈리와 좋은 친구(?)가 되어 불쑥 등장하는 죄수 ‘105’에 의아해 하려니, 끝에서야 나타난 황당한 알 카포네의 흔적이 가히 엉뚱하기 그지 없을 뿐이다.
사춘기 소년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느낀 감정 표현과 소통 방식의 섬세함은 좋았을 지라도, ‘알카트라즈 섬’을 내세워 이야기를 이끌고 갈만한 ‘특별함’과 ‘신선함’은 깔끔하지 못한 뒤끝을 남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